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항목으로 늘어난 전국 동물병원 진료비 조사 결과 발표

항목별 평균 진료비 최저·최고값 차이 1.1~1.7배..항목 표준화 없는 조사 정확도 한계


1
글자크기 설정
최대 작게
작게
보통
크게
최대 크게

농림축산식품부가 전국 동물병원 진료비 현황조사(진료비 공시제) 결과를 발표했다.

2023년부터 실시된 동물병원 진료비 게시 및 공시제는 올해부터 20종으로 확대됐다. ▲혈액화학 검사 ▲전해질 검사 ▲초음파 검사 ▲CT ▲MRI ▲심장사상충 예방 ▲외부기생충 예방 ▲광범위 구충 등이 조사항목으로 추가됐다.

농식품부는 대한수의사회와 한국소비자연맹에 의뢰해 전국 동물병원 3,950개소를 대상으로 진료비 의무 게시 항목 20종의 비용을 조사했다. 지역별 최저·최고·평균·중간값을 산출해 동물병원 진료비 조사·공개 시스템에 공개했다.

2025년 동물병원 항목별 진료비 조사 결과

지난해에도 조사했던 진료항목 11종 중 9종은 전국 평균값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방사선 검사비가 8.3%로 평균값의 상승폭이 가장 컸다. 상담료(6.5%), 초진료(2.2%)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전혈구 검사비와 고양이 종합백신비용의 평균값은 각각 10.6%와 1.2% 하락했다.

시도별 평균 진료비를 비교한 결과 평균값이 가장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의 차이가 가장 큰 항목은 상담료로 1.7배를 보였다. 가장 차이가 적은 항목은 방사선 촬영비로 1.1배에 그쳤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지역 간 차이가 1.2~2배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평균 진료비 편차는 완화됐다”면서 “진료비 공개 의무화에 따라 동물병원에서 가격 경쟁력을 고려하여 진료비를 낮추거나 평균에 맞추는 등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주원철 농식품부 동물복지환경정책관은 “동물병원 진료비 공개로 인해 동물병원 간 가격 경쟁이 유도되고 있어, 반려동물 양육자들의 합리적인 의료 서비스 선택과 지역별 진료비 편차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기준으로 조사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진료비 게시 의무와 공시제 조사는 진료항목 표준화가 제대로 정착하기 전에 성급히 도입됐다. 이번 조사에서도 그로 인한 부정확성이 한계로 지목됐다.

조사 실무자는 ‘생각보다 동물병원별로 너무 다양했다’는 점을 토로했다. 조사 설계 과정에서 일선 임상수의사를 포함해 자문을 받기도 했지만, 예상보다 혈액화학 검사 구성이나 심장사상충·기생충 관련 약제의 종류 등이 훨씬 다양했다는 것이다.

그 단적인 예가 광범위 구충비다. 이번 공시제 조사는 회충·구충·편충·조충 등 장내 기생충 구충제를 상정한 반면 대한수의사회 가이드라인은 심장사상충과 내·외부 기생충을 함께 구충하는 종합약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아예 다른 약이다. 전자보다 후자의 약품이 비싸다.

이번 조사에서 광범위 구충비의 최저가는 400원, 최고가는 4만2천원으로 조사됐다. 심장사상충 예방을 포함한 약재의 청구가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지적된다.

CT 촬영비의 경우에도 공시제 조사에서는 복부 CT 검사를 상정했지만, 구강 CT만 찍는 치과전문동물병원으로서는 헷갈릴 수밖에 없다. 수의사법에는 어떤 CT라는 구체적 규정이 없다 보니 CT 비용은 게시해야 하고, 게시된 진료비를 조사하는 것이 공시제의 원칙이다 보니 조사에는 응하고, 결국 부정확한 데이터를 만들게 된다. 구강 촬영을 목적으로 하는 CT는 일반적인 CT와 기기도 다르고 단가도 낮기 때문이다.

혈액화학 검사도 자문을 거쳐 그나마 일반적인 10종을 조사 기준으로 제시했지만, 10종이 아닌 구성의 검사만 시행하거나 아예 외부 진단검사기관에 의뢰하는 방식만 택하는 동물병원에는 문제가 된다.

현재는 이 같은 문제를 조사 실무자가 일일이 연락해서 따로 걸러내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낮거나 높은 가격이 보이지 않는다면, 실무자로서도 어떤 진료행위의 가격을 썼는지 알기 어렵다. 진료항목 표준화 없이 강행된 조사의 신뢰도를 조금이라도 높이려면 필요한 조치이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을 수의사는 물론 소비자들도 알기 어렵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병원 진료비 조사·공개 시스템에 가격을 공개하면서, 어떤 기준으로 조사된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

데일리벳 관리자
Loading...
파일 업로드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