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믿지 말고 농장 설계단계부터 방역을 중심에..’ 동남아 ASF 대응 교훈

기본적인 차단방역 지키지 않으면 역학조사도 의미 없다..’미흡사항 열거만 될 뿐 원인 추적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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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대 수의대 한정희 교수의 정년퇴임을 앞두고 5월 12일(화) 용인축산농협에서 메모리얼 도야지양돈교실이 열렸다. 현장에서 가장 관심이 높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이 다뤄졌다.

ASF가 상재화된 동남아 지역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고 있는 정현규 태국 콘캔대학교 교수가 현지의 교훈을 전했다. 농장 설계부터, 직원 운용계획을 세울 때부터 방역을 고려하면서 ‘사람을 믿지 말라’는 것이다.

신발 갈아신기와 세척, 소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강의를 시작한 정현규 교수

정현규 교수는 콘캔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태국·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의 양돈농장을 지속적으로 방문하고 있다. ASF가 상재화된 지역에서 발생농장들도, 감염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농장들도 간다.

그렇게 얻은 교훈의 핵심으로 “ASF 방역은 농장의 건축·설계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목했다. 농장 입지와 농장 내 구획, 구획 간 격리, 구획 경계에서의 방역 조치까지 처음부터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 효율만 신경쓰며 다 지어놓고 마지막에 ‘그럼 방역은 어떻게 하지?’를 떠올리면 미봉책을 반복하며 문제가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농장의 인사·경영시스템에도 방역을 핵심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대개 시설을 방역으로 여기지만, 직원 운용계획도 방역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령 태국에서 ASF가 발생하지 않는 농장들의 특징을 비교·분석해보니, 농장 내외부 직원 출입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근무 방식이 특징적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한번 농장에 들어가면 3주간 머물며 일하고, 다음 1주일을 몰아서 쉬는 형태가 매일 출퇴근하는 방식에 비해 병원체 유입 위험이 덜할 수밖에 없다. 사택에 직원의 가족이 동거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동거인의 출퇴근·등하교로 인한 유입 위험도 줄인다.

농장 주출입구의 샤워 시설이나 차량 소독장치도 운용 소프트웨어와 결합해야 효과를 발휘한다.

차량 자동세차·소독시스템에는 설정한 시간 동안 머무르지 않으면 농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차단기가 열리지 않는다. 출입구 샤워시설에 들어가면 5분 동안 나오지 못하게 문을 잠그는 방식으로 샤워를 강제하기까지 한다.

정현규 교수는 “방역은 사람을 믿으면 안 된다.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것도 시스템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의 숙련도나 방역 의식에 의존하면 반드시 빈틈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농장에서 가장 방역의식이 낮은 직원의 행동이 그 농장의 방역수준을 결정하는 만큼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결구역(돈사 내부) ▲준청결구역(돈사 밖 농장 내부) ▲오염구역(농장 외부)을 구분하고, 단순히 구분하는데 그치지 않도록 구역 간 경계면에서 실질적인 방역 행동이 일어나야 한다는 점도 지목했다.

돈사 외부(준청결구역)에서 돈사(청결구역)로 들어갈 때 장화를 갈아신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농장 외부(오염구역)에서 농장 내부(준청결구역)로 물품을 반입할 때 그저 반입창고를 거쳐서만 들어올 뿐 별도의 소독·거치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헛수고가 된다.

사람 외에도 멧돼지뿐만 아니라 야생고양이, 쥐 심지어 곤충에 이르기까지 기계적 전파 위험요인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현규 교수는 “동남아에서는 방조망이 아닌 방충망까지 쓴다. 농장 밖에서 들어오는 모든 동물이 전파 원인이 될 수 있다”면서 “일본의 돼지열병(CSF) 역학조사에서도 쥐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라드동물병원 양승혁 수의사도 기본적인 차단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농장 울타리나 사람·차량의 출입 관리, 돼지 이동 동선 등 기본적인 차단방역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ASF 발생농장에 역학조사를 벌여봤자 ‘미흡 사항들의 열거’에 그칠 뿐 바이러스 유입 경로를 추적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양승혁 수의사는 “8대 방역시설을 만들었다고 끝이 아니다. 매월 방문해 점검해야 한다”며 “방역에는 타협이 없다. 리스크가 있다면 즉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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