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학의 역사, 수의사의 정체성으로’ 세계동물보건역사학회 성료

아시아 첫 개최에 한·중·일 수의학 역사 집중 조명..‘역사적 관점’ 기를 전문직업성 교육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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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회 세계동물보건역사학회(WAHAH) 국제학술대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6월 24일(수)부터 26일(금)까지 서울대학교에서 개최됐다.

세계동물보건역사학회는 각국의 수의역사학회가 모인 국제학술단체다. 유럽에서 출범한 학회는 현재 전세계 60여 국가의 대학, 연구소, 박물관, 도서관 소속 연구자 3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동물 보건을 위한 과학과 정책의 역사’를 주제로 열린 이번 대회에는 독일, 영국, 스페인 등 19개국 100여 명의 수의학 및 보건역사학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한·중·일 전문가 4인의 기조 강연을 중심으로 총 10개 세션에서 구두 발표 39편, 포스터 발표 23편이 이어졌다.

농림축산검역본부와 함께 학술대회를 공동 주최한 서울대 수의대 수의인문사회학 교실 천명선 교수는 “아시아 지역의 동물보건 역사를 중심으로 학술대회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학술대회의 문을 연 전북대 신동원 명예교수가 전근대 한국의 수의사들을 역사적 관점에서 조명했다. 마(馬)의학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우리나라의 전통 수의학이 현대의 과학적 방역 체계로 전환되는 역동적 과정을 소개했다.

이어진 강연에서는 마오쩌둥 시기(1949∼1976) 중국 정부의 수의 업무 외주화와 대규모 동물 백신 접종 캠페인 등의 가축 질병 대응 사례, 소를 중심으로 전개된 일본 제국주의 수의학 등 동아시아 주요국의 수의학 근대화 역사를 함께 다뤘다.

이 외에도 뮌헨대 수의학 컬렉션, 한국의 수의 아카이브 사례 등이 소개됐다.

가축을 이용한 ‘환경 방사능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의 계기가 된 영국 사례, 동물매개 감염병 및 인수공통감염병 추적과 연관된 이탈리아의 진드기학 등 사람의 공중보건에도 직결된 역사적 사례를 고찰했다.

경복궁, 조계사 등 서울의 역사 명소를 탐방하는 투어 프로그램도 이어졌다.

천 교수는 “동물보건 역사 분야의 젊은 연구자들의 네트워크 구축에도 초점을 맞췄다”면서 “각국의 수의역사학 교육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활발히 소통했다”고 전했다.

수의역사학은 수의사들이 수의학 역량은 물론 폭넓은 사회적 지식을 갖춘 전문가로 성장하는 토대가 된다. 다양한 문화권에서 나타난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깊이 이해함으로써 수의사에게 요구되는 인문사회학적 역량과 소통 능력을 갖출 수 있다.

학회는 전신인 세계수의역사학회(WAHVM)로부터 수의역사학 교육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세계수의사회(WVA)로부터 3차례 수의역사학 교육 확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수의역사학 교육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2019년 학회 창립 50주년을 맞아 실시한 조사에서 전세계 250개 이상의 수의과대학 중 수의역사학을 가르치는 대학은 27개로 조사됐다. 그마저도 대부분 선택 과목에 그쳤다.

다만 독일, 스페인, 일본, 터키, 이집트 등 일부 국가에서는 여러 수의과대학이 수의역사학 과목을 개설하고 있다. 수의윤리학이나 수의인문사회학 등 관련 과목에서 역사적 측면을 함께 다룬다.

한국에서도 수의역사학은 일부 대학에서, 별도의 과목이 아닌 채로 다뤄지는 정도다. 전문직업성 관련 교과목 3개를 운영하는 서울대 수의대는 예과에서 1학기에 걸쳐 수의역사학을 다룬다. 인간동물학, 동물복지 관련 과목에서 역사적 측면을 다루기도 하지만 일부 대학에 그친다.

천명선 교수는 “단순한 역사 수업이 아닌 수의사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교육”이라며 “수의전문직업성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면서 미래 수의사들이 역사적 시각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역본부가 전시한 근현대 한국 수의역사 사진전
1909년 경남 창녕군에서 최초로 실시된 탄저병 백신 접종(위),
1934년 간도에서의 구제역 진단 검사 장면(아래)

검역본부는 ‘근현대 한국의 수의 역사 디지털 사진전’을 부대행사로 진행했다. 117년 넘게 한국의 수의과학과 동물보건을 지켜온 검역본부의 아카이브 역량을 뽐냈다.

공식 만찬에 참석한 최정록 본부장은 “인류를 위협하는 신종 감염병의 70% 이상이 동물로부터 유래하는 원헬스 시대에 동물보건의 역사를 돌아보는 것은 미래의 방역 표준을 세우는 일”이라며 “전통을 발판 삼아 대한민국이 글로벌 동물 보건 및 방역 정책의 중심축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국제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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