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충류 진단부터 맹금류 수술까지..야생·특수동물 임상 현장의 다각적 증례와 고찰 나눴다

전북·강원·충북대 특성화대학원-국립생태원, ‘야생·특수동물 증례 세미나’ 성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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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일(목)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 ‘야생·특수동물 증례 세미나’가 개최됐다. 야생·특수동물 임상 및 연구 종사자 간의 네트워크 강화와 학술 협력을 위해 마련된 이날 행사에는 제2기 야생동물 질병 전문인력 양성 특성화대학원(강원대·충북대·전북대)과 국립생태원의 진료 수의사와 연구진이 참석했다.

전북대 한재익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참석자들은 임상 현장에서 마주하는 현실적인 난관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실무 경험을 공유했다.

전북대 정태영 수의사는 크레스티드 게코를 모델로 파충류 다발 질환인 ‘영양성 2차 부갑상선 기능항진증(NSHP)’의 정량적 조기 진단법을 제시했다.

정태영 수의사는 부갑상선 기능 이상을 빠르게 진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목했다. 50g 안팎의 소형 개체는 이온화 칼슘 측정을 위한 채혈부터 힘들고, 기존 방사선 검사는 골밀도가 30~50% 이상 소실되어야 육안 식별이 가능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고자 방사선 영상의 피질골 및 연부 조직 회색도 값을 컴퓨터단층촬영(QCT) 수준의 골밀도로 변환하는 추정식을 고안했다. 이 추정식은 실제 QCT 값과 90% 이상의 상관관계를 보이며, 증상 발현 전인 ‘준임상형’ 개체를 성공적으로 선별해냈다.

정태영 수의사는 이 기법을 야생 조류의 부척골(Tarsometatarsus) 골밀도 사전 평가에 적용하면, 다리 골절(Folding fracture) 환자에게 칼슘이 과다 투여되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립생태원 진세림 수의사는 직경 4.6cm 거대 결석을 적출한 그린이구아나 수술 증례를 통해 파충류 비뇨기계의 해부학적, 생리학적 특성의 차이점을 짚었다.

초록이구아나의 방광은 근육층이 없는 얇은 점막 구조로, 혈관 밀도가 낮아 허혈성 손상에 취약하다. 진 수의사는 “지지 봉합(Stay suture) 시 조직 파열 위험이 커, 술자가 직접 방광을 파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장력을 최소화한 단순 연속 봉합을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술 후에는 요복막(Uroperitoneum) 발생 여부를 초음파로 모니터링하며, 개체별 탈피 주기를 고려해 9주 차에 봉합사를 제거하는 등 파충류의 느린 대사에 맞춘 사후 관리법을 제시했다.

적출된 결석은 대부분의 파충류 결석 주요성분인 암모늄 요산염으로 확인됐다. 탈수 방지와 녹색 채소 비중을 70% 이상으로 높이는 식단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육 환경에서 파충류 방광의 생태학적 효용성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야생 파충류는 방광에 저장된 수분을 재흡수해 건조한 환경에 적응하는 특성을 지닌다. 그러나 일정한 수분 공급이 보장되는 사육 환경에서는 재발 방지를 위해 방광 전적출(Cystectomy)이 대안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전북대 한재익 교수는 발칸폰드터틀과 알다브라육지거북의 양측성 안검 부종 증례를 바탕으로 감별 진단 트리를 체계화했다.

조류와 파충류는 결막과 상부 호흡기가 구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안검 부종 시 안구 자체의 문제, 안구 후방 종괴, 상부 호흡기 감염 여부를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우선 안구 자체나 후방의 이상을 배제한 뒤, 전방 및 상부 호흡기 문제를 순차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부종의 주요 원인인 비타민 A 결핍은 눈물샘 세포 괴사와 관 폐색을 유발한다. 초기엔 맑은 부종이 생기나, 배출되지 못한 잔여물로 인해 2차 세균 감염이 이어져 단순 감염성 염증과 육안으로 감별하기 어렵다.

한 교수는 주사제 과용량 투여 시 피부 전층 괴사 위험이 있으므로 식이 조절을 통한 비타민 결핍 교정을 권장했다. 또한, 도말 검사상 림프구성 염증이 확인되면 바닥재 분진 알러지를 의심해 사육 환경을 평가해야 한다.

아울러 안검 부종과 함께 식욕 부진을 유발하여 폐사로 이어질 수 있는 마이코플라즈마(Mycoplasma agassizii) 감염의 철저한 관리를 당부했다. 한 교수는 “1차 선택 약물로 아미노글리코사이드(Aminoglycoside)계 점안액을 적용하되, 효과가 없어 퀴놀론(Quinolone)계로 전환할 경우 사전에 반드시 항생제 감수성 검사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대 야생동물구조센터 유강연 수의사는 청소동물(Scavenger)의 습성 탓에 인공 잔해물을 삼킨 독수리의 위장관 폐색 개복 증례를 다뤘다.

초기 방사선 검사에서는 금속 철사만 확인됐으나, 회복 과정에서 고무장갑 등 비방사선투과성 플라스틱 조각이 구토를 통해 추가 배출되며 내시경 검사의 병행 필요성이 대두됐다.

술후 관리에는 환자의 종 특이성이 적극 반영됐다. 대사율이 높은 조류는 통상 조기 영양 공급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긴 공복을 견디는 청소동물의 특성에 맞춰 이례적으로 72시간의 강도 높은 절식을 지시해, 위장관 절개 부위의 안정적인 1차 유합을 이끌어냈다.

유 수의사는 야생동물의 이물 섭취 사례가 인공 잔해물 등 환경 오염의 치명적인 생태적 파급력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경각심을 촉구했다.

국립생태원 허재성 수의사는 설치목에서 보고가 극히 드문 검은꼬리프레리독의 악성 뇌수막종 증례를 발표했다. 선회와 사경, 시력소실 등의 신경증상을 보인 해당 개체는 MRI를 통해 우측 대뇌 종괴와 주변 부종이 확인되었다. MRI 소견을 고려하였을 때 뇌수막염(meningoencephalitis)이나 뇌 종양 가능성을 진단받았고 소형 개체의 특성을 고려해 추가적인 검사나 적극적인 치료 대신 완화 치료가 진행됐다.

증례 분석의 핵심은 뇌압 상승(ICP) 징후의 조기 포착이었다. 허 수의사는 투병 중 나타난 120bpm 수준의 심각한 서맥(정상 심박수 180-240bpm)과 의식 저하가 단순 피로가 아니라 뇌압 상승에 의한 신경학적 변화(Cushing reflex)였음을 지적했다. 정상 바이탈 수치를 고려해, 임상 현장에서 동공 반사와 활력(Mentation)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여 뇌압 상승 치료의 골든타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재성 수의사는 “3세 미만의 어린 연령이라도 신경 증상을 보인다면 감별 진단 목록에 반드시 종양을 포함해야 한다”며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원대 야생동물구조센터 김영빈 수의사는 우측 척골 총상으로 장기간 굶주리다 구조된 관수리의 내장형 통풍 사례를 분석했다. 체내 잔존 납탄은 회복 지연에 영향을 주었을 뿐, 폐사의 근본 원인은 중증 기아와 탈수로 인한 저관류성 신장 기능 저하 및 전신 요산염 침착이었다.

내원 초기 진료진은 발의 심한 종창에 주목하였으나, 폐사 후 영상 검사와 부검 결과 심장과 기낭, 간, 신장 표면 전체를 덮은 내장형 통풍이 확진됐다. 김 수의사는 “발 병변 등 국소 이상이 두드러지더라도 이를 전신 쇠약에 따른 말단부 괴사의 결과물로 인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지속적인 혈액 모니터링으로 환자의 전신 상태를 포괄적으로 평가하고, 부검 시 육안 평가와 적극적인 영상 장비 활용을 병행해 진단 정확도를 높일 것을 당부했다.

충북야생동물센터 김종승 수의사는 국내 기초 데이터가 부족한 야생조류의 사상충 및 파동편모충 예찰 현황을 발표했다.

구조 후 폐사한 새매와 까치의 피하 조직 및 혈액 도말 검사에서는 미세사상충(microfilaria)이 다수 관찰됐다. 심한 머리 떨림 등 신경 증상을 보인 큰소쩍새의 생전 혈액에서는 파동편모충이 검출됐다. PCR 계통학적 분석 결과 해외 보고 종과의 유사성이 확인됐다.

김종승 수의사는 조류에서 흔히 비병원성으로 간주되는 파동편모충이 중증 신경 증상을 보인 환자에서 확인된 만큼, 임상 증상과의 인과관계 규명과 체계적인 데이터 베이스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남대 임해린 교수는 파충류 사육 시 일률적으로 통용되는 ‘매일 12시간 자외선(UVB) 조사’ 지침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비타민 D가 풍부한 먹이(고양이 캔 등)가 햇빛을 대체할 수 있다는 통념과 달리, 블루텅스킨크 실험 결과 식이만으로는 혈중 비타민 D 농도가 턱없이 부족했다. 반면, 하루 2시간씩 주 1~2회만 간헐적으로 UVB를 조사해도 농도가 50~600nmol/L까지 치솟으며 수개월간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임 교수는 “같은 2시간을 조사해도 비어디드래곤은 41nmol/L 상승에 그친 반면, 블루텅스킨크는 폭발적인 상승 폭을 보일 만큼 종별 광원 민감성이 극명하게 다르다”고 설명했다.

일괄적인 장시간 조사는 피부 편평상피암(SCC)이나 각막 이상 등 자외선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혈중 칼시디올 농도 측정에 기반한 맞춤형 간헐적 조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민지 기자 jenny030705@naver.com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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