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개 면역매개성 혈소판감소증에서 엘트롬보팍 효과 및 안전성 최초 보고

수의학 분야 최초로 보고된 후향적 임상 연구, 미국수의사회저널에 발표


10
글자크기 설정
최대 작게
작게
보통
크게
최대 크게

국내 연구진이 엘트롬보팍(Eltrombopag)을 일차성 면역매개성 혈소판감소증(pITP) 반려견 환자 치료에 적용한 후향적 임상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에 게재해 관심을 받고 있다.

고려동물메디컬센터(KAMC)와 충남대학교 수의과대학 의료진이 함께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미국수의사회(AVMA)가 발간하는 저널인 JAVMA(Journal of the American Veterinary Medical Association)에 발표됐다(Eltrombopag is well tolerated but provides no additional benefit in the treatment of canine primary immune-mediated thrombocytopenia).

엘트롬보팍은 사람의 혈소판감소증, 재생불량성빈혈 등의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로 수의학 분야에서는 특발성 재생불량성 범혈구감소증(Idiopathic aplastic pancytopenia) 등에 적용했다는 케이스 리포트는 있었으나, 다수의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제한적이었다.

면역매개성 혈소판감소증(ITP, Immune-mediated thrombocytopenia)은 혈소판 수가 급격히 감소해 자발적 출혈이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자가면역 질환이다. 반려견에서 비교적 흔하게 진단되며, 대부분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지만 상태가 진행되면 점상출혈, 코피, 혈변, 혈뇨, 혈토, 흑색변 등 다양한 출혈 증상을 보인다.

특히 혈소판 수가 3–5만/μL 이하로 떨어지면 출혈 위험이 급격히 증가해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현재는 주로 고용량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에 의존하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반응이 미약하거나 회복이 늦어 지속되는 출혈 위험과 약물 부작용이 문제가 되어 왔다.

연구진은 2018년 1월부터 2024년 3월까지 고려동물메디컬센터에 내원한 일차성 면역매개성 혈소판감소증(pITP) 반려견 환자를 회고적으로 분석했다.

병원에 내원한 pITP 개 50마리 중 기준을 만족하는 18마리(대조군 13마리 : Corticosteroid + Mycophenolate Mofetil + Vincristine + hIVIG, 실험군 5마리 : Corticosteroid + Mycophenolate Mofetil + Vincristine + hIVIG + Eltrombopag)를 비교·분석하였다. 치료 후 혈소판 수가 3만/μL 이상으로 개선되는 일부 반응 소요시간(Partial response)과 10만/μL 이상으로 개선되는 완전 반응 소요 시간(Complete response), 입원 기간, 입원 후 회복하여 퇴원하는 환자의 비율에서 두 그룹 간 유의미한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면역억제제를 사용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보고했다.

구토나 설사와 같은 위장관 부작용이 주로 관찰됐으며, 대부분 보조적 치료를 통해 개선됐다. 부작용 발생 비율은 대조군에서 약 84.6%, 실험군에서 60%로 오히려 엘트롬보팍 사용군에서 더 적었다. 이번 연구에서 ITP 환자의 전체 생존율은 94.4%로 기존 문헌에서 보고된 70–90%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결국, 엘트롬보팍(Eltrombopag)은 반려견에게 안전하게 투여될 수 있으나 혈소판 회복, 수혈 필요정도, 입원기간, 사망률에 대해서는 유의미한 이점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연구의 신뢰도와 임상적 해석을 높이기 위해 엘트롬보팍 개발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다국적 제약사 GSK의 Connie Erickson-Miller 박사와 논의를 진행했다.

Erickson-Miller 박사는 TPO 수용체 작용제 연구 및 개발을 이끌어 온 전문가로 엘트롬보팍의 약물 기전, 적정 용량, 반려동물에서의 적용 가능성에 대해 상세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사람과 달리 개에서는 약동학적 특성이 크게 달라 치료 반응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조언하며,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해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조언은 연구팀이 결과를 더욱 현실적이고 균형 있게 평가하는 데 큰 도움이 됐고, 반려동물 ITP 치료에 있어 엘트롬보팍의 실제 임상적 의미를 조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현재 수의학에서 면역매개성 혈소판감소증의 치료는 주로 2024년 미국수의내과학회(ACVIM)에서 발표된 ITP 컨센서스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본 연구는 ACVIM 2024 가이드라인에 따른 기존 표준치료와 비교했을 때 엘트롬보팍이 어떤 임상적 위치를 가질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표준치료에는 스테로이드, Vincristine, Human IVIG, Romiplostim 등이 포함되며, 반응이 미흡한 중증 환자에서는 2차 면역억제제나 비장적출수술과 같은 치료가 병행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향후 난치성 ITP 환자에서 추가적인 치료 전략 선택에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를 주도한 고려동물메디컬센터 혈액 종양 내과팀은 “면역매개성 혈소판감소증(ITP)과 면역매개성 용혈성빈혈(IMHA) 등 혈액·면역 질환의 치료에서 대부분의 환자는 표준치료에 잘 반응하지만, 그렇지 않은 환자들도 분명히 존재한다”며 “이들을 위해 최선의 치료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분야 수의사들이 함께 논의하는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ITP뿐 아니라 IMHA 등 다양한 면역·혈액 질환에서 면역억제제와 항암제의 임상 적용을 더욱 체계적으로 확립하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며, 표준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중증 환자에서는 치료적 혈장교환술(Therapeutic Plasma Exchange, TPE)을 환자별로 최적화해 적용함으로써 더 나은 임상 결과를 도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데일리벳 관리자
Loading...
파일 업로드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