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에서 마이크로바이옴으로” 반려동물 만성장병증 진단·치료 기준 달라져

경북대 수의대 채형규 교수, 업데이트된 만성장병증(CE) 임상 가이드라인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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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8~29일(토~일) 열린 2026년 춘계서울수의임상컨퍼런스에서 반려동물의 장질환 관련 세션이 진행됐다.

경북대학교 수의영양학 채형규 교수는 최근 ACVIM(미국수의내과학회)에서 제시된 만성장병증(Chronic Enteropathy, CE)의 개념 변화와 임상 가이드를 소개해 주목받았다.

경북대 수의대 채형규 교수의 반려동물 만성장병증 강의

채형규 교수는 우선, 기존 분류 체계에서 사용되던 ARE(Antibiotic-Responsive Enteropathy) 개념이 제외되고, 이를 대신해 MrMRE(Microbiota-related Modulation-Responsive Enteropathy)라는 새로운 개념이 제안됐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만성장병증을 IBD로 부르고, 치료 반응성을 기준으로 FRE, ARE, IRE, NRE 등으로 질환을 구분해 왔다. 그러나 최근 만성장병증이 CE로 재정의되는 과정에서 ‘ARE는 근거 수준이 제한적이고 항생제 사용에 따른 내성 문제와 장내 미생물 불균형(dybiosis)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념적 한계가 지적됐다. 이에 따라 항생제 반응성을 중심으로 한 분류는 점차 축소되고 장내미생물 환경을 조절하는 접근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제안된 MrMRE는 프로바이오틱스나 분변이식(FMT, 분변 미생물 이식) 등 미생물 조절 치료에 반응하는 경우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장내 생태계 회복과 마이크로바이옴 조절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이다. 기존 항생제 중심 치료에서 벗어나 보다 근본적인 장내 환경 개선 쪽으로 관리 방법이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검사 접근법의 변화도 소개됐다.

기존에는 분변 PCR을 통한 병원체 검출에 초점을 맞춰 병원균의 유무를 확인했다면, 최근에는 Dysbiosis Index(DI)를 활용해 장내미생물불균형을 정량적으로 수치화하여 객관적인 지표를 제시하는 평가 방식이 강조되고 있다. 다만, DI는 단독 진단 도구가 아니라, 임상 증상과 영상학적 소견 등과 함께 통합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PLE(Protein-Losing Enteropathy)의 개념 변화도 다뤄졌다.

과거에는 PLE의 주요 원인을 IBD 또는 림프관확장증으로 구분하고, 각각 면역억제제 또는 저지방 식이를 중심으로 치료 전략을 설정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림프관확장증 역시 특정 질환 범주로 고정하기보다, 치료 반응성을 기반으로 접근하는 흐름이 강조되고 있다. 초저지방 식이에 반응하는 경우는 식이 반응성 PLE(FR-PLE), 식이 관리와 병행하여 면역억제제 치료에 반응하는 경우는 면역억제 반응성 PLE(IR-PLE)로 구분하는 방식이다. 원인 중심의 분류에서 벗어나, 치료 반응을 기반으로 환자를 평가하는 방향으로 변화 중인 것이다.

CE는 임상 중증도에 따라 2단계로 구분된다. 활동성, 식욕, 구토, 분변 상태, 배변 빈도, 체중 감소 등을 종합한 CCECAI(Canine Chronic Enteropathy Clinical Activity Index)에 따라 CIE-1(Mild/Moderate)과 CIE-2(Severe)로 나뉜다.

상대적으로 임상 증상이 경미한 CIE-1 환자는 식이 조절만으로도 충분한 호전을 기대할 수 있어, 식이 중심적 접근이 우선 권장된다. 반면 임상증상이 뚜렷한 CIE-2 환자는 식이 반응을 기다리기보다 내시경 및 생검, 코발라민 평가 등 보다 적극적인 진단이 요구된다. 식이 조절과 함께 장내미생물 조절 및 필요 시 면역억제제 치료도 병행한다.

왼쪽부터) 채형규 교수, 임재현 원장

다음으로 대구동물메디컬센터 임재현 원장이 ‘Dysbiosis로 인한 대사성질환 진단 및 관리’를 주제로 강의했다.

임재현 원장은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단순한 위장관 질환을 넘어 전신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장-심장 축(Gut-Heart Axis)’ 개념을 예로 설명했다.

장-심장축에 따라, 승모판폐쇄부전(MMVD) 환자에서도 장내 환경 개선이 질병 경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장내 미생물 불균형(dysbiosis) 상태에서는 유해균에 의해 생성되는 TMAO(Trimethylamine N-oxide)가 증가하고, 1차 담즙산을 2차 담즙산으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Clostridium hiranonis가 감소하면서 장 점막이 손상될 수 있다. 이로 인해 독성 물질이 전신으로 흡수되고 염증 반응이 심화되어 질환 진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분변이식(FMT) 치료 사례도 소개됐다. 장기간 오메프라졸을 투약받던 MMVD B1 환자에서 건강한 개의 분변을 이용한 FMT을 시행한 이후, 장내 환경이 개선되면서 질병이 안정적으로 관리됐다.

춘계 서울수의컨퍼런스 장질환 세션은 반려동물 만성장질환을 장에 국한된 질환이 아니라 전신 질환과 연결된 하나의 축으로 바라보고, 장내 미생물 환경을 기반으로 한 통합적 접근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이한희 기자 hansolcall911@gmail.com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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