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창 벗어난 사육곰 6마리, 덴마크의 숲으로 간다
북유럽 최대 규모 사파리파크 덴마크 ‘크누텐보르그’로..사육곰 산업 종식 후 첫 국제 협력 이송

웅담 채취를 위해 농장에서 사육됐던 곰들이 지구 반대편 덴마크의 숲으로 간다.
동물자유연대(대표 조희경)는 사육곰 6마리의 덴마크 ‘Knuthenborg Safaripark(크누텐보르그 사파리파크)’ 이송을 6월 17일(수) 시작했다.
동물자유연대와 충북대 수의대 정동혁 교수, 덴마크 크누텐보르그와 Dyrenes Beskyttelse(덴마크 동물보호협회), 네덜란드 Bears in Mind(베어스 인 마인드)가 사육곰을 구조해 덴마크로 이송하기로 뜻을 모은 것은 2024년이다.
이듬해인 2025년 3월 덴마크로 떠나 현지 답사를 벌인 동물자유연대는 같은 해 5월 크누텐보르그·정동혁 교수와 사육곰 구조 및 이주에 관한 의향서’를 체결하며 본격적인 국제 협력 사업에 착수했다.
웅담 채취를 위한 사육곰 산업은 2026년 법적으로 종식됐다. 하지만 200여 마리의 곰들은 여전히 농장에 남아 있다. 농장으로부터 곰을 사들여 보호시설로 옮겨야 하는데, 매입 부담은 시민단체에게 전가됐고 보호시설의 규모도 부족한 실정이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해 9월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녹색연합,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와 함께 연천 소재 농장에서 사육곰 12마리를 공동 매입한 데 이어 11월에는 남양주와 남원에서, 올해 3월에는 김포에서 사육곰 매입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구조된 곰들 가운데 6마리가 덴마크로 떠나게 됐다.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덴마크 현지 관계자들이 두 차례 방한해 논의를 이어갔다. 국내에서도 기후부와 구례군, 국립공원공단, 영산강유역환경청 등 관계 기관이 이송 절차에 협력했다.
곰들은 오늘 자정 무렵 항공편으로 출국해 룩셈부르크를 거쳐 덴마크 시간 19일 정오에 크누텐보르그에 도착할 예정이다.

6마리 사육곰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될 크누텐보르그는 120만 평에 달하는 북유럽 최대 규모의 사파리파크다. 이번 이송을 위해 약 7,000평 규모의 자연형 방사장을 별도로 조성해 곰들이 자연에 가까운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앞서 동물자유연대는 2022년 사육곰 22마리를 미국 The Wild Animal Sanctuary(더 와일드 애니멀 생츄어리)로 보낸 바 있다. 이번 덴마크로의 이송은 2026년 사육곰 산업 종식 이후 추진되는 첫 국제 협력 사례로, 국내외 기관이 협력해 사육곰에게 장기적인 보호 환경을 제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곰 사육과 웅담 채취가 법으로 금지된 이후에도 농장에 남아 있는 곰들을 구조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구례군, 국립공원공단 등 여러 기관이 협력해 이뤄낸 뜻깊은 성과”라며 “무엇보다 한 동물 산업을 종식하는 시대적 변곡점에서 수많은 시민들의 참여와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육곰 문제와 같은 사회적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시민 인식과 제도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며 “동물자유연대는 아직 농장에 남아 있는 200여 마리의 사육곰들을 구조하고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