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일본·동남아·미국·유럽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대응 현황 ‘한 눈에’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아비넥스트, ASF 국제 학술 심포지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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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이 주최하고 아비넥스트가 주관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국제 학술 심포지엄이 4월 27일(월) 대전 롯데시티호텔에서 열렸다.

미국, 중국, 일본, 태국에서 활동 중인 전문가가 한국을 찾아 ASF의 국제적인 발생 동향을 소개했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과 아비넥스트, 충남대, 중앙백신연구소가 함께 개발하고 있는 ASF 백신 진행 상황도 공유했다.

중국·동남아에는 다양한 변이주가 출현을 넘어 우점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국내 유입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일본 등 기존의 청정국도 안심할 수 없고, 스페인은 30여년만에 재발하기도 했다.

상재화된 동남아에서는 농장이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차단방역을 전문으로 하는 수의사의 역할도 강조된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이 4월 27일(월) 대전 롯데시티호텔에서 ASF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미국 지질조사국 국립야생동물보건센터장을 역임했던 조너선 슬리먼(Jonathan Sleeman) 미네소타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는 야생동물에서 유래한 질병의 발생 양상이 변화했다는 점을 지목했다.

슬리먼 교수는 “발생이 보다 빈번해졌고, 대륙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며, 가축·야생동물·사람 한 쪽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확산은 ASF도 마찬가지다. 필리핀·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의 사육돼지에는 이미 상재화됐다. 한국도 자유롭지 않다.

아직 ASF 청정국인 미국도 긴장하고 있다. 인근 아이티에서 ASF가 발병하면서, 가까운 플로리다주와 푸에르토리코에 대한 예찰을 강화하고 있다. 슬리먼 교수는 “미국에는 고유종 멧돼지가 없지만, (ASF가 유입되면) 농장에서 탈출해 야생화된 돼지(feral swine)를 매개로 도시와 주변 야생환경에서 전파되는 양상을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ASF 발생 동향을 소개하는 조너선 슬리먼 미네소타대학 교수

슬리먼 교수는 “스페인의 상황은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스페인에서는 2025년 11월부터 2026년 3월에 걸쳐 30여년만에 ASF가 재발했다. 먹이를 찾아 쓰레기장을 뒤지는 도시의 멧돼지(urban boar)가 바이러스 전파를 촉진하고 있다. 바르셀로나 도심의 공원에서 ASF가 검출됐다.

슬리먼 교수는 “기존 ASF 바이러스와 유전적인 연결성이 낮은 새로운 바이러스다. 어디서 왔는 지 불분명하다”면서 “실험실로부터의 누출도 의심됐지만 관련 검사 결과 배제됐다”고 덧붙였다.

스페인의 사육돼지에서는 발병이 없었음에도 경제적 여파가 컸다는 점도 지목했다. 중국·일본이 스페인산 돼지고기 수입을 금지하면서 유럽 시장으로의 내수 물량이 많아졌고, 그로 인해 돈가가 하락하면서 농장이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스페인 외에도 유럽에서는 멧돼지에서 발생이 집중되고 있다.

슬리먼 교수는 “농장을 막아도 (멧돼지가 있는) 숲은 감염원으로 남는다. 멧돼지들이 먹이를 찾아 사람이 사는 곳으로 접근하는 것도 문제”라며 “한국의 울타리도 멧돼지 확산을 느리게는 만들었지만,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그만큼 멧돼지들이 영리하다”고 말했다.

홍셴 허 중국과학원 동물연구소 교수

중국과학원 동물연구소 홍셴 허(Hongxuan He) 교수는 중국의 ASF 현황을 전했다. 2018년 랴오닝성에서 처음 보고된 중국의 ASF는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돼 큰 타격을 입혔다.

허 교수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는 변이주가 연이어 출현하면서 상재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도 초기에는 고병원성 유전형 2형 바이러스가 유행했지만 2021년 이후 저병원성 유전형 1형, 고병원성 유전형 1·2형 재조합형에 점 돌연변이(point mutation)를 보이는 변이형까지 다양하게 순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의 양돈산업은 크게 재편됐다. 차단방역으로 ASF를 막지 못한 중소형 농장의 업계 퇴출이 가속화되는 한편 수백만 마리의 돼지를 한 곳에서 기르는 집약형 대규모 농장이 늘어났다.

이토 사토시 가고시마대학 교수

일본은 ASF의 파도에서 벗어나 있지만, 돼지열병(CSF)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2026년 4월까지 일본의 47개 도도부현 중 45개(96%)에서 CSF가 발병했다. 사실상 홋카이도를 제외한 일본 전역에 해당한다.

일본의 CSF는 2019년 크게 발생한 후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근절되지는 않았다. 최근까지도 매년 발생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가고시마대학 공동수의학부 이토 사토시(Ito Satoshi) 교수는 “CSF 발병 양상은 해외의 ASF와 유사하다”고 지목했다. 멧돼지로 인해 바이러스가 확산됐고, 돼지이동경로에 대한 소독이나 외부 야생동물 접근 방지가 미비한 농장이 뚫린다는 것이다.

최근 30년간 일본의 멧돼지 개체수가 2.7배 증가한 것도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유입 위험도 분명하다. 2026년 2월까지 일본으로 들어오는 여객기 탑승객 수하물에서 ASF 바이러스가 탐지된 사례는 238건에 달한다. 이중 4번은 바이러스가 직접 분리되기도 했다. 국제 우편에서도 136건이 탐지됐다.

정현규 태국 콘캔대학교 교수

태국 콘캔대학교 정현규 교수는 ASF가 만연한 동남아 지역의 대응에 초점을 맞췄다.

정현규 교수는 “2023년 이후 중간 병원성, 저병원성 ASF가 출현했다. 최근에는 이들이 더 일반적으로 확인된다”며 “저병원성 ASF의 폐사율은 10% 미만이다. ‘죽지도 않고, PRRS보다 피해도 적은데 ASF가 맞느냐’는 질문이 현지 농가에서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농장들도 평시에는 ASF를 의심하지 못하다가, 일제검사 과정에서 포착되면 당황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에는 고병원성 유전형 2형 ASF만 유행하고 있지만, 이 같은 변이주들이 들어오지 말란 법은 없다.

상재화 지역의 대응 경험도 관심을 모았다.

정 교수는 “현지 대응은 ‘돈사 밖은 모두 오염지대’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장 밖’이 아닌 ‘돈사 밖’이다. 우기에 빗물이 들이치거나, 야생조류가 접근할 수 있는 농장 내부도 오염지대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기계적 전파를 막기 위한 노력도 진화하고 있다. 돈사에 들어가는 직원이 반드시 샤워하도록 일정 시간 샤워실(입구 용도)의 문을 강제로 잠그기까지 한다. 농장 주변의 설치류나 조류, 곤충 등을 통째로 검사해 PCR 양성을 잡아낸다.

다만 올해 국내 발생과 같이 사료로 인한 유입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애초에 동남아 현지에서는 성장촉진 용도로 혈분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혈분을 사용하는 일본도 CSF가 발생하자 자국을 포함한 CSF 발생국 유래 혈분의 사용을 금지했다는 점도 귀띔했다.

바이러스의 생존력이 강하다는 점도 지목했다. 현지 발생농장이 4개월을 기다렸다 재입식했음에도 다시 발병한 사례도 전했다.

베트남에서 먼저 상용화된 ASF 백신은 효과가 제한적이다. 실제 농장의 다른 질병 상황에 따라 백신 안전성의 편차가 크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기업형 농장은 백신을 쓰지 않는다”면서 “태국 정부는 백신 사용으로 인한 변이주 출현을 걱정해 국경에서의 백신 밀수를 강력히 단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현규 교수는 “농장의 방역 수준은 그 농장에서 가장 방역의식이 떨어지는 직원의 수준이라는 점을 늘 강조한다”면서 “차단방역을 전문으로 하는 수의사의 역할도 강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태국은 공식적인 ASF 발병으로 살처분해도 제대로 보상하지 않는 반면, 오히려 GAP 인증 의무화를 추진하고 미인증 농장의 출하돼지에는 돈가에 불이익을 주는 등 농장의 개선 노력을 강제하는 추세라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중앙백신연구소 ASF 백신 개발 추진 현황

중앙백신연구소는 베트남에서 개발 중인 백신주(ASFV-MEC-01)의 야외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시험농장 2곳 중 1곳은 최근 시험을 마무리했다.

자돈에서의 안전성·효능은 물론 임신모돈에서의 안전성, 태아 수직전파 평가, 역계대를 통한 병원성 복귀, 백신주의 유전적 안정성 등 이날 소개된 핵심 실험 결과는 모두 좋았다.

중앙백신연구소 유성식 상무는 “세계동물보건기구(WOAH)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최소 기준”이라면서 현재 개발 중인 백신주는 이를 크게 상회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농장에서의 실험 결과에 관심이 모아졌다. 좋은 환경에서 집중 관리를 받는 실험실과 달리 다양한 질병이 돌아다니는 실제 농장에서의 반응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효능을 가늠하는 자돈에서의 혈청전환율은 실험실(100%)보다 약간 감소한 81~87%를 기록했다.

중앙백신연구소 유성식 상무는 “올해 베트남과 필리핀 당국으로부터 임상시험 허가를 받을 계획”이라며 2027년을 상용화 목표로 제시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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