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의대생 99%, 학업에 인공지능 활용
해외 선행연구보다 AI 경험 비율 높아..‘단순 작업 효율화하는 보조적 수단으로 바라본다’
인공지능(AI)은 이미 우리 삶에 깊이 침투했다. 수의과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수의대생의 압도적 다수가 학업에 인공지능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스트리아, 스페인 등 해외 수의대생을 대상으로 한 선행 연구보다도 사용경험 비율이 높았다.
서울대 수의대 수의인문사회학 연구실 주설아 박사(사진)는 22일(목) 서울대 수의대에서 열린 한국수의교육학회 2026년 세미나에서 인공지능 활용에 대한 수의대생 인식조사 파일럿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주 박사는 “수의사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설문연구에 앞선 기초 단계로 수의대생 파일럿 연구를 시도했다”며 “이들은 앞선 세대보다 훨씬 AI 도구에 익숙하고, 많이 사용하며, 향후 동물의료 분야에 AI 도입을 주도할 미래 전문가”라고 지목했다.
이들이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미래 수의사의 실무 환경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미 동물병원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엑스레이 등 진단 해석을 보조하는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호소나 수의사의 설명을 정리해 차트에 기록하거나 안내자료로 출력하는 인공지능이 실제로 활용되고 있다.
연구진은 ▲AI에 대한 일반적 태도와 인식 ▲동물의료 분야 AI 활용에 대한 태도와 인식 ▲동물의료 분야 AI 규제 및 교육 필요성 ▲응답자의 AI 도구 사용 경험 등을 조사하는 설문문항을 개발하고, 수의대생을 대상으로 타당성 검증에 나섰다.
지난해 4월 30일부터 열흘간 국내 2개 수의과대학 재학생 80명을 대상으로 응답을 수집했다.
그 결과 79명(99%)이 AI 도구를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선행 연구에서 오스트리아 수의대생(77.3%), 스페인 수의대생(51.2%)이 보인 AI 사용 경험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사용 목적으로는 과제 등 학업수행이 95%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수의학적 전문지식을 찾는데 사용한다는 응답은 절반 수준(47.5%)에 그쳤다.

성별에 따른 차이도 확인됐다. 남학생이 여학생에 비해 AI에 대해 더 높은 긍정적 태도, 윤리적 수용성을 보였다.
AI의 강점으로는 보조적 역할에 주목했다. 진단 신뢰도 향상이나 증거 기반 질병관리 보단 ‘전문가가 단순 작업에 소비하는 시간 감소(78.8%)’를 AI 도구 사용의 강점으로 선택했다(중복선택). 주 박사는 “중대한 임상적 결정보단 자동화를 가장 유익한 분야로 바라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임상 현장에서 인공지능이 차트 프로그램과 연계한 접수·기록·자료 생성 보조를 위해 우선 도입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시각을 뒷받침한다.
AI를 바라보는 윤리적 우려에서는 ‘AI 시스템에 의해 발생한 의료적 오류에 대한 책임 소재 문제’를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았다(5점 척도 4.31점). AI가 제공하는 정보와 결과의 정확성과 신뢰도 문제(4점)가 뒤를 이었다.
AI로 인해 수의사의 전문적 역할이 축소되거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우려하는 정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3.17점).
주 박사는 “관련 선행 연구에서도 AI는 수의사의 전문적 업무를 지원하는 도구로 인식됐다. (AI를) 동물 환자를 직접 보호하는 수단으로는 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I에 대한 리터러시(literacy)뿐만 아니라 AI 기술이 가진 잠재적 위험과 한계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남상섭 건국대 교수는 “최근 의학교육학회지에서는 의과대학 교육과정 초반에 인공지능 활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어느 정도 기초의학 지식이 쌓인 후 AI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저도 AI가 생성한 질문을 곧장 교수에게 전달하지 말고, 텍스트를 먼저 체크해볼 것을 학생들에게 주문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