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취약 동물, 사회안전망의 시작” 제4회 국경없는수의사회 심포지엄 열려

의료취약 동물 위한 수의봉사단체의 역할과 미래 다뤄...기록 등 봉사 이후 후속 조치로 지속 가능한 구조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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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국경없는 수의사회(대표 김재영)가 23일(일) 국회의원회관에서 2025년 제4회 국경없는수의사회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의료취약 동물을 위한 수의봉사단체의 역할과 미래’를 주제로 한 이번 심포지엄은 다양한 수의봉사단체와 동물보호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현안과 경험을 공유하고, 현장에서의 봉사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활동 방향을 함께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국경없는수의사회, 버려진동물을위한수의사회(버동수), 경기도수의사회 동물사랑봉사단 등 수의사 중심 봉사단체뿐 아니라 KK9 레스큐,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을위한행동, 동물학대방지연합, 행강, 팅커벨프로젝트 등 주요 동물보호단체도 참여해 동물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동물들을 돕기 위한 실질적 방안을 논의했다.

국회의원들은 축사를 통해 동물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수의사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동물복지국회포럼 공동대표)은 “국경없는수의사회는 동물과 인간의 공존 시대에 선구적 역할을 하고 있다”며 “국제 수의 구호 활동을 국가 차원에서 단계적인 지원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동물복지국회포럼 공동대표)은 “특정 동물에서만 발생한다고 여겼던 감염병이 종을 초월하고 있다”고 공중보건 위기를 지적하면서, 국경없는 수의사회가 진행하는 동남아 지역의 열악한 동물복지 문제 해결과 전문 인력 양성 활동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왼쪽부터) 김재영 국경없는 수의사회 대표, 나승식 녹십자수의약품 대표

김진강 뉴스펫 대표, 나승식 녹십자수의약품 대표, 윤인중 중앙백신연구소 대표, 전진경 동물권행동 카라 대표, 한송아 뉴스1 기자, 황정연 서울시수의사회장에게는 감사패가 전달됐다.

이어 국내 수의봉사단체들의 활동 사례가 발표됐다.

버동수 서정주 수의사

먼저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버동수)의 서정주 수의사가 버동수 활동을 소개했다.

버동수는 2013년 설립됐으며, 2014년부터 단독봉사를 본격화했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누적 3,761마리를 대상으로 동물의료봉사활동을 했으며, 수의사 1,934명, 학생·봉사자 436명이 봉사에 참여했다. 수도권, 지방 할 것 없이 전국을 누볐다.

버동수는 초기 유기견 보호소 중심의 봉사에서 최근에는 동물의료 사각지대의 실외사육견(마당개) 중성화수술 활동까지 펼치고 있다. 지방 농촌 지역에서 발생하는 유기견의 상당수가 중성화되지 않은 실외사육견의 번식에서 비롯되는 상황에서 “유기견 발생을 줄이려면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자체의 협조도 당부했다. 서정주 수의사는 “지자체의 협조와 봉사장소 제공 등이 봉사활동의 성패를 좌우한다”며, 비협조적 지자체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언급하고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수의사회 한병진 동물사랑봉사단장

경기도수의사회 동물사랑실천봉사단의 한병진 단장은 그간 봉사활동에서 느낀 감정과 경험을 바탕으로 수의사의 봉사 철학을 제시했다.

그는 “봉사를 진행할수록 뿌듯함보다 열악한 환경에 놓인 동물들을 보며 안타까움이 커졌다”고 고백해 참석자들의 공감을 이끌었다. 또한 “동물을 기반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전문직으로서 동물복지를 외면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더 많은 수의사들의 봉사 참여를 독려했다. 이외에도 펜스를 이용한 안전한 마취 방법, 중성화 후 식별 문신의 필요성 등 봉사 현장에서 활용하는 방법들도 공유했다.

한국성서대 김성호 교수

마지막으로 한국성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성호 교수가 ‘의료취약 동물과 봉사 이후의 현장 – 기록, 연결, 통합 접근, 제도화로 가는 길’을 주제로 발표했다.

미국에서 의료취약계층의 의료접근을 지원한 경험을 가진 김 교수는 “많은 수의료 봉사활동이 한 번으로 끝나는 구조에 머무르고 있다”며, “현장을 이어주는 장치가 없다 보니 같은 문제가 해마다 되풀이된다”고 말했다.

그는 봉사 이후 기록을 남기고, 지역을 연결하며, 통합적으로 보고하는 제도적인 흐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질병과 환경 정보를 제대로 기록하면 다음 활동의 방향이 잡히고, 지자체나 사회복지기관과 연결되면서 취약계층 반려동물 문제도 함께 다룰 수 있다는 뜻이었다. “봉사 횟수를 늘리는 것보다, 봉사 이후의 현장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게 핵심 메시지였다.

김 교수는 “사회 취약계층의 동물 돌봄이 단순히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돌봄역량의 격차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며, “중성화나 환경개선처럼 작은 변화가 보호자의 행동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동형 예방접종, 실외사육 환경개선 같은 사전 예방 중심의 개입과 동물등록제의 실효성 강화 등이 지역 단위의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동물등록제와 관련해서는 주기적으로 동물등록 정보를 갱신하는 ‘갱신제’ 도입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패널 토론에서는 의료서비스가 닿기 어려운 취약계층 동물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짚었다.

패널들은 해당 동물들이 기본적인 예방 및 치료를 받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어 기생충 감염이나 만성 질환이 흔하게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봉사 및 구조활동 중에 보호자 설득이 쉽지 않거나 이동조차 힘든 생활환경 등 현장에서 마주한 어려움도 공유됐다. 이런 문제들은 단순한 중성화수술이나 일회성 봉사로 해결할 수 없고, 동물들을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취약계층’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취약동물을 제대로 돕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봉사활동 구조를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봉사 과정에서 생기는 검사·치료 기록을 잘 남기는 일, 지자체와 보호소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스템, 수의사가 책임 있게 개입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패널들은 “취약동물을 돕는 일은 단순한 선행이 아니라 결국 지역사회 안전과 공중보건과도 이어지는 일”이라며, “현장의 목소리가 제도와 정책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문제가 풀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김선민(서울대 본1) 학생은 “취약 동물의 복지가 단순한 선행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안전망을 강화하는 핵심 과제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자리였다”며 “동물복지와 공중보건, 사회복지가 맞닿아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 만큼, 현장에서 나온 제언들이 제도와 정책으로 이어져 보다 촘촘한 보호 체계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국경없는 수의사회는 총 6회의 국내 봉사와 4번의 해외 봉사를 통해 백신 접종 1,140마리, 검사/검진 1,581마리, 개 중성화수술 181마리, 고양이 중성화수술 68마리 등의 활동을 펼쳤다. 수의사 218명과 수의대생 138명이 봉사에 참여했다. 올해 마지막 봉사는 12월 7일(일) 당진에서 예정되어 있다.

이한희 기자 hansolcall911@gmail.com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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