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주대 김선민 교수, 기생충 연구를 통해 해양동물 보전을 모색하다

2025년 2학기 제주대 수의대에 임용된 김선민 교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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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학기 제주대학교 수의과대학에 김선민 교수(수의기생충학)가 신규 임용되었습니다.

수의학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기생충은 흔히 ‘질병을 일으키는 존재’로 인식되곤 합니다. 하지만 제주대학교 수의과대학 김선민 교수님은 기생충을 단순한 병원체로만 보지 않고, 숙주의 생태와 서식 환경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로 삼아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생충의 분포와 특성을 분석해 숙주의 생태적 특성 및 이동 양상을 추적하는 접근을 시도하고 있으며, 현재는 이러한 연구 방향에 대한 기초 자료를 축적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기생충이라는 작은 생물이 어떻게 바다의 건강성을 보여줄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이 김선민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안녕하세요. 2025학년도 2학기부터 제주대학교 수의과대학에 새롭게 임용된 수의기생충학 전공 김선민입니다. 저는 건국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수의기생충학 교실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충북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연구를 이어왔습니다.

수의사로서 해양포유류의 감염성 질병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은 것은 국내에서 제가 처음입니다. 저는 고래와 돌고래를 비롯해 바다거북, 상어 등 다양한 해양동물은 물론 육상 야생동물의 기생충 및 감염성 질환까지 폭넓게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생충’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숙주의 생리·생태를 해석하는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또한, 대한수의사회 고래질병특별위원회와 국제 상괭이 보전 네트워크(International Finless Porpoise Conservation Network, FPCN) 등에서 활동하며, 수의사이자 연구자로서 국내외 해양동물 보전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하고, 야생동물 보전 정책 수립에 실질적인 근거를 제공할 수 있는 연구 방향에 대해 선·후배 연구자들과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기생충학을 전공하려고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원래 고래를 비롯한 해양포유류에 대한 관심이 컸고, 본과 3·4학년 시절에는 국내에서 야생동물 관련 연구를 하시는 교수님이나 수의사 선생님들을 거의 모두 찾아다니며 조언을 들을 정도로 관심이 깊었습니다.

당시에는 살아 있는 동물을 진료하는 임상 분야와 기초 연구 사이에서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던 중 고래 부검을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일본 연구팀을 소개받았고, 부검에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대형 고래 부검을 가까이에서 보게 되었는데, 부검 과정에서 예상보다 훨씬 많은 기생충이 검출되는 것을 보고 ‘눈에 보이는 감염성 질환’이라는 점에서 큰 흥미를 느꼈습니다. 그 기생충들이 대체 무엇인지, 그 정체가 궁금해져 여러 문헌들을 찾아보며 공부하는 과정에서 기생충이 생태계 전반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전까지는 기생충에 특별한 애정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 경험을 계기로 해양포유류 기생충 연구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수의학과에서 배우는 기생충은 대개 ‘숙주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존재’로 소개되기 때문에, 기생충은 나쁜 존재이고 기생충이 많으면 그 환경은 오염되었다는 인식을 가지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생충은 단순한 병원체의 의미를 넘어서, 생태계의 구조와 건강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이기도 합니다.

기생충의 유전적 다양성과 분포를 살펴보면 숙주가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는지, 어떤 먹이를 먹었는지, 어떤 이동 경로를 거쳐 왔는지까지 함께 추정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그 환경이 얼마나 안정적이고 건강한 상태인지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대다수의 기생충은 먹이원을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한 생태계 안에서 기생충의 다양성과 분화 정도는 곧 먹이사슬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지를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생충의 유전적 다양성을 장기적으로 추적하면 바다의 건강성 변화를 감시할 수 있으며, 이러한 정보는 해양 생태계 모니터링에도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기생충을 ‘나쁜 존재’로 인식하는 것은 인간 중심적인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고, 생태계 전체를 놓고 보면 기생충은 오히려 건강한 바다를 보여주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을 이해하게 되면서 저는 기생충 연구가 지닌 학문적 매력을 더욱 깊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해양포유류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점이 매우 많습니다. 특히 부리고래처럼 심해에 서식하는 종들은 최근에서야 살아 있는 모습이 영상으로 기록될 정도로 연구 접근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해양포유류를 이해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연구 방법 중 하나가 사체 부검입니다.

부검을 통해 개체의 사인뿐만 아니라 이들이 무엇을 먹는지, 어떤 계절에 번식하는지, 몇 살에 성성숙하는지, 그리고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는지를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는 기생충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래회충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유전자 정보가 비교적 잘 축적되어 있어, 고래에게서 검출된 기생충의 유전자를 분석하면 해당 개체가 어떤 해역을 거쳐 왔는지를 역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기생충 연구는 숙주 질병 연구의 일부분을 넘어 생태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추가로 제가 최근 수행한 상괭이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비교 연구에 대해서도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상괭이는 우리나라 연안 해역에 가장 많이 서식하는 소형 돌고래로, 해양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수년간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본 상괭이가 한국 및 중국 개체군과 비교했을 때 형태적으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을 확인하게 되었고, 이러한 차이가 단순한 지역적 변이인지, 아니면 아종 또는 종 수준의 분화인지를 검증하기 위해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비교 연구를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직 확보되지 않은 일본 및 대만 상괭이 개체군의 유전자 정보에 대한 연구 필요성을 제기하였고, 현재 일본과 대만에서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이 자료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각 해역에 서식하는 상괭이 개체군의 진화적 상태를 파악하는 공동 연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종 보전을 위한 첫 번째 단계는 해당 종의 진화적 역사와 유전적 다양성을 정확히 평가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향후 상괭이 종 보전을 위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함과 동시에, 보다 정밀한 보전 전략을 수립하고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하는 데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저는 해양포유류 보전을 위한 또 다른 연구로, 부검 자료를 활용한 질병 모니터링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부검을 통해 개체들이 어떤 질병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질병이 개체군 차원에서 보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요소인지를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있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사체 확보와 해양포유류 부검 인프라의 부족입니다. 현재 밍크고래를 제외한 대부분의 고래류가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어 있고, 다수의 해양포유류가 대형 개체라는 특성상 사체 확보부터 충분한 규모의 부검 시설과 장비 마련에 이르기까지 연구 수행 전반에 많은 제약이 따릅니다. 실제로 13m에 달하는 참고래 사체를 제주 한림항 항구 바닥에서 부검한 경험도 있는데, 1월 초 세찬 바다 바람을 맞으며 일출부터 일몰까지 이어진 부검으로 체력 소모가 상당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해양동물을 전문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수의사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대형 고래류의 부검은 여러 분야의 협력 연구가 필수적으로, 개인이나 단일 연구팀만으로는 수행이 불가능합니다. 학위 과정 중 실습 조교로 활동하던 시기부터 최근까지 해양동물 연구에 관심을 가진 많은 학부생들을 만나왔지만, 졸업 후 수의사로서 안정적으로 진로를 이어갈 수 있는 관련 분야가 제한적이다 보니 현실적인 이유로 다른 분야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경우를 자주 보아 왔고, 그 점이 늘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한 가지 긍정적인 소식은, 최근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해양동물 연구 인프라 확충을 위한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2022년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에 대형 부검실을 포함한 ‘해양포유류 복합연구동’이 설립되었으며, 경북 영덕에는 해양생물 종복원센터가 2028년 개관을 목표로 추진 중이고, 또 제주 신도리에는 해양동물보전센터(가칭) 설립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국내 여러 해역에 관련 거점 기관들이 점차 구축되면서, 해양동물에 관심을 가진 수의사들과 학생들이 전문성을 살려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장기적으로는 연구 인프라와 인력 양성이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도 ‘학생 주도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학생이 진심으로 흥미를 느끼고 좋아하는 주제가 있어야 길고 쉽지 않은 학위 과정을 끝까지 이어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학생이 관심 있는 주제를 제안하면, 그 주제가 어떤 형태로든 연구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함께 방법을 고민하고 조율해 나가고 싶습니다. 제가 이미 진행하고 있는 과제를 그저 맡기는 방식보다는, 학생과 함께 새로운 연구의 방향을 모색하고 만들어 가는 연구실을 만들고 싶습니다.

아울러 학생들이 수의학을 지나치게 좁은 시야로 바라보지 않고, 다양한 동물과 생태계, 그리고 여러 학문 분야를 폭넓게 연결해 이해할 수 있는 관점을 갖도록 지도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학생들이 각자의 진로를 설계하는 데에도 중요한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항상 두 가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첫째, 좋아하는 분야가 있다면 한 번쯤은 ‘버텨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전공하고 싶은 분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들이 거의 하지 않는다’거나 ‘미래가 불안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학생들을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제가 늘 전하는 말이 있습니다. “누군가가 나를 위한 길을 대신 만들어 주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일을 놓지 않고 버티다 보면 스스로 길을 만들어 갈 기회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추가적으로 좋아하는 분야가 생겼다면, 교수님들께 직접 찾아가 상담을 요청해 보는 방법도 추천합니다. 자신의 관심을 분명하게 표현하고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학생을 반기지 않을 교수님은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모든 과목과 분야의 가능성을 미리 닫아두지 않았으면 합니다. 수의학의 어떤 분야가 결국 자신의 평생 연구나 직업으로 이어질지는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 없습니다. 저도 학부생 때는 제가 기생충학 전공자가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것처럼요. 그렇기 때문에 열린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특강이나 외부 강연 등의 기회를 통해서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를 접해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그러한 경험들이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여러분 진로의 실마리가 되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제주도에 서식하는 다양한 동물에서 발견되는 기생충을 체계적으로 조사하는 일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제주의 환경은 육지와는 매우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반영한 독자적인 기생충 생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지금까지 제주에서 발견되는 대부분의 해양동물 사체는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냉동 후 해동 과정을 거쳐 부검이 이루어져 왔고, 이로 인해 미생물 검사나 조직병리학적 평가의 정확도에 한계가 존재해 왔습니다. 제가 제주대학교에 온 만큼 사체 발견 시 가능한 한 냉동 과정을 거치지 않고 신속하게 부검과 검사를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보다 신뢰도 높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제주의 해양동물 보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장기적으로는 해양포유류와 기생충 연구에만 국한되지 않고, 생물다양성 보전 전반의 과학적 토대를 제공하는 연구자로 성장해 나가고 싶습니다. 모든 연구는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니지만, 궁극적으로는 야생동물 보전과 맞닿아 있는 연구가 저에게는 가장 가치 있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지치지 않고 즐겁게, 그리고 꾸준히 연구를 이어가는 것이 저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유찬주 기자 yoochanju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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