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TS 환견에 물린 동물병원 진료진, 중환자실까지 갔다

진료 과정서 2차 전파 위험..사람·동물 SFTS 환자 증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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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인수공통감염병학회(회장 최강석)가 21일(금) 서울대 박물관에서 2025년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거론된 여러 인수공통감염병 가운데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은 사람과 반려동물에서 모두 발생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SFTS 감염 반려견 환자에 손가락을 물린 수의테크니션이 중환자실까지 갈 정도로 중증의 SFTS에 이환된 사례도 발생해 주의가 요구된다.

이동훈 건국대 교수

올해 국내 사람에서 발생한 SFTS 환자는 223명이다.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진드기 활동량과 범위가 늘어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SFTS바이러스는 국내에서 주로 작은소피참진드기에 의해 전파된다. 사람 환자도 주로 야외활동 중 진드기에 물려 발생한다. 보고된 환자는 대부분 50대 이상에 몰려 있지만, 지역적으로는 전국에서 발생한다. 2024년까지 국내에서 보고된 환자 2,065명 중 381명이 사망해 18.5%의 치명률을 보이고 있다.

감염 환자로부터 2차 전파도 가능하다. 중증으로 감염된 환자의 혈액이나 비말 등 체액에 노출되면 전파될 수 있다. 사람 환자를 다루는 의료진, 동물 환자를 다루는 동물병원 진료진이 위험군인 셈이다.

건국대 수의대 이동훈 교수팀과 그린벳은 ‘반려동물 유래 인수공통감염병 및 항생제 내성 감시 협력 연구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 동물병원으로부터 의뢰된 동물 환자 검체를 대상으로 SFTS를 포함한 인수공통감염병과 항생제 내성균 등을 모니터링한다.

진드기 매개질환으로 의심돼 그린벳에 의뢰된 검체를 대상으로 SFTS 여부를 조사한 결과 2023년 0.73%, 2024년 1.63%의 양성률을 보였다. 아직 1% 내외에 그치고 있지만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동훈 교수팀이 2023년 4월부터 2024년 6월까지 qPCR 검사에서 SFTS 양성으로 확인된 동물 검체 64건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 39건에서 SFTS 바이러스의 전장 유전체를 확보했다.

이 교수는 “국내에 지속적으로 새로운 SFTS 바이러스가 유입되고 있고, 다양한 재조합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유전형과 변이주가 확인된 가운데, 인체 감염 사례와 고령 페렛 모델에서 높은 치명률을 보인 R11형도 전국적으로 분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훈 교수는 “전국적인 검체 수집과 뱅킹,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며 현재의 협력 방식을 민관학이 연계한 원헬스 기반 전장유전체 감시 네트워크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혜원 충북대 교수

충북대 의대 감염내과 정혜원 교수는 2차 전파 사례를 집중 조명했다. 특히 충북대병원에서 올해 발생했던 SFTS 감염환자의 2차 전파 경험을 상세히 소개했다.

충북대병원에 전원한 직후 빠르게 병세가 악화돼 이틀만에 사망한 환자였는데, 원내 노출된 의료진 22명 중 7명, 타 병원 장례지도사 1명이 SFTS에 2차 감염됐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초기부터 SFTS 2차 전파를 우려해 의료진에게 주의를 요구했지만 출혈이 너무 심하고 CPCR(심폐뇌소생술)을 반복하다 보니 전염을 막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중국 등에서 보고된 다수의 2차 전파 연구를 분석한 결과 가족의 간호나 장례, 의료기관 치료 중 환자 혈액이나 혈액에 오염된 체액에 노출된 것이 위험요인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들 2차 전파에서 전파원이 된 환자(INDEX CASE)의 폐사율이 97%에 달한다는 점을 지목하며, 바이러스 배출량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동물 SFTS 환자로부터 수의사 등 동물병원 진료진으로 2차 전파되는 사례는 한국, 일본에서 여럿 보고됐다. 특히 올해 전남대병원에서 국제학술지 Emerging Infectious Diseases에 보고한 동물병원 수의테크니션 감염 사례가 눈길을 끌었다. 진료 과정에서 반려견 환자에게 엄지손가락을 물렸는데, 나흘 후부터 발열 등의 증상을 보이다 전남대병원으로 전원된 사례다.

SFTS가 통상 고령의 환자에서 중증을 보이는 것과 달리 해당 환자는 23세의 젊은 여성이었음에도 중환자실로 옮겨져 혈장분리교환술(plasmapheresis)까지 실시해야 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전파원으로 추정된 반려견 환자는 4년령의 중성화된 수컷 포메라니안으로 고열과 백혈구감소증, 혈소판감소증을 보였다. 고열, 식욕부진, 졸음증(lethargy) 등의 증상을 보이다 2주간의 대증치료 후 회복됐다.

역학조사팀이 해당 반려견으로부터 채취한 혈액과 타액에서 SFTS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검출됐다. 이미 회복된 이후라 바이러스 분리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반려견과 사람 환자의 SFTS 바이러스 유전자가 99.6%~100%의 상동성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례를 보고한 조선대 김동민 교수는 “해당 반려견이 주로 산책하던 곳이 풀숲이 우거진 공원이었다”면서 “교상으로 인한 2차 감염은 위험이 크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자료 : Darae Woo, Ian C. Michelow, Yongyeon Choi, Hyelan Lee, Sangshin Park. Transmission of Severe Fever with Thrombocytopenia Syndrome (SFTS) to humans: A systematic review of individual participant data and meta-analysis. Journal of Infection and Public Health. Volume 18, Issue 6, 2025, 102685.)

이날 정 교수가 소개한 서울시립대 박상신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학계에 보고된 SFTS 관련 연구를 메타 분석한 결과 전염원별 치명률은 사람에서 5%, 동물에서 10%, 진드기에서 50%로 나타났다. 진드기에 물려 1차 감염되는 사례의 치명률이 높지만, 사람이나 동물 환자로부터의 2차 감염의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정혜원 교수는 “의료기관과 동물병원 모두 ‘표준주의(standard precaution)’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단 SFTS 의심뿐만 아니라 모든 환자의 혈액, 체액, 분비물, 배설물, 상처, 점막을 다룰 때는 잠재적으로 감염성 물질이 있다고 가정해 의료인과 환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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