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좀, 불법이라는데 사용 여전..면허 조치 위험에 수의사회 ‘고심’
불법 유통도, 수의사 면허 정지 가능한 법령도 문제..회원 안내 필요성 제기
5월 30일(토) 오송 H호텔 세종시티에서 열린 대한수의사회 2026년도 제2차 임원 워크숍에서 엑소좀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관련 민원이 이어지며 관할 당국이 ‘불법’으로 해석했지만, 여전히 개원가에 유통되며 유료 치료옵션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에서 조직적 민원이 포착되며, 미허가 엑소좀을 사용한 수의사에 대한 면허 조치 위험성까지 대두됐다.

미허가 엑소좀 유통, 불법으로 고발됐지만..
동물병원 사용 여전
엑소좀 논란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동물병원에서 동물 환자의 치료·삶의 질 개선 목적으로 사용하는 주사제인데, 실제로는 허가 받은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 이에 대한 적법성을 문제 삼는 민원이 발생했다. 여러 업체들이 앞다퉈 동물병원에 엑소좀을 공급하면서다.
민원을 접수한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해 8~10월 엑소좀 공급 업체에 대한 현장 점검을 벌인 끝에 해당 유통을 불법 미허가 의약품 판매로 보고 관련 업체를 약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연구 목적으로 보호자 동의를 받고 사용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검역본부로부터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지도 않았고, 동물병원으로의 제품 공급도 유료, 동물 환자에 대한 시술도 유료로 진행됐기 때문이다(본지 2025년 10월 13일자 ‘동물병원 개원가 관심 높아진 엑소좀, 불법 의약품 문제 도마 오르나’ 참고).
이처럼 동물용의약품 관리를 담당하는 주무부처가 ‘불법’이라는 해석을 내려 고발까지 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동물병원으로 엑소좀이 공급된다. 관련 업체는 수의사회 연수교육에 후원사로 참여한다.
이날 워크숍에서 대한수의사회 사무처는 미허가 엑소좀 사용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행정당국이 불법으로 보고 있는만큼 관련 단속이나 보호자 민원이 발생할 경우 동물병원 수의사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반드시 허가 받은 의약품이 아니더라도 수의사가 수의학적 근거에 기반해 치료에 활용하는 행위는 재량권으로 보장받아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함께 전했다.
미허가 의약품 사용하면 면허 정지 가능한 수의사법 시행령
서울 강남권 조직적 민원 조짐도
미허가 의약품 판매로 인한 약사법 위반 혐의는 동물병원이 아닌 공급업체에 적용된다. 지난해 검역본부가 고발한 대상도 동물병원이 아닌 공급업체다.
하지만 미허가 엑소좀을 사용한 수의사에게도 문제 소지는 있다. 현행 수의사법 시행령이 ‘품목허가를 받지 않은 의약품을 진료에 사용하는 행위’를 수의사법 위반으로 보고 수의사 면허를 정지할 수 있는 사유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수의사법 시행령 제20조의2).
현장에서는 관련 움직임도 포착된다. 이날 워크숍에서도 서울 강남권 일부 지역의 동물병원들을 대상으로 관할 구청과 검역본부 등에 엑소좀 사용 행위나 관련 광고 행위에 대한 조직적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불법 소지가 큰 상황임을 모른 채 유료로 엑소좀을 사용하고 있는 동물병원이 단속이나 민원에 걸려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한 회원 안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우연철 회장은 “결국 수의사만 다치는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엑소좀이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현 상황은 물론 일선 수의사에 대한 면허조치로 이어질 수 있는 법령까지 모두 문제로 지목했다.
우 회장은 “동물용의약품으로 허가 받은 성분이 너무 한정적이다 보니, 수의사는 과학적 근거와 전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의약품으로 허가받지 않았더라도) 대부분의 물질을 진료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이제까지의 원칙이었다”면서 “이 같은 행위가 제한 받지 않도록 해당 시행령 규정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검증 안됐다 vs 일선 병원에 도움 ‘시각차’
이날 워크숍에서는 엑소좀에 대한 임원 간 의견차도 엿보였다.
한 임원은 “전세계적으로 엑소좀이 의약품으로 허가 받은 사례가 없다”면서 주의를 촉구했다. 또다른 임원도 “수의사가 동물질병을 책임지는 전문가로서 목적동물에 정말 안전한 지 명확히 확인하고 사용해야 한다”며 “동물의 건강보다 돈만 보고 들어 오는 업체는 시장에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반면 한 지부수의사회장은 일선 회원 동물병원이 엑소좀을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엑소좀이 줄기세포치료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되며, 자체적인 줄기세포 배양 인프라를 갖추기 어려운 일선 동물병원도 재생의학적 치료에 나설 수 있는 옵션이 된다는 것이다. 노령·난치성 반려동물 환자의 증상 완화와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점도 지목했다.
엑소좀 등 신약이 보다 빠르게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검역본부가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우연철 회장은 “(엑소좀 관련 법령 해석을) 당국과 추가 협의한 후 회원에게 관련 내용을 안내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