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의 신고가 살린 생명…반려묘 연쇄 학대 의심 사건 수면 위로

수의사 판단·신고 없었다면 묻힐 뻔한 학대 정황...중상 입은 고양이 2마리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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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학대가 의심되는 정황을 발견하더라도 수의사가 이를 신고하기는 쉽지 않다. 학대 여부를 단정하기 어려운 데다 보호자와의 갈등, 법적 분쟁에 대한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동물병원의 적극적인 관심과 신고를 통해 학대 의심 고양이들을 구조하는 일이 있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동물학대 사건에 대한 수의사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신고의 중요성이 다시금 강조되고 있다.

학대 의심 고양이의 두부 부위가 눈에 띄게 부어있는 모습

지난 4월, 동물권행동 카라가 반려묘 연쇄 학대 의심 사건과 관련해 고양이 소유주 2명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카라에 따르면, 이들은 자신들이 기르던 고양이 4마리 가운데 2마리를 사망에 이르게 했고, 나머지 2마리에게 심각한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구조된 고양이 중 한 마리는 양측 고막 손상, 대뇌 손상, 광대뼈 및 두정골 골절, 턱관절 골절, 경추 골절, 골반 골절 등 전신에 걸친 다발성 외상을 입은 상태였다. 또 다른 고양이 역시 두개골 골절과 여러 개의 늑골 골절이 확인됐다.

피고발인은 이에 대해, 두 마리 고양이가 살벌하게 많이 싸웠고, 두개골 골절 사유는 가구에 머리를 부딪힌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단순 낙하나 충돌로는 발생할 수 없는 ‘광범위한 외부 물리력 행사’가 의심됐다. 특히, 두개골이 부어있거나, 과거 늑골 골절이 방치된 채 치유되고 있었던 점은 치료를 해주지 않고 방임했거나, 치료가 불가능할 정도의 상해를 반복적으로 가한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해당 사건을 접한 성남시청은 동물병원 진료기록을 확보해 소유주 2명을 분당경찰서에 고발했다. 카라는 상담을 거쳐 소유권 양도 확인서를 받은 뒤, 두 마리의 고양이를 보호 중이다.

학대 의심 고양이가 보행실조 증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사건은 동물병원 수의사의 의심과 신고가 없었다면 세상에 알려지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양이의 머리 쪽 상처와 고막 손상을 확인한 수의사가 동물학대 가능성을 의심해 신고함으로써 카라와 성남시청이 개입했고, 소유주들에 대한 동물학대 혐의 고발 및 고양이들의 구조가 이뤄질 수 있었다.

심지어, 조사 과정에서 과거 피고발인들에게 2마리의 고양이가 더 있었고, 2마리 모두 사망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피고발인은 사망 당시 “두 고양이 모두 침실에 설치된 캣타워에서 저항 없이 툭 떨어졌다. 한 마리가 다른 고양이의 머리를 물어 머리가 찢어졌다”고 해명했으나, 이에 대해서도 학대 혹은 방치가 있었는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카라는 “피고발인들의 점유 아래 있던 고양이 4마리가 단기간 내 잇따라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었다”며 “단순 사고가 아닌 상습적·연쇄적 학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망한 두 마리 고양이 중 한 마리의 머리에 생긴 상해

한편, 이번 사건은 동물학대 사건에서 동물병원과 수의사의 역할을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동물학대 피해 동물은 스스로 피해 사실을 말할 수 없고, 학대 현장이 직접 목격되는 경우도 드물다. 결국 수의사가 진료 과정에서 발견하는 비정상적 상해 패턴과 반복적인 외상 흔적이 학대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하지만, 학대 여부에 대한 확신 부족, 보호자와의 관계 악화 우려, 신고 이후 수사 협조에 따른 부담 등으로 인해 수의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 카라도 “병원에서 인지된 동물학대 의혹 사건은 신고나 대응이 어렵다”고 전했다.

실제, 2020년 ‘한국 임상수의사들의 동물학대 케이스 개입 의사 분석(서울대학교 수의인문사회학교실)’에 따르면, 국내 동물병원 수의사의 86.5%가 동물학대 의심 사례를 목격했지만, 절반 이상이 신고하기를 주저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고를 주저하는 이유로는 ‘신고해도 피학대동물의 안전과 복지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68.1%로 가장 높았고, 보복을 우려하는 응답자(4%)도 있었다.

2023년 ‘수의사 대상 동물학대 진료 경험 및 동물학대 대응체계 조사 보고서(동물자유연대)’에서도, 임상수의사의 94.6%가 동물학대(의심) 진료를 한 경험이 있었지만, 실제 신고한 수의사는 6.3%에 그쳤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는 ‘보호자와의 갈등을 원하지 않아서(57.4%)’, ‘신고해도 사건이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45.1%)’ 등이었다.

수의사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동물학대 의심 사례를 신고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번처럼 이상 징후를 놓치지 않고 신고할 경우, 추가 피해를 막고 학대 정황을 밝히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번 사건 역시 동물병원의 문제 제기에서 출발해 구조, 보호 조치, 형사 고발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수의사의 신고가 동물의 생명을 구한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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