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시아 유일 AVMA 인증 유지한 서울대 수의대 조제열 학장
부검·말 임상 등 미흡점 개선 총력..“국내 2호 인증 수의대 나오길”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이 2019년에 이어 올해 미국수의사회 교육위원회(AVMA CoE)로부터 수의학 교육 재인증에 성공했습니다.
최고 등급인 7년 완전 인증을 획득했는데요, 부검이나 말·소형반추류 임상 교육, 학생의 수술 집도 등 지적받았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아시아 최초·유일의 AVMA 인증 수의과대학의 타이틀을 지켜낸 조제열 서울대 수의대 학장을 데일리벳이 만났습니다.

재인증 성공을 축하드립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 것 같아요
지난해 2월 학장에 취임하고 보니, 2019년에 획득했던 완전 인증이 ‘조건부 인증(Probationary Accreditation)’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크게 2가지 문제가 계속 지적됐는데 좀처럼 개선되지 못했거든요.
‘부검 교육에 필요한 충분한 케이스가 없다’는 점과 ‘말과 소형 반추류 동물에 대한 임상교육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었죠. 사실 그에 대한 개선 계획도 내고 나름의 대응은 했지만 충분치 않았던 겁니다.
규정상 조건부 인증 조치를 2회 당하면 인증 자격을 아예 상실하게 됩니다. 미국 내에 있는 수의과대학은 그래도 마지막 1년의 유예는 주지만, 서울대 같은 해외 대학에는 그런 절차도 없어요. 위기였습니다.
곧장 교수진 20여명으로 TF를 구성했습니다. 인증기준 11개 영역을 하나하나 챙기기 시작했죠. 학장인 제가 직접 관장했습니다. 이번 본 실사에 앞서 예비 실사를 받을 당시 부학장하면서 실무를 담당했던 터라 다행히 경험이 있었죠.
조건부 인증을 유발한 2가지 미흡 사항에 대한 대응이 관건이었겠습니다
맞아요. 서울대 내부적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외부의 도움을 요청해야 했습니다.
부검은 검역본부를 찾았습니다. 검역본부 질병진단과가 국내에서 가장 다양한 축종을 가장 많이 부검하는 곳이고, 수의법의학 센터도 보유하고 있죠.
이미 방학마다 전국 수의대에서 20명을 모아 진행하는 실습이 있었지만, 서울대에서 2명만 갈 수 있는 채로는 부족했습니다. 방학을 활용해 10명씩 현장 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했어요.
말 임상교육을 정비하기 위해서는 마사회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마사회의 수의사 3명을 서울대 겸임교수로 초빙하여, 우리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방학을 활용해 실습교육을 실시하면서 현장의 겸임교수가 평가하고, 교무부학장이 관리하여 제대로 교육을 받은 지 확인하고, 그에 따라 전공선택과목 학점을 부여하는 체계를 수립했습니다. 정규 교육인 셈이죠.
이 밖에도 안양에 추가적인 부검 교육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평창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에도 말을 추가로 확보하고, 학생들이 교육하는 기간에는 인근 목장에서 추가로 들여와 말 기본교육을 실시하고 있어요.
마침 평창에 바이오노트 실습동이 신축된 것도 다행이었습니다. 충분한 소와 말을 들여 교육할 수 있는 인프라에 위원들도 좋은 평가를 내렸죠.
다행히 그런 노력들이 좋은 평가를 받았군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면 재인증에 실패했을 겁니다. 미국수의사회 교육위원회도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평가했어요. 이번에 온 현장실사 위원들이 모두 대동물 수의사였을 정도입니다. 정말 꼼꼼하게 살피더라고요.
실사 기간도 정말 치열했습니다. 매일 현장실사가 끝나면 위원들이 자체 회의를 거쳐 문제점들을 지목합니다. 그럼 자정을 넘긴 늦은 시간까지 대응책을 마련하고, 그 다음날에 바로바로 고치기를 반복했습니다.
가령 위험물질에 노출됐을 때 곧장 눈을 씻을 수 있는 설비가 필요한데, 학교에는 이미 있었지만 동물병원에는 없다는 점이 지적됐어요. 본부 시설과를 통해 바로 다음날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위원들도 그 속도에 놀랐죠. 정말 ‘다이나믹 코리아’였습니다.
재인증 평가 과정에서 학생들의 수술 역량 교육도 지목됐다고 들었습니다
현장실사를 총괄한 위원장도 “졸업하기 전에 최소한 한 번은 집도해야 한다”는 점을 따로 강조할 정도였죠. 임상로테이션도 하고, 수술에 보조 역할을 하고도 있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는 겁니다. 직접 해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유기동물보호소와 협력해 보호동물들을 서울대 동물병원으로 데려와 중성화하는 프로그램을 확립했습니다.
기존에는 봉사동아리에 참여하는 학생들만 했다면, 이제는 교수진이 제대로 참여하고 학점까지 부여해 봉사동아리 회원이 아닌 학생들까지 반드시 해야 하는 체계를 만들었죠. 이미 시행하고 있고, 오는 6월에 작성할 연간 보고서에도 관련 사항을 취합해 보고해야 합니다.

재인증 평가를 본격적으로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교수님들께 필요성을 설득하고 참여를 이끌어내는 일이죠. 대부분의 교수님들이 잘 해주시지만..쉽지만은 않았습니다.
AVMA 인증을 받게 되면 졸업생이 바로 북미수의사면허시험(NAVLE)을 볼 수 있는 응시자격이 주어지는데, NAVLE의 합격률이 문제가 되지 않았었나요?
이제는 잘 관리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응시생의 80% 이상이 합격하고 있어요.
NAVLE 응시를 원하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자체적인 모의고사를 2회 치릅니다. 이미 시중에 나와 있는 모의문제를 활용하는데요, 2회차는 정식 시험처럼 오프라인으로 모여 감독관까지 따로 두고 제대로 합니다.
SNU반려동물검진센터(현 서울대학교반려동물검진센터)가 논란이 되며 서울대의 AVMA 인증까지 거론된 적이 있는데, 그로 인한 영향은 없었나요?
그 문제와 관련한 실질적인 움직임인 없었던 걸로 압니다. 실사 과정에서도 그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고요.
설령 수의사회에서 실제로 문제 제기를 했다 해도 수의학 교육 인증은 별개의 사안입니다. 영향을 받을 문제가 아닙니다.
이번 재인증에 성공하며 아시아 최초·유일의 AVMA 인증 수의과대학의 타이틀을 유지하게 됐는데요, 국내의 다른 수의과대학이 AVMA 인증에 도전한다면 협조할 계획이신가요?
물론입니다. 최초 인증 직후에도 다른 대학에 관련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 생각입니다.
사실 ‘서울대니까 가능한 것 아니냐’는 반응은 그때도 있었지만..양적으로 좋은 시설을 갖췄는지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얼마나 질 좋은 시스템을 확보했는지, 그걸 실제로 운영하는지의 문제입니다.
미국에서도 웨스턴 대학 등을 가보면 대학 동물병원이 결코 크지 않습니다. 대신 학생들을 주변 병원으로 보내 교육하는 모델(distributive model)을 잘 활용하죠.
저희도 반려동물 임상교육은 자체적인 개선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번 사례처럼 부검이나 말 교육은 외부기관과 협력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AVMA 교육위원회도 외부기관을 활용하는 것은 전혀 문제삼지 않습니다. 체계를 잘 갖춰서 협조하면 된다는 거죠.
수의학 교육 인증은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우리의 부족함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대학 본부로부터 나름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계기도 됩니다.
현재 아시아에서는 홍콩시립대 수의과대학이 AVMA 인증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 전에 한국의 수의과대학에서 2호 인증 대학이 나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계속 추진할 수의학 교육 개선 노력을 소개해주신다면
핸즈온(hands-on) 임상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번 인증실사 과정에서 초점을 맞춘 ‘졸업 전 중성화 수술 최소 1회 집도’도 그렇지만, 전반적인 실습 교육의 개선이 필요해요.
이와 관련해 현재의 예2+본4 과정을 통합 6년제로 전환하는 커리큘럼 개편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2028년 신입생에게 적용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벌써부터 의견들이 참 다양하긴 하시지만(웃음), 개인적으로는 통합 6년제를 도입하면서 현재 1년인 로테이션 교육을 2년까지 늘려야 한다고 봅니다. 의대와 비슷한 형태인 거죠.
미국은 애초에 수의과대학이 4년 과정인데, 우리도 통합 6년제 속에서 이론 교육을 4년 안에 마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게 로테이션 교육을 2년으로 늘리면, 기본적인 임상로테이션은 1년반으로 강화하면서, 학생 각자가 원하는 진로에 집중하는 실무교육 기간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실무 역량을 강화한다면 7년 후에 다가올 재인증도 잘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