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반려묘는 불안하다..수의사가 이끄는 환경 관리·약물 처방은?

KABA, 경기수의컨퍼런스서 ‘제1회 동물행동의학협회 심포지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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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반려동물행동의학협회(KABA, 회장 나응식)가 7월 12일(일) 경기수의컨퍼런스가 열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1회 한국반려동물행동의학협회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지난해 창립 후 반려견·반려묘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토크콘서트를 성공적으로 치른 KABA는 임상수의사들을 대상으로 보다 깊은 동물행동의학 학술교류에 나섰다.

이날 심포지엄은 개와 고양이의 행동 질환에서 가장 핵심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불안(Anxiety)’에 주목했다.

행동 진료를 전문적으로 펼치고 있는 설채현·채민경·나응식·김태협 수의사가 연자로 나서 다양한 임상 증례와 약물 활용 프로토콜을 공유했다.

나응식 회장은 “행동의학은 보호자와 수의사 간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데 필수적인 분야”라며 “앞으로도 다채로운 심포지엄과 교육 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해 임상수의사들의 역량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심포지엄 첫 연자로 나선 설채현 원장

놀로동물행동클리닉 설채현 원장은 ‘개의 불안이 만드는 문제 행동의 메커니즘과 현장 솔루션’을 주제로 심포지엄의 포문을 열었다.

설채현 원장은 “사람에게는 정상 행동인 것이 개에게는 문제 행동이 되고, 반대로 사람에게는 문제인 행동이 개에게는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인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불일치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문제들이 대부분 동물의 ‘불안’에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상에서 가장 간과되고 있는 문제가 동물들의 불안이라는 점도 지목했다. 불안의 근본적인 원인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많은 보호자와 트레이너들이 눈앞의 행동만을 억지로 바꾸려 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의 불안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으로는 유전적 요인과 사회화 시기의 경험 부족을 꼽았다. 특히 신경가소성이 가장 높은 시기에 백신 접종을 이유로 가정에만 격리되어 다양한 경험을 얻지 못한 경우 불안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분리불안에 대한 보호자들의 오해도 바로잡았다. 설 원장은 “분리불안은 보호자와의 친밀도와는 크게 상관이 없으며, 불안뿐만 아니라 ‘좌절(Frustration)’과도 깊게 연관되어 있고 환경의 예측 가능성과 밀접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훈련만으로 완벽히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을 내려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도 쉽게 고치지 못하는 공포와 불안을 개에게 훈련만으로 없어지길 강요하기란 무리라는 것이다.

설 원장은 “약물 치료는 동물을 억지로 재우는 것이 아니라 불안의 역치를 높여주는 방향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수의사가 정확히 진단하고 약물 치료를 통해 상황을 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의사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놀로동물행동클리닉 채민경 수의사

놀로동물행동클리닉 채민경 수의사는 ‘개의 불안 행동 케이스스터디와 맞춤형 처방’을 주제로 강연을 이어갔다.

채 수의사는 “교과서적인 프로토콜대로만 진행했을 때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비용적인 문제 등으로 보호자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 임상 환경에 맞춘 유연한 접근을 당부했다.

실제 증례에 기반한 구체적인 약물 활용 팁도 눈길을 끌었다. “약물을 사용할 때는 개체별 차이를 반드시 고려해야 하며 범위를 조심스럽게 설정해야 한다”면서 가바펜틴, 트라조돈 등의 약물 활용 순서나 흥분한 환자에서의 알프라졸람 사용에도 주의를 당부했다.

병원 방문이나 미용 시 트라조돈보다 가바펜틴의 용량을 높여 처방함으로써 신체 접촉에 대한 민감도를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던 케이스를 설명하며 약물 사용뿐만 아니라 비율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채 수의사는 모든 자극에 불안을 느껴 산책이 불가능하거나 환경·계절성 불안을 겪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생후 2~4개월의 ‘1차 사회화 시기’에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채 수의사는 “보호자들이 행동의학 관련 약물을 장기간 먹이는 것에 대해 상당한 심리적 부담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과거에 비해 약물 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어든 추세”라고 전했다.

고양이 관점에서 본 해결책에 주목한 나응식 KABA 회장

오후 세션에서는 KABA 회장을 맡고 있는 그레이스고양이병원 나응식 원장이 ‘고양이의 불안 행동 예시로 보는 묘체공학적 문제 해결법’을 소개했다.

나 원장은 “고양이 보호자들은 동물병원을 찾을 때 수많은 행동학적 문제들을 질문하곤 한다”며 “우리는 수의사로서 이러한 행동학적 질문에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대답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고양이 행동학 공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나 원장은 고양이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으로 ‘예측 불가능성’을 지목하며 습관화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환경에 무작위성이 존재하면 고양이는 행동학적으로 특정 자극에 더욱 집착하게 되므로, 일상생활에서 규칙적이고 예상 가능한 동선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고양이의 전신 질환을 유발한다는 ‘판도라 증후군(Pandora Syndrome)’을 언급하며 수의사들이 스트레스 관리에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나 원장은 “고양이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집안 내에 안심하고 숨을 수 있는 안전한 장소(Safe place)와 핵심 영역들을 편안하게 구축해 주어 문제 행동을 예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먹이 급여 방식에 대해서도 “무제한으로 방치하는 자율급식보다는 고양이의 사냥 본능과 행동 풍부화를 자극할 수 있는 계획된 제한급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캣앤캣고양이병원 김태협 원장

마지막 연자로 나선 캣앤캣고양이병원 김태협 원장은 ‘공간별 고양이 불안 행동 케이스 스터디와 맞춤형 처방’을 다뤘다.

김 원장은 “불안은 대다수 고양이 행동 질환의 뿌리이지만 모든 불안이 병리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행동 치료의 관건은 동물이 느끼는 FASCP(Fear, Anxiety, Stress, Conflict, Panic)의 역치를 어떻게 높여줄 것인가에 있다”고 지목했다.

불안 장애를 ‘특정 자극에 대한 불안’과 ‘범불안증(Generalized Anxiety)’으로 분류하면서, 고양이 역시 자원과 상황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했을 때 불안을 넘어 극심한 좌절을 겪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 원장은 집에서 발생하는 고양이의 불안 양상으로 특정 가족 구성원이나 낯선 손님에 대한 공포가 사람 전체에 대한 두려움(범불안증)으로 확장되는 경우를 실제 케이스와 함께 설명했다.

더불어 동거묘 등 타 개체와의 관계 악화는 한번 틀어지면 회복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또한, 외부 소음으로 인한 불안증이 무고한 동거묘나 보호자를 공격하는 ‘전가 공격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약물 사용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는 ‘50% 룰(Rule)’이 눈길을 끌었다. 약물 처방 후 증상이 50% 이상 개선되었을 때는 해당 약물의 유지나 병용 투여를 고려하지만, 만약 효과 개선도가 50% 미만일 때는 지체 없이 다른 약물로 교체하는 유연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약물 치료는 만능이 아니며, 원인이 되는 근본적인 환경 변화가 반드시 병행되어야만 완치에 도달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동물병원과 관련된 불안 문제에도 주목했다. 김 원장은 “내원 고양이의 85%가 병원에서 FASCP를 경험하며, 심지어 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51.5%, 이동 중에는 59.3%가 이미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이 수치조차 과소평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그는 “수의사의 단 한 번의 친절하고 조심스러운 핸들링으로도 환자의 스트레스를 극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지만, 반대로 단 한 번의 부정적인 경험이 평생의 두려움과 불안을 각인시킬 수 있다”며 “병원에서는 이 환자가 불안·공포 상태인지, 아니면 좌절·충동 상태인지를 정확히 구분해 내고, 철저히 ‘고양이 친화적 진료 환경(Cat-friendly clinic)’을 구축해 병원 내 불안감을 낮추기 위해 수의사 스스로가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주영 기자 laminay@naver.com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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