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 53] 잠실바른눈안과동물병원 성현우 원장
보호자와 동료 수의사에게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병원이 되는 게 목표

수의사신문 데일리벳은 특정 진료과목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를 시리즈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물병원이 늘어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보호자의 기대수준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모든 진료과목을 다루기보다 특정 진료과목에 집중하는 동물병원에 대한 필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진료과목별 학회가 전문의 제도를 이미 도입했거나 준비 중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수의전문의(전문수의사)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14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 시리즈의 53번째 주인공은 안과전문 동물병원인 ‘잠실바른눈안과동물병원’입니다.
‘바른눈안과동물병원’의 성현우 원장님을 데일리벳이 만났습니다.

Q. 수의사 공통질문입니다. 수의사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유치원생 때부터 로봇과 모형 조립에 푹 빠져 살았습니다. 유독 손재주가 좋아서 주변에서도, 저도 당연히 공학자가 될 거라고 믿었어요. 그런데 집에서 금붕어와 햄스터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좀 달라졌습니다. 평소에 눈물이 거의 없는 편인데, 동물이 아플 때만 되면 눈물을 한 바가지씩 쏟더라고요.
결정적인 계기는 중학교 때였습니다. 누군가 잠깐 맡기고 간 강아지를 주인이 끝내 데리러 오지 않아서, 임시 보호를 하다가 결국 보호소에 보내야 했습니다. 제가 직접 좋은 곳을 찾아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오래 남았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도 공대를 생각하다가, ‘평생 하고 싶은 일이 뭘까’를 다시 정리하면서 수의대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Q. 수의대 시절 안과에 매료된 특별한 순간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수의대에 와보니 전공이 생각보다 세분화되어 있더라고요. 그러던 중 서강문 교수님(서울대 수의대 수의안과학) 수업에서 백내장 수술 영상을 처음 봤습니다. 그 순간 “아, 이거다” 싶었어요. 어릴 때부터 장기였던 손재주가 가장 잘 쓰일 수 있는 분야가 안과 미세수술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0.1mm 단위로 다투는 영역이니까요.
그래서 졸업 후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안과대학원에 진학해 임상수의학 석사 과정을 밟으며 안과 수의사으로서의 기본기를 다졌습니다. 단순히 수술을 흉내 내는 수준이 아니라, 백내장·각막에서 망막 수술까지 술기를 제대로 마스터하고 싶었거든요.

Q. 안정적인 동물병원 과장 생활을 뒤로하고 개원을 선택하셨습니다. 두려움은 없었나요?
수익보다는 진료 환경에 대한 욕심이 컸습니다. 제가 가장 하고 싶은 분야가 망막 수술인데, 망막 수술은 장비 투자 대비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 2차 동물병원이나 대학동물병원도 선뜻 하기 힘든 분야예요. 누가 환경을 만들어 주기를 기다리기보다, “그럼 내가 차리자”는 쪽이 빠르겠더라고요. 2차급 병원에서 과장으로 근무한 뒤 개원했고, 지금은 거의 매주 망막 수술을 진행하고 있어서 결정에 후회는 없습니다.
안과 수술 환경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눈에 단 하나의 독소도 들어가지 않는 완벽한 환경을 만들고, 그 공간에서 수술을 집도하고 싶었어요.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정제수 전기 펌프를 해외에서 직접 공수해 인테리어 단계부터 시공에 반영했습니다. 인테리어 실장님도 이런 건 듣도 보도 못했다고 하셨습니다.

Q. 병원을 개원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오직 안과 진료만을 위한 공간으로 설계했습니다. 진료와 수술에만 집중하고자 사료, 백신, 영양제 등은 일절 두지 않았습니다.
대기실에는 주·야간 시력 테스트를 할 수 있는 ‘미로 놀이터’를 만들었어요. 평소에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게 하고, 검사가 필요할 땐 미로로 전환되는 공간입니다. 이곳을 포함해 병원의 모든 공간이 암실로 전환되는데, 어떤 공간에서도 안과 검사가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수술 전후 예민한 환자나 내성적인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고양이를 위해서는 조용한 ‘보듬실’과 ‘고양이 안심둥지’를 따로 마련했습니다. 공간 이름은 가능하면 우리말로 짓고 싶다는 작은 고집이었습니다(웃음).
장비는 바슈롬 스텔라리스 엘리트, 자이스 루메라-i 현미경에 망막용 Resight 500, 망막 단층 촬영을 위한 OCT까지 갖췄습니다. 안과는 장비가 결과를 많이 좌우하는 분야라 환자의 눈에 닿는 영역만큼은 양보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Q. 바른눈안과동물병원이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바른’에는 두 가지 의미를 담았습니다.
하나는 결과를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설명하고 정직하게 진료하겠다는 원칙입니다.
다른 하나는 그렇게 진료해서 환자에게 ‘바른 눈’을 돌려주겠다는 다짐이에요. 이름을 짓는데 오래 고민했습니다.
Q. 병원의 인력 구성은 어떻게 되나요?
진료 수의사는 저 한 명입니다. 대신 마취 부분에 많이 투자했어요. 안과 수술 환자는 대부분 노령이고 기저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안구 반사나 호흡 변동으로 인한 1mm의 떨림이 수술 결과를 좌우합니다. 그래서 마취과 전공 수의사가 주 2회 출근해서 그날의 수술 마취를 1:1로 전담합니다. 집도의인 저는 눈 수술에만 집중할 수 있는 구조예요.
수술 전후에 총 4번의 상담이 있습니다. 수술 전후 상담, 마취 전후 상담이 그것입니다. 설명이 매우 길어짐에도, 보호자분들께서 가장 만족하는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Q. 주요 진료과목과 진료 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100% 안과 진료만 보는데요, 가장 자신 있는 건 백내장과 망막 수술입니다. 그리고 일반 안질환부터 백내장, 녹내장, 유리체·망막 수술(망막박리 등) 등 안과의 모든 영역을 다루고 있습니다.
진료 시간은 화~일요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이고, 월요일은 휴무입니다. 일요일은 초진과 응급 환자만 진료하고, 화요일과 목요일은 수술 전담일이라 외래 진료를 보지 않습니다.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타 병원에서 의뢰 주신 환자분의 기본 혈액검사나 방사선 같은 일반 진료 영역은 의뢰해 주신 병원에서 웬만하면 그대로 진행하시도록 안내해 드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희는 안과 진료에만 집중하는 구조라서요.

Q. 대기실 모니터로 강아지 눈 수술 장면이 실시간으로 나오고 있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수술실 안의 라이브 영상인가요?
네, 맞습니다. 수술방 문은 닫히지만, 보호자분들 중에 우리 아이 수술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거든요. 백내장 수술은 출혈이 거의 없는 수술이라 보시기에도 큰 거부감이 없는 편이라서, 원하시는 분들께는 현미경 시야를 그대로 대기실 모니터로 공유해 드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운영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수술이라는 게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 어떤 변수든 생길 수 있고, 그 모든 과정을 보호자분께 가감 없이 보여드리는 것이 가장 정직한 방식이라고 생각해서입니다. 수술 시야를 처음부터 끝까지 공유한다는 건, 어떤 일이 있어도 제가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보호자와의 약속이기도 합니다.
둘째는, 안과 수술은 보호자분이 수술 과정을 직접 보시는 것 자체가 가장 좋은 사후 설명이 된다는 점입니다. 수술 후에 말로만 “잘 끝났습니다” 하는 것보다, 직접 보신 장면을 두고 “이 단계가 이래서 이렇게 진행됐고, 앞으로 회복은 이런 흐름으로 갈 겁니다” 하고 말씀드리는 게 훨씬 정확합니다. 보호자분도 마음의 준비를 하실 수 있고요.
라이브로 보시는 게 부담스러운 분들도 당연히 계세요. 그런 분들께는 수술 시작 전에 꼭 말씀드립니다. “끝나고서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은 같이 보셔야 합니다.”라고요. 그래야 회복 과정에서 보호자분이 무엇을 살피셔야 하는지, 어떤 신호가 정상이고 어떤 게 신경 써야 할 부분인지 제가 제대로 안내해 드릴 수 있거든요.
처음에는 수술이 끝난 뒤에 영상을 함께 보는 방식으로만 운영했었는데, 지금은 보호자분이 직접 선택하도록 합니다. 라이브로 같이 보실지, 끝난 뒤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리뷰하실지를요. 사실 이런 방식은 제가 평소 존경해 온 지동범 원장님(지동범동물안과치과병원)께서 수술 시야를 보호자와 적극 공유하시는 모습을 보며 배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Q. 유튜브 ‘복받은 캣독’의 수의사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어릴 때 그 강아지를 끝까지 책임지지 못했던 마음이 계속 남아 있어서, 졸업 후 수의장교가 되자마자 유기견이었던 진도 믹스 ‘영복이’를 입양했습니다. 부대장님의 배려로 부대에 같이 출퇴근하기도 했고요. 그러던 중 부대장님이 테니스장에서 굶주린 채 발견된 새끼 고양이 ‘또복이’를 제게 살려달라며 맡기셨는데, 다행히 또복이가 회복해서 영복이와 둘이 껌딱지처럼 붙어 지내더라고요. 그 모습이 너무 예뻤는데, 주위에서 유튜브를 하라고 정말 난리였어요. 그래서 허락을 받고 채널을 시작했습니다.
영상이 알려지면서 부대 병사들이 다치거나 굶주린 고양이들을 제게 데려오기 시작했어요. 천둥 치는 날 풀숲에서 구조된 새끼 고양이 같은 아이들을 치료하고, 채널을 통해 입양처를 찾아주었습니다. 군 생활 내내 퇴근 후에도 바빴지만, 수의사로서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대학원과 병원 준비로 업로드가 뜸해졌는데, 구독자분들께 늘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Q. 주요 연구 성과를 알려주세요.
최근 2026년 아시아수의안과학회(AiSVO)에서 백내장 수술 시 i-chopper(illuminated chopper) 술기에 대해 구두 발표를 했습니다. 백내장 수술 중 핵을 분할할 때 쓰는 chopper에 광원을 결합해 시야와 안전성을 함께 확보하는 방식인데, 수의 영역에서는 세계 최초의 발표였습니다. 논문 작업도 함께 진행 중입니다.
이 외에 누관 관련 연구가 Veterinary Ophthalmology에, 종양 유사 삼안검 염증 연구가 Journal of Veterinary Science(JVS)에 각각 SCI급 논문으로 게재되었고, 2025 일본수의안과학회(JSCVO)에서는 고양이 FIP 안구 형태에 대한 GS-441524 적용 사례를 발표했습니다.
그 외 유럽수의안과학회(ECVO) 등에서 발표를 진행했고, 논문 및 학회발표에 열정이 있어 계속 학술 활동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아직 수의안과에서도 진입 장벽이 높은 망막 수술 분야의 술기를 계속 고도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시력 회복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여겨졌던 환자들에게 한 번 더 기회를 만들어 드리고 싶습니다. 한 강아지가 망막박리였는데, 이미 박리된 지 4개월이 지난 데다, 검사상 굉장히 성공률이 낮은 상태였어요. 그 강아지가 시력이 돌아온 이후로, 소문이 나서 감사하게도 케이스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영역을 개척해 가며, 세계 수의안과학 발전에 작은 도움이 되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입니다.
병원 차원에서는, 무한 경쟁에 지친 로컬 원장님들께 안심하고 의뢰하실 수 있는 안과동물병원이 되는 것입니다. 저희는 안과만 보고 일반 진료는 의뢰 병원에 그대로 일임하는 구조입니다. 세미나나 케이스 공유를 통해 양질의 안과 정보를 함께 나누고, 수의계 전체의 안과 진료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작은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보호자분들과 동료 수의사분들 양쪽 모두에게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병원으로 오래 자리 잡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