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벳투더퓨처:이민 수의사③] ‘미국서 30년’ 윤기종 원장이 과거의 자신에게 건넨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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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보러가기)에서 이어집니다<편집자주>

윤기종 원장은 30년 전, 수의대 졸업 직후 미국으로 건너왔습니다. 그날의 자신에게 “잘 결심했고 잘 견뎠다”는 칭찬을, 위로를 건넸습니다.

윤기종 원장

안녕하세요. 현재 LA 지역에서 Crescenta Valley Animal Hospital을 운영하는 윤기종이라고 합니다.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을 1997년에 졸업하고 바로 미국으로 왔어요. 이제 미국 생활 30년차가 됩니다.

작년까지 재미한인수의사회 회장을 맡았다가 올해부터는 김용진 회장님이 회장직을 이어받으셨습니다.

4학년으로 올라갈 때 미국으로 여행을 왔었어요. 그 때 먼저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가신 선배 수의사분들을 찾아뵈면서 미국의 동물병원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볼 수 있었죠. 그 때 미국의 수의사들의 위상과 체계적인 진료시스템에 매료되었습니다.

지금은 한국에도 큰 병원들도 많이 생기고 체계화되었다고 들었지만, 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의 동물병원 상황은 열악했어요. 그런데 미국은 수의사들이 사회적인 지위가 높을 뿐더러, 체계적인 업무분담으로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좋아보였어요. 그런 생각으로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건너왔습니다.

처음 미국에 와서 미국수의사 면허를 따기 전까지, 또 미국 영주권을 따기 전까지는 고생이 많았어요.

일단 그때는 PAVE라는 제도가 없어서 ECFVG 시험을 통해 미국수의사 면허를 취득해야 했어요. 그런데 예상과 달리 계속 떨어졌죠. 미국수의사가 되는데 오래 걸렸습니다. 특히나 웬만큼 잘한다고 생각했던 영어 말하기에서 번번히 고배를 마셨어요.

처음에는 부모님 지원으로 왔었는데 미국에 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에서 IMF가 터졌어요. 그때 환율이 2100원까지 올라갔었거든요. IMF로 생활이 더 어려워지자 미국수의사가 되기 전까지 미국에서 많은 일들을 해야 했어요. 신문배달도 하고 꽃배달도 했죠. 정말 힘든 시절이었는데..돌이켜보면 미국 사회에 적응하는 데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미국에서 수의사로 일하기 시작했을 때 가장 어려웠던 건 ‘문화’였던 것 같아요. 단순히 영어 문제가 아니라, 미국 보호자들과의 소통 방식, 감정 표현 방식, 기대치가 한국과는 많이 달랐거든요.

미국에서는 보호자들이 진료 과정에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합니다. 처음에는 그게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내가 설명을 충분히 못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또 한편으로는, 내가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자라서 한국식 사고방식과 표현에 익숙했으니까요. 그런데 미국에서는 단순히 진료를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고,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문화적 이해가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를 많이 열어놓고 배우려고 노력했어요. 지역 사회 활동도 하고, 동료들과 더 많이 어울리면서 조금씩 동화되었죠.

결국 수의사로서의 어려움이라기보다는, 이민자로서 미국 사회에 뿌리내리는 과정이 가장 큰 도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과 형제들이 한국에 있어 자주 볼 수 없으니 아쉬울때가 있죠.

사실 이제는 미국에 산 기간이 한국보다 오래됐어요. 한국에서의 사회생활을 거의 안하고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왔거든요. 그래서 이제는 한국보다 미국에서의 지인이 더 많아요. 미국이 한국보다 더 집이라는 느낌을 받죠.

가끔씩 한국에 가긴 하지만..이제는 완전히 미국에서 사는 사람이 되었네요.

재미한인수의사회는 1972년에 처음 만들어졌어요. 미국에서 수의사 면허를 얻고 수의사로 활동하시는 몇몇 분들이 모여 친목을 다지고 정보를 교환했죠.

처음에는 1세대 한인 수의사 선배님들이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한인 수의사의 80% 이상이 캘리포니아에 삽니다. 재미한인수의사회도 캘리포니아로 이전했어요.

지금도 역시 더 많은 회원들이 참석하여 이 모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친목을 다지는 행사들을 계속 지속하고 있어요. 뿐만아니라 재미한인수의사회와 미국 수의업계의 회사들이 파트너십을 맺고, 재미한인수의사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베네핏을 제공하는 사업까지 확장하게 되었죠. 덕분에 최근 회원들이 많이 늘어난것 같아요.

칭찬하고 싶네요. 잘 결심했고 잘 견뎠다고요. 개원은 다소 늦은 편이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가장 좋은 타이밍과 장소였던거 같아요.

비교를 굳이 한다면 남들보다 크게 잘된건 아닐 수 있지만, 처음에 결심했던 내 자신이 바라던 걸 이뤄서 대견한 마음이 듭니다.

미국 사회에서 잘 적응해서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게 먼저입니다. 수의사로서의 좋은 기회는 그 다음인 것 같아요. 결국에는 좋은 삶을 기대하며 이민을 결심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수의사라는 직업을 떠나서 한국의 가족, 친구들과 멀리 떨어져서 미국에 잘 적응하며 살 수 있는지를 고민해보세요.

본인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면, 미국수의사로서 좋은 기회를 많이 얻어 원하던 삶을 이뤄나갈 수 있을겁니다. 건투를 빕니다.

이한희 기자 hansoncall91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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