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벳투더퓨처:돼지수의사] 양돈 최전선 지키는 ‘돼지수의사’ OB와 YB를 만나다

29년차 최종영 수의사, 3년차 오승준 수의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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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t to the Future』

여기 두 명의 수의사가 있습니다. 한 사람은 이제 막 출발선에 섰고, 다른 한 사람은 그 길을 꽤 걸어왔습니다.

먼저 길을 걸어온 수의사는 뒤를 돌아보며 말합니다. 그 길 위에서 수많은 풍경을 보았다고.

이제 출발하는 수의사는 그 발자국을 따라 걸어갑니다. 하지만 그 역시, 자신만의 새로운 풍경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Vet to the Future』는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수의사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먼저 걸어간 수의사에게서는 길 위에서 얻은 지혜를, 이제 길을 나서는 수의사에게서는 앞으로의 미래를 듣습니다.

경험과 가능성이 교차하는 그 길 위의 이야기를, 13기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이 전합니다.

올해 국내 양돈 산업은 예기치 못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전국 발생으로 유례없는 긴장에 휩싸였습니다.

지난해 당진에서의 ASF를 포착했던 것도, 올해 일제검사 양성 농장의 재검사 현장에서도 돼지수의사의 역할은 다시 한 번 증명됐는데요,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이 OB와 YB 돼지수의사를 만났습니다. 한국돼지수의사회 전임 회장이자 29년차 베테랑인 최종영 수의사(OB)와 3년차 새내기 오승준 수의사(YB)가 그 주인공입니다.

최종영 전 한국돼지수의사회장 (자료사진)

반갑습니다. 29년차 수의사 최종영입니다. 강원대 수의대에서 석사까지 졸업한 후에 도드람양돈농협 동물병원에서 약 8년간 근무했고, 이후 개업하여 개인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병원은 돼지만 진료하는 1인 병원인데요, 농장을 직접 방문하는 출장 진료 형태로 운영해왔습니다.

대부분 계약 기반의 정기 방문 진료로 이루어집니다. 보통 월 1회 농장을 방문하는 식이죠.

방문 전에는 농장의 병력, 검사 결과, 생산 성적 등을 분석하고 질병 검사 필요성이나 약품 처방 여부를 검토하고요, 이후 농장에서 돼지를 직접 확인하고 농장주나 직원들과 상담하며 진료를 진행합니다.

농장이 도심에서 떨어져 있다 보니 운전하는 시간도 업무시간에 포함됩니다(웃음).

돼지 임상수의사의 특징 중 하나는 진료 방식입니다. 반려동물 임상처럼 한 동물병원에서 여러 환자를 진료하는 형태가 아니라, 농장을 직접 방문해야 하다 보니 하루 진료 건수는 보통 1~2곳 정도입니다. 비교적 여유 있게 이루어지는 편이죠.

진료 결과에 대한 부담감도 반려동물 임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 것 같습니다. 근무 시간 대비 수의사에 대한 보수도 굉장히 높은 편입니다.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는 점도 큰 장점이라 볼 수 있겠네요.

가장 큰 변화는 바이러스성 질병의 증가입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 구제역,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 돼지유행성설사병(PED)과 같은 고위험 바이러스성 질병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그 영향력도 훨씬 커졌습니다.

재난형 가축전염병에는 국가 단위의 방역 대응이 필요하다 보니 국가 차원의 통제와 관리도 크게 강화됐죠. 그 결과 방역과 질병 관리의 중심이 민간 임상수의사에서 수의직 공무원 중심으로 이동하는 구조적 변화가 수반됐습니다.

질병 관리가 더욱 체계화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현장에 가장 가까이 있는 민간 임상수의사의 경험과 역할이 방역 체계 내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법적으로는 농장동물 임상수의사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기대치는 과거에 비해 분명히 높아졌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수의사 처방제의 도입이죠. 하지만 불법 처방전 발행이나 부적절한 의약품 유통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법과 원칙을 지키며 진료하는 수의사들이 오히려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어, 개인적으로 답답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이에 대한 관리·감독이 보다 강화되고, 수의사의 전문성이 존중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힘들었던 경험이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2000년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파주 지역으로 파견되어 백신 접종 업무에 참여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당시에는 방역을 위해 외부와 철저히 격리된 상태에서 한 달 동안 소와 돼지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진행했는데요, 말 그대로 한 달 동안 농장과 접종 현장만 오가며 지냈던 시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결혼을 앞둔 시기였는데, 한 달 동안 사실상 ‘방역 현장에 묶인’ 상태로 지내다 보니 결혼 준비도 겨우 진행했던 기억이 납니다(웃음).

과거에 비해 정보 접근성이 매우 좋아졌다는 점이 후배 수의사들에게 부러운 점 중 하나죠. 예전보다 공부하기 좋은 환경이 마련되어 있고, 다양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입니다.

또한 후배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것은 ‘소통하는 능력’의 중요성입니다. 수의사는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존재를 넘어, 사람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현장을 움직이는 전문가이기 때문입니다.

전문 지식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전달하고 타인과 소통하며 조율하는 능력이 임상수의사의 진정한 역량임을 잊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돼지고기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인수공통전염병의 발생 가능성을 현장에서 조기에 파악하고 예방하는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또한 항생제 사용 관리와 내성 문제 대응 역시 임상수의사가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할 핵심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돼지 임상수의사는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역할을 넘어, 농장과 사회 전반의 보건 안전을 지키는 전문가로서, 질병에 가장 먼저 대응하는 ‘파수꾼’으로서의 역할이 더욱 강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국내에서 농장동물 수의사로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 제도적 한계와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로 원헬스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고, 국제적인 흐름에 맞춰 농장동물 수의사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어려운 시기이지만, 농장동물 수의사의 미래는 분명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   *   *

29년간 양돈 임상 현장을 지켜온 최종영 수의사의 이야기는 산업의 변화와 현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농장동물 수의사의 역할이 단순한 임상을 넘어 공중보건과 식품 안전까지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농장동물 수의사는 원헬스 시대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으로, 앞으로 그 역할과 책임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베테랑 수의사의 시선에 이어, 돼지 임상수의사로 첫발을 내딛은 지 3년이 된 PIC Korea의 오승준 수의사를 만나 돼지 임상수의사로서의 적응기와 돼지수의사를 꿈꾸는 후배를 위한 조언을 들어보았습니다.

PIC Korea 오승준 수의사

안녕하세요. PIC Korea에서 근무 중인 3년차 돼지수의사 오승준입니다. 경상국립대 수의대를 졸업한 후 공중방역수의사로 3년간 방역 현장을 경험했고, 이후 다비육종에서 4년간 농장 실무를 익혔습니다.

현재는 종돈 회사에서 안전한 종돈 생산을 위한 ‘종돈장 관리’와 고객 농장의 생산성 향상을 돕는 ‘기술 지원’ 업무를 병행하며, 돼지 건강과 농가의 수익을 동시에 책임지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양돈업계에 계십니다. 그래서 당연하다는 듯 ‘너도 돼지 키우겠네’라고들 말씀하셨죠. 그래서 처음엔 반항심에 ‘돼지수의사만은 되지 않겠다’는 오기도 있었습니다. 돼지가 내 길이 아니라는 확실한 명분을 찾으려고 예과 2학년 때부터 일부러 농장 실습을 자처하기도 했습니다(웃음).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농장에서 돼지를 돌보는 재미에 푹 빠져버렸고, ‘Rule out’하러 갔던 그곳에서 제 흥미와 적성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저처럼 경력이 많지 않은 YB 돼지수의사들에게 더 중요한 역량일 것 같아요. 농장에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해드리기 위해서는 그 농장을 정확히 이해해야 하고, 그러려면 농장의 관리자나 사장님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농장에서 근무할 때는 제가 하는 대로 결과가 나왔다면, 수의사로 일할 때는 어떤 결과를 보기 위해서는 농장과 소통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더라고요. 제가 아무리 좋은 방법과 방향을 제시해드리더라도 농장에서 그렇게 안 해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요즘은 ‘어떻게 말씀을 드리면 잘 적용하실까?’를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업무상의 특징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출장 진료가 아닐까 하는데요. 특히 저희는 한 시군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시군을 다니는 데에 차이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 마리의 개체부터 수만 마리의 돈군을 관찰하는 것도 반려동물 임상과는 큰 차이라고 볼 수 있죠.

제가 현실적으로 느끼는 돼지 임상수의사의 가장 큰 장점은 워라밸입니다. 농장 방역 시스템상 하루 진료 건수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농장 측의 작업 시간표에 맞춰 움직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규칙적인 일과가 형성됩니다. 갑작스러운 야간 응급 호출보다는 사전에 계획된 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많죠.

지금도 마찬가지로 어렵다고 느끼는 부분인데요, 모든 농장의 환경이 똑같지 않다는 점입니다. 시설부터 질병 상황까지 천편일률적인 농장은 단 한 곳도 없었죠. 책에서 배운 ‘정답’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현장의 다양성이 가장 큰 벽이었습니다.

또한 강한 업무 강도도 힘든 점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농장 근무로 커리어를 시작했는데, 몸을 쓰는 일이 익숙하지 않다 보니 처음 한 달간은 퇴근하면 잠만 잤을 정도였어요.

체력적인 적응기가 필요했지만, 돌아보면 그 시간 동안 몸으로 배운 경험이 지금 수의사 업무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농장의 성적 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질병이든 사양관리 방식이든 간에 어떤 문제가 있는 농장은 성적이 좋지 않을 수 밖에 없는데, 그 부분을 농장 사장님, 관리자와 상의하고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내어 성적이 개선되는 상황을 함께하는 것에 굉장히 보람을 느낍니다.

가장 드리고 싶은 말씀은, 가능하다면 꼭 현장을 직접 경험해보고 결정하셨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돼지수의사는 책이나 강의로 보는 것과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차이가 굉장히 큰 직업이기 때문에, 짧은 기간이라도 농장 실습이나 돼지 수의사 선배님을 통하여 경험을 해보는 것이 진로 선택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돼지 임상수의사라는 직업은 단순히 가축 질병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서 농장의 생산성과 경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 큰 특징입니다. 이런 부분에 흥미를 느끼신다면, 충분히 도전해볼 가치가 있는 매력적인 분야가 양돈수의사라고 생각합니다.

이혜수 기자 studyid0811@gmail.com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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