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의치과협회 동물원·야생동물 봉사단 출범..사자 ‘구름이’ 근관치료로 첫 봉사

동물원 건강검진으로 이상 찾아내고, 늦지 않은 근관치료로 치아 살려..교육·협진 협력 확대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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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의치과협회(회장 정길준)가 동물원 동물과 야생동물을 위한 치과 봉사단을 꾸렸다. 봉사단은 6월 10일(수) 청주동물원에서 사자 ‘구름이’의 치과 진료를 시작으로 공식 출범했다.

봉사단장을 맡은 수의치과협회 김춘근 전 회장은 “17년의 역사를 거치며 기초를 다진 한국수의치과협회가 이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뜻깊다”며 향후 봉사활동 확대를 예고했다.

한국수의치과협회 봉사단이 6월 10일 청주동물원에서 사자 ‘구름이’ 진료로 첫 봉사에 나섰다.

암사자 ‘구름이’는 2024년 청주동물원에 왔다. 1년여 전 청주동물원으로 구조됐던 아빠 수사자 ‘바람이’와 같은 곳에 머물게 됐다.

앞서 ‘구름이’는 지난해 4월 다른 사자와의 합사를 위해 중성화 수술을 받았다. 합사 준비가 길어지며 아직은 실제 합사가 진행되진 않았지만, 1년여 만에 만난 ‘구름이’는 더욱 건장해졌다. 체중도 170kg까지 늘었다.

청주동물원 진료진은 지난해 11월 ‘구름이’의 건강검진을 진행하다 치아 이상을 발견했다. 이빨이 다소 깨져있었고, 치수가 노출됐을 가능성도 있었다. 당장 먹이 활동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지만, 보다 전문적인 치과 진료가 필요했다.

봉사는 충북대 수의대 동기인 청주동물원 김정호 진료사육팀장과 한국수의치과협회 장석진 총무이사의 인연을 매개로 성사됐다. 기존에도 수의치과협회 임원들이 개인적으로 동물원 동물의 치과진료 봉사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협회 차원의 봉사단으로 본격화하기로 한 것이다.

출범식을 겸한 이날 봉사 현장에는 전국에서 단원들이 모였다. 청주동물원 진료진과 함께 서울대공원(정유철 수의사), 광주 우치동물원(정하진 수의사)에서도 협진에 나섰다. 동물원 수의사들이 마취와 CT 촬영 등 검진을, 수의치과협회 봉사단이 치과 진료를 맡았다.

긍정 강화 교육의 성과로 블로우건 없이도 츄르를 먹으며 마취 주사를 맞는 ‘구름이’

오전 9시 50분경 마취를 시작으로 진료가 개시됐다. 긍정 강화 교육에 잘 응해주는 ‘구름이’의 마취에는 블로우건이 필요없었다. 맛있는 츄르를 먹으며 주사를 맞는 것으로 충분했다.

김정호 팀장은 “사육사 분들이 평소 (긍정 강화 훈련에) 부단히 노력해주신 덕분”이라며 “지금도 여의치 않으면 블로우건을 쓰긴 하지만, 그만큼 사이가 나빠질 수밖에 없다. 가능한 쓰지 않으려는 편”이라고 말했다.

마취된 ‘구름이’는 CT 촬영을 진행한 후 수술실이 위치한 야생동물 보전센터로 옮겨졌다. 흡입마취로 전환하면서 본격적인 치과 검진이 이어졌다.

치과 진료 특성상 마취 후 면밀한 검진을 진행해 치료 방향을 잡는다. 검진 결과 왼쪽 아래위 송곳니의 문제가 가장 시급했다. 치수가 확연히 드러난 두 치아에 대한 근관치료로 가닥을 잡았다.

집도는 김춘근 봉사단장과 권대현 협회 부회장이 맡았다. 마취 시간을 가능한 줄이기 위해 두 치아에 대한 근관치료를 동시에 진행했다. 전남대 김세은 교수와 서울대 김세은 교수가 수술을 보조하고, 정길준 회장이 차트를 기록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두 시간여 동안 진행된 근관치료는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두 시간여 진행된 근관치료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김춘근, 권대현 두 집도의 모두 오랫동안 다수의 근관치료 케이스를 진행하며 관련 연구를 병행해온 전문가들이다.

사자의 치아에 근관치료를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해외 학회 자료와 풍부한 임상 경험을 갖춘 외국 전문의들의 정보를 폭넓게 취합·분석하고, 장비와 기구, 재료를 치밀하게 준비해 첫 케이스에서 완성도 높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권대현 원장은 “기본적으로 고양이의 치아와 유사했다. 단지 엄청 클 뿐”이라며 “치료 결과가 매우 좋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춘근 단장은 “추후 모니터링으로 확인해봐야겠지만 근관치료 자체는 아주 잘 됐다. 동물원 수의사 분들이 마취를 안정적으로 담당하며 큰 도움을 주셨다”면서 “봉사단이 성공적으로 출발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사자 같은 대형 육식동물에서 송곳니는 절삭을 담당한다. 두드러지게 큰 치아다. 그만큼 손상 위험에도 노출되어 있다. 치수가 드러날 정도로 손상되면 뿌리까지 썩는 것은 시간 문제다.

3년여 전 다른 동물원에서 사자를 대상으로 비슷한 진료를 진행했던 서울대 김세은 교수는 “당시에는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로 치수가 넓어져 음식물이 잔뜩 끼어 있었다. 도저히 치아를 살릴 수 없어 발치해야만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구름이’는 동물원의 건강검진과 봉사단의 치과진료 덕분에 치아를 살릴 수 있었다. 김춘근 단장은 “근관치료가 발치보다 훨씬 덜 침습적이다. 육식동물에게 중요한 송곳니를 최대한 보존하는 목적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봉사에는 신기사가 iM3 덴탈유닛과 덴탈CR을 후원했다. 수의치과협회가 자체적으로 말에서 사용하는 동물용 포터블 DR을 준비하기도 했다.

치과용 화학소재 전문 기업 ㈜메디클러스(대표 김경은)는 원필(One-Fil)을 비롯한 수복재를 지원했다. 사자의 큰 치아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특수 대용량 원필을 제작해 봉사 진료를 뒷받침했다. 메디클러스는 앞으로도 봉사단 활동을 적극 후원하여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의 구강건강 증진에도 이바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왼쪽부터) 한국수의치과협회 정길준 회장, 김춘근 봉사단장

한국수의치과협회 동물원·야생동물 치과봉사단(단장 김춘근, 부단장 이상관)은 이날 봉사를 시작으로 정식 출범했다. 전남대 김세은 교수, 서울대 김세은 교수를 비롯해 일선에서 경험 많은 원장까지 11명을 단원으로 구성했다.

치과 질환이 동물의 영양 섭취와 행동, 삶의 질과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동물원 동물과 구조된 야생동물은 전문적인 수의치과 진료 기회를 충분히 제공받기 어렵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반려동물 임상 현장에서 축적된 전문 역량을 사회적 가치로 확장해 동물원 동물과 야생동물의 보전과 동물복지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서다.

김춘근 단장은 “단순한 수의료 봉사를 넘어 ‘치과 진료를 통한 동물복지 증진과 생태 보전’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첫 정식 봉사를 준비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반려동물보다 훨씬 큰 동물원 동물의 치아를 진료하려면, 그저 동물병원에서 쓰던 장비를 가져오는 것으로는 부족했다. 말 촬영용으로 개발된 동물용 포터블 DR을 구매하고, 각종 치과 기자재도 대형동물용으로 따로 마련했다. 그로 인한 비용뿐만 아니라 준비 과정에도 한 달이 넘게 소요됐다.

김춘근 단장은 “동물원 동물에 대한 봉사를 확대하려면 재정적인 도움도 필요하다. 대형동물에 맞는 치과 진료 인프라는 물론 부피가 큰 치과 장비를 싣고 다닐 진료 차량도 필요하다”며 사회 공헌에 뜻을 같이할 기업·기관의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동물원 진료진과의 협력 관계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번 ‘구름이’ 사례처럼 봉사단이 도움을 주려 해도 ‘치아에 문제가 있다’는 걸 동물원 측에서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동물원 자체적으로 동물에 대한 검진을 실시하고, 협진을 추진할 여력이 있어야 한다. 당장 현실적으로는 청주·광주의 거점동물원과 서울대공원 등 주요 동물원에서 가능한 일이다.

이날 현장에서는 향후 봉사를 통한 협진을 확대하기 위한 아이디어도 논의됐다. 한국동물원수족관수의사회를 매개로 봉사단 창단을 알리고 수의치과 진료 수요를 이끌어내고, 치과 검진 관련 교육에도 협력하자는 것이다.

동물원에서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건강검진에 봉사단 인력이 소수 참여해 치과검진을 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정길준 회장은 “계속 준비해오던 봉사단 창단을 이번 봉사활동을 계기로 추진했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봉사할 수 있도록 많은 참여를 부탁한다”고 전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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