대한수의사회(회장 우연철)가 8월 3일(월) 성남 수의과학회관에서 법무법인 태평양과 업무협약을 맺고 동물병원 진료부 공개 의무화를 요구하는 헌법소원 대응에 협력한다.
수의사회가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형 로펌과 법률·정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약품 오남용 위험 유발하는데..
진료기록의 소유권·청구 주체도 불분명
현재 헌법재판소는 동물병원 진료부와 관련된 헌법소원 2건을 심리하고 있다. 동물 보호자와 변호사 단체가 각각 제기한 2건의 소원은 내용적으로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의사로 하여금 진료부를 기록하고 서명하도록 하면서도, 동물 소유자에 대한 공개 의무가 없는 현행 수의사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동물병원 진료부 공개를 의무화하는 수의사법 개정안은 국회의 단골손님이다. 제22대 국회에도 정청래, 조경태 의원이 대표발의한 관련 개정안이 계류되어 있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동물병원 진료부 공개 의무화 입법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릴 경우 입법을 저지하기 어려워진다.
이날 우연철 회장은 “진료기록 공개에 원론적인 필요성은 있다”면서도 “현 상황에서의 공개 의무화는 큰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반대했다.
‘시기상조’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저 시간만 흐른다고 진료부 공개 의무화가 유발할 수 있는 부작용이 해결되지 않는만큼, 각종 선행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의약품 오남용과 그에 따른 동물의 피해가 가장 대표적인 우려다. 반려동물의 자가진료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자가처치는 여전히 횡행한다. 의약품을 구하기가 전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의 일반 동물약국은 물론 창고형약국에는 심장사상충예방약부터 진통소염제, 심장약에 항경련제까지 즐비하다. 이들은 수의사 진료 후에만 처방받을 수 있는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이지만, 약사예외조항으로 인해 동물약국은 진료 없이도 판매할 수 있다. 별다른 복약지도도 없이, 그냥 문구류 사듯 구매할 수 있다.
이날 협약식에 자리한 법무법인 태평양 측도 ‘아직 구체적으로 살펴보진 않았다’는 점을 전제하면서도 진료부 공개 의무화 헌법소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석림 변호사는 “진료부 공개가 의무화되면 동물용의약품 오남용 위험이 발생한다. 그 근본 원인은 약사법과 관련이 있다”면서 “인체용의약품과 동물용의약품은 유통상 차이가 있는 만큼 진료부 공개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기반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진료기록의 소유권부터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지목됐다.
동물등록제는 반려견에만 도입되어 있고, 그나마 현실적으로 모든 개체가 등록한 것도 아니다. 동물병원은 동물을 데리고 온 사람이 정말 소유자가 맞는지 ‘법적으로 문제 없이’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냥 믿고 적어둘 뿐이다. 한 반려동물을 한 보호자만 데려오는 것도 아니다. 가족이 돌아가면서 데려온다.
김경목 변호사는 이 같은 한계점을 지적하면서 “진료기록을 청구할 수 있는 주체는 누구인지, 동물과 보호자의 관계를 어떻게 입증할 것인지부터 문제로 남아있다”고 꼬집었다.
우연철 회장은 “진료부 기록의 표준화, 교육 등을 포함해 사람이 진료부 공개를 의무화할 수 있게 뒷받침해주는 조치들이 (동물병원 진료부 관련해서도)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수의사회와 법무법인 태평양은 이번 헌법소원 대응 외에도 ▲수의 관련 법령의 제·개정 ▲주요 법률현안 및 입법·정책 이슈 대응 ▲수의사회원 권익 보호를 위한 법률지원 체계 구축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우연철 회장은 “회원들이 일선에서 겪는 법률적 문제나 의료분쟁 상황, 불합리하게 구축된 법·제도에 전반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법률 파트너십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최석림 변호사는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만큼 수의 분야의 법률 수요도 커졌다”면서 “변호사를 필요로 하는 곳에 역할을 다하기 위해 업무협약에 나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