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를 진료하는 일은 다르다’ 대한특수동물의학회 제3회 학술대회 ‘조류’에 초점

조류 특이적 지질 대사부터 각종 진단검사, 외상·번식·응급 진료까지 총망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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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특수동물의학회(회장 연성찬)가 5월 17일(일) 서울대 수의대 스코필드홀에서 제3회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특수동물의학의 비상’을 내건 이번 학술대회는 조류 진료에 초점을 맞췄다. 해외 연자의 내과·응급 강연을 시작으로 국내 수의대 교수진의 영상·병리 진단 가이드라인 특강, 일선 수의사들의 실전 증례 발표로 이어졌다.

대한특수동물의학회가 5월 17일(일) 제3회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첫 연자로 나선 미국 UC DAVIS 웨일 수의과대학 위그 보프레르(Hugues Beaufrère) 교수는 조류의 지질 대사 장애를 조명했다. 앵무새에서 다발하는 지질 관련 질환의 병태생리와 치료적 접근을 소개했다.

보프레르 교수는 포유류와 확연히 다른 조류의 지질 대사 기전에 주목했다. 조류는 소화 유래 지질이 림프계로 직접 이동하지 않으며, 간이 지질 합성 및 수송의 전 과정을 통제한다.

특히 암컷은 난황(노른자) 형성을 위한 특수한 지질 수송 경로가 있어 수컷보다 지질 장애에 훨씬 취약하다. 고지혈증이나 죽상동맥경화증과 같은 전형적인 지질 축적 장애는 물론 난황 복막염이나 난황 색전증 같은 생식기계 질환이 빈발한다.

앵무새에서 고지혈증이나 간지질증(지방간)은 포화지방이나 당분이 과다한 식단, 운동 부족이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퀘이커와 아마존앵무 등에서 흔히 발생한다.

특히 동맥벽에 지방이 축적되는 죽상동맥경화증은 혈관 협착을 유발해 앵무새의 돌연사를 일으키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종 특이성도 비교적 뚜렷해, 아마존앵무에서는 다발하는 반면 코카투와 금강앵무는 비교적 저항성을 띤다.

보프레르 교수는 “임상 현장에서는 절식 상태의 혈청 샘플로 총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HDL, 비-HDL 수치를 평가해야 한다”며, 죽상동맥경화증 진단 시에는 혈관 내강 측정보다 CT나 방사선을 통해 칼슘을 대체 마커로 확인하는 구조적 영상 검사가 임상적으로 더 유용하다고 덧붙였다.

투약 자체가 스트레스로 인한 위험이 있는만큼 치료적 접근은 식단 관리를 우선한다. 약을 쓰기에 앞서 펠릿(Pellet) 사료와 신선한 채소 중심의 식단 교정을 최우선으로 권장했다.

약물 치료에서는 임플란트 형태의 데슬로레린(Deslorelin) 제제를 활용해 생식기관 활동을 억제하면 지질 감소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는 스타틴(Statin)계 약물에 대해서는 “아직 앵무새에서 명확한 유효 용량이 확립되지 않았다”면서 12~24시간 간격으로 지질 수치를 모니터링하며 조절할 것을 권고했다.

보프레르 교수는 “혈액검사에서 단 한 번의 이상 수치만으로 치료를 시작하진 않지만, 만성화된 양상을 보이거나 번식하는 암컷 등의 위험 요인이 있다면 치료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학교(LSU) 수의과대학 토마스 툴리(Thomas Tully) 교수는 ‘조류 응급 및 중환자 의학’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조류 환자는 보호자가 질병 상황을 잘 인지하지 못한 채 보상실패(Decompensation) 상태에 이르러서야 내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체중이 감소할만큼 심각해도 풍성한 깃털에 가려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툴리 교수는 “조류가 일반적으로 피식자라서 증상을 잘 보이지 않는다고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면서 “보호자가 ‘뭘 관찰해야 할지’ 잘 몰라서 증상을 포착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나빠진 상황에서 응급으로 내원한 조류 환자에 대처할 때는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툴리 교수는 “진단을 위한 샘플 채취 과정에서 발생하는 극심한 스트레스가 환자를 폐사로 몰고 갈 수 있다. 진단 검사를 하려다 스트레스로 폐사하면 확보한 샘플이 무슨 소용인가”라고 경고하며, 무리한 진단보다 산소 공급 등 환자 안정화가 최우선임을 강조했다.

핸들링으로 인한 처치 시간을 줄이려면 사전에 모든 물품을 미리 준비해두어야 한다. 스트레스를 통제하기 위해 전신마취나 진정도 적극적으로 고려한다.

조류의 통증 평가에 대해서는 “아직 조류에 특화된 명확한 통증 척도는 없다”면서도 “‘만약 사람인 내가 저 부상을 입었다면 아플 것인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 주저 없이 진통제를 투여해야 한다”는 실용적인 접근법을 제시했다.

응급 조류에서 가장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수액 및 영양 요법의 임상 팁도 공유했다.

섭식 거부 환자에게 튜브를 이용해 강제 급여(Gavage)를 실시할 때는 모이주머니(Crop)가 비어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툴리 교수는 “급여 후 새를 붙잡고 있으면 구토로 인한 흡인(Aspiration)이 발생하기 쉬우므로, 처치 직후 새를 즉시 바닥에 내려놓아 스스로 기도를 확보하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서울대 수의대 김용백 교수는 ‘조류 혈액학(Avian hematology)’을 주제로, 조류 혈액 검사의 원칙과 임상적 오류를 줄이는 판독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김용백 교수는 조류에서 전혈구 검사(CBC)가 임상 증상을 숨기는 조류의 건강 상태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다만, 조류의 전체 혈액량은 체중의 약 7%에 불과하며, 채혈량이 체중의 1%를 초과할 경우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어 최소한으로 수행해야 한다.

조류의 적혈구는 포유류와 다르다. 타원형에 핵을 가지고 있으며, 수명이 길다. 출혈 등으로 발생한 빈혈 상황에서도 재생성 반응이 미약하고 늦게 나타나므로 현미경 관찰 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백혈구 중 포유류의 호중구(Neutrophil) 역할을 하는 것은 호산성 과립을 가진 이염색백혈구(헤테로필, Heterophil)이다. 김 교수는 “헤테로필은 산화적 사멸 능력이 약해 감염 부위를 액화시키지 못하므로, 조류에서는 액체 형태의 고름 대신 단단한 육아종이 형성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자동화 기기 판독 시 가장 흔히 혼동되는 림프구(Lymphocyte)와 혈전세포(Thrombocyte)의 감별 중요성도 강조됐다. 조류의 혈전세포는 지혈뿐 아니라 면역 기능에도 관여하며, 림프구와 크기가 비슷하지만 세포질이 거의 보이지 않거나 주름져 있는 형태적 특성으로 감별해야 한다.

김용백 교수는 ‘자동화 혈액 분석기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조류는 적혈구와 혈전세포에 모두 핵이 존재해 기계가 세포를 오분류하는 경우가 매우 빈번하다는 것이다. 기계의 수치는 전반적인 경향성 파악에만 참고하고, 반드시 혈액 도말과 염색을 거쳐 직접 현미경으로 세포들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혈구상(Leukogram) 해석 시 주의할 점도 공유됐다. 조류는 스트레스에 매우 취약해 내원 및 보정만으로도 가벼운 헤테로필 증가증과 림프구 감소증을 동반하는 ‘스트레스 백혈구상(Stress leukogram)’이 흔히 나타난다. 이를 실제 감염이나 염증으로 오인해 과잉 해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반면, 전반적인 백혈구 감소증(Leukopenia)은 예후가 매우 불량하다는 신호라는 점도 함께 지목했다.

김 교수는 “혈액 도말 검사상 원충 등 기생충이 관찰되더라도, 야생조류 등에서는 임상 증상 없이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기생충의 존재가 반드시 병적 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자동화 기계의 수치에 매몰되지 말고 환자의 임상적 병력과 도말 검사 소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진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대 한재익 교수

전북대 수의대 한재익 교수는 ‘야생/외래성동물 진료실의 현미경 검사: 분변에서 세포까지’를 주제로 강연을 이어갔다.

한 교수는 “소형 특수동물은 채취할 수 있는 시료가 극히 제한적이므로, 단 한 번의 현미경 검사에서도 최대한 많은 임상적 단서를 도출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신 대사를 파악하는 핵심 지표로는 분변 검사를 꼽았다. 빌리버딘(Biliverdin) 대사를 하는 조류는 연한 초록색 분변을 보는 것이 정상이다. 만약 변이 노란색이라면 간 기능 부전을, 비정상적으로 짙은 초록색이라면 식욕 부진에 따른 빌리버딘 농축을 의심할 수 있다.

치료 과정에서의 세밀한 모니터링도 강조됐다. 통증 완화를 위해 조류에게 NSAID를 처방할 경우 위장관 출혈이 빈번하게 발생하므로 분변 도말을 통해 주기적으로 출혈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한 교수는 이와 관련해 최근 조류 임상에서 주목받고 있는 SAA(Serum Amyloid A) 수치를 언급하며, 이를 활용한 염증성 질병의 새로운 진단 지표 가능성도 함께 소개했다.

임상 현장에서 흔히 접하는 깃털 뭉침(Feather matting)은 단순한 외부 오염보다 신체 내부의 삼출물이 원인일 확률이 높다는 점을 지목했다. 삼출물에 의해 안쪽 솜깃털(Down feather)이 젖고 중심축의 작은깃가지(Barbule) 구조가 망가지며 뭉침이 발생한다.

조류의 헤테로필은 감염 부위에 고형 농양을 형성하므로 완치를 위해서는 외과적 절제가 필수적이다. 감염균에 따른 종별 발현 양상의 차이도 나타난다. 비결핵항산균(NTM) 감염 시 맹금류는 특이하게 피부에 습윤한 액상 농이 발생하지만, 앵무새는 주로 선위 염증을 동반한 소화기 장애로 나타나므로 진단 시 유의해야 한다.

강원대 수의대 안상진 교수는 ‘X-ray에서 Virtopsy까지: 조류를 읽는 영상진단‘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안 교수는 “정확하게 촬영된 첫 번째 영상 한 장이 불필요한 핸들링을 10번 줄일 수 있다”며, 환자의 상태와 임상적 목적에 맞는 영상 장비(Modality)의 전략적 선택을 강조했다.

안 교수는 영상 진단이 비특이적인 혈액 검사 결과를 보완하며 궁극적으로 자연 방생과 안락사 여부를 가늠하는 객관적이고 필수적인 지표라고 설명했다.

검사 장비의 선택은 던져야 할 임상적 질문에 따라 달라진다. 응급 외상이나 뼈 질환의 형태 파악에는 엑스레이와 CT가 우선된다. 장기 기능 및 연부 조직의 정밀 평가에는 초음파와 MRI가 상호보완적으로 사용된다. 다만 조류의 경우 진정을 선행하거나 수건·후드를 이용해 시야를 차단하는 등 최소한의 핸들링과 체온 관리가 수반되어야 한다.

조류의 골격은 얇은 함기골로 이루어져 미세한 외상에도 쉽게 부러진다. 엑스레이상으로는 골절선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특히 야생조류의 충돌 사고 시 가장 빈번하게 손상되는 부위는 비행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견갑대(오훼골, 쇄골, 견갑골)다.

안 교수는 조류 엑스레이 촬영 시 미세한 뼈의 회전만으로도 큰 왜곡이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하며 정확한 포지셔닝을 역설했다. 호흡이 불안정할 경우 기낭이 압박되는 VD(복배방향) 자세는 절대 피해야 하며, 다리뼈와 체강 장기가 겹치지 않도록 신체 구조물을 적절히 이격시켜야 한다.

기본 뷰만으로 진단이 어려울 때는 특수 뷰를 루틴하게 활용할 것을 권장했다. 겹쳐진 견갑대 뼈들을 분리해 평가하는 ‘45도 사면 촬영법(H-view)’, 어깨 관절 탈구 여부를 살피는 ‘스트레스 뷰(Stressed view)’, 요골·척골의 정렬 관계를 파악해 정교한 수술 계획을 돕는 ‘CC 뷰(Craniocaudal view)’, 척추 골절 유무를 겨냥한 ‘오블리크 뷰(Oblique view)’ 등을 증례에 맞게 추가해야 한다.

조류는 횡격막 없이 전신을 감싸는 기낭 시스템을 지닌 단일 체강(Coelom) 구조다. 영상 판독 시 정상적인 심장과 간의 연접부는 잘록한 모래시계 형태를 띠어야 하며, 간의 하단 마진이 어깨 관절에서 골반을 잇는 가상의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 정상적인 기낭벽은 영상에 나타나지 않지만, 기낭염으로 삼출물이 차오르면 벽이 두꺼워진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강연 말미에는 영상 진단을 기반으로 한 가상 부검, ‘Virtopsy(Virtual+Necropsy)’ 개념이 소개됐다.

기존의 전통적 부검은 술자의 경험에 크게 의존하며, 사후 개복 과정에서 병변 정보가 손실되거나 인수공통감염병에 노출될 위험이 존재했다. 반면 부검 전 CT나 MRI를 촬영하는 Virtopsy는 사전에 병변의 위치와 범위를 3D로 파악해 정밀한 ‘표적 부검’ 설계를 가능하게 한다.

안 교수는 “살아있는 환자의 임상 영상과 실제 병리적 부검 소견이 하나의 통합된 디지털 케이스로 정립된다면 조류 수의학 발전에 획기적인 데이터베이스가 될 것”이라며, 영상과 부검을 잇는 진단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대한특수동물의학회 연성찬 회장

‘진단’에 초점을 맞춘 수의대 교수진의 특강에 이어 일선의 임상 증례도 공유됐다.

리틀쥬동물병원 김종일 원장이 내시경을 활용한 조류의 이물 제거를, 서울대 이도나 수의사가 조류의 생식기 질환을 조명했다. 서울대 손혁진 수의사는 ‘조류 외상 환자의 임상적 접근’을 주제로 응급 처치 및 신체검사 팁을 공유했다.

대한특수동물의학회 연성찬 회장은 “특수동물 진료에 대한 사회적 수요와 전문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번 학술대회는 조류 진료에 초점을 맞춰 일선 수의사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민지 기자 jenny0307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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