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병원·미국전문의·기생충까지..제주대 2025 백록수의학술제 열려
제주대학교 수의과대학, 제3회 백록수의학술제 개최..김수미 원장, 유진 수의사, 김선민 교수 강연
제주대학교 수의과대학(학장 주홍구)이 14일(금) 백록수의학술제를 개최했다. 백록학술제는 제주대학교 수의과학연구소가 주최하는 학술제로 올해로 3회째를 맞이했다. 주홍구 학장은 “학생들의 커뮤니케이션 장이 되길 바란다”며 학술제의 시작을 알렸다.

“전문성, 동물 환자의 삶의 질 높인다.”
김수미 원장은 충북대학교 수의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후 서울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 한 수의자이자 치과의사로, 현재는 치과 전문 동물병원(케어덴동물치과&내과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강연에서는 스케일링, 신경치료, 보철치료뿐만 아니라, 고양이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구내염, 치아흡수성 질환, 치주염, 그리고 전발치 과정까지 상세히 소개됐다.
김 원장은 또한, 개에서 진행되는 치주조직재생술(GTR, Guided Tissue Regeneration) 케이스를 소개하며 “단순한 스케일링이나 발치 수준을 넘어, 개에서도 적극적인 치료가 실제 임상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개에게 메탈 크라운 보철치료를 적용한 사례도 소개됐는데 김수미 원장은 “동물 환자는 씹는 행위가 큰 즐거움이기 때문에 (보철치료가) 삶의 질을 높이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턱 및 안면 부위에 발생하는 melanoma, fibrosarcoma 같은 악성 종양 환자에 대한 외과적 처치과정도 소개됐다.
김수미 원장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분야를 갖는 것이 큰 강점이 된다”며 전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영상의학을 기반으로 하는 정확한 진단”
유진 수의사는 충북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동대학원에서 영상의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ECFVG를 통해 미국수의사 면허를 취득한 뒤, 현재 펜실베니아 수의과대학에서 수의영상의학 레지던시 과정을 밟고 있다.
유진 수의사는 온라인 강연에서 영상의학의 역할을 실제 증례 중심으로 설명했다. 특히 이물질섭취 환자에서 X-ray와 CT가 어떤 정보를 제공하는지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또한, 영상 판독이 내과적 치료와 외과적 수술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분야라는 점도 강조했다.
호두, 도토리, 밤, 아보카도 등 반려동물이 흔히 삼키는 다양한 이물질에 대한 실제 케이스를 통해 매질(공기·액체·장 내용물)에 따라 영상에서 보이는 양상이 달라진다는 점도 설명했다. 장의 상태가 gas 또는 fluid에 더 지배적인지에 따라 이물질의 대비가 달라지기 때문에, 단순한 음영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또한, lung lobe torsion과 necrotizing pneumonia를 비교하며, trapped gas, 기관지의 형태 변화 등 영상에서 발견되는 이상 소견이 수술 여부 판단에 중요한 근거가 된다는 점과 X-ray에서 확인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최종 진단과 치료 방향 결정은 CT 촬영에서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는 설명도 있었다.
유진 수의사는 강연 말미에 수의영상의학 공부에 도움이 되는 전공 서적과 온라인 자료들을 추천하며, “임상 현장에서 영상을 해석하는 능력의 중요성을 갖추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기생충에 대한 오해와 진실”
라이징 스타(Rising star) 특강에서는 최근 제주대학교 수의과대학에 임용된 수의기생충학 김선민 교수가 강연했다.
김선민 교수는 수생동물, 야생동물을 아울러 기생충을 연구하고 있으며, 올해는 주로 고래를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상괭이 부검 활동을 통해 혼획을 방지할 정책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으며, 상괭이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체를 분석하여 계통수 분석과 유전적 다양성을 분석하는 논문을 발표하는 등 활발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국내 미기록종 기생충을 발견하고, 이 기생충이 어린 돌고래에서 100%에 달하는 폐사율을 보이는 치명적인 기생충이라는 점을 밝혀내고 있다.
작년에 창설된 국제 상괭이 보존네트워크에서 야생동물 보전을 위한 활동도 펼치고 있다.
강연 제목인 ‘기생충에 대한 오해와 진실’은 청중들에게 ‘우리가 기생충에 대해 어떤 오해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아함을 자아냈다.
김선민 교수는 밍크고래 해체했을 때 쏟아져 나온 고래회충 모습을 보여주며, 학생들이 기존 수의기생충학의 관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이 기생충을 바라보기를 촉구했다.
간흡충, 선충과 같은 기생충이 산업동물, 반려동물, 야생동물에게 피해를 주는 나쁜 기생충이지만, 기생충을 하나의 생물체로서 바라보면 의미가 달라진다. 기생충과 숙주의 관계는 한쪽은 이익을 얻고 다른 한쪽은 해를 입는 관계이지만, ‘기생한다’는 것은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진화의 산물이기도 하다.
김선민 교수는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자신이 부검한 18종 260여 마리의 해양포유류 중 일부 케이스를 보여주며, 기생충이 해양동물 폐사의 원인이 아닌 경우가 더 많았음을 강조했다.
물론, 기생충이 폐사를 일으킬 수 있다. 흡충이 청신경을 손상시켜 고래 무리가 한꺼번에 잘못된 방향으로 집단 좌초를 일으키거나, 기생충이 과다하게 증식할 경우 장폐색을 일으켜 숙주가 폐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생충감염으로 폐사한 비율은 낮았다.
김선민 교수는“야생동물에서 기생충감염은 흔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며, 기생충도 자신의 역할이 있고 생태계 생물다양성에 기여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기생충을 없애려는 인간의 개입은 오히려 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하며, “학생들이 수의기생충학이라는 학문의 틀을 넘어 더 넓은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가진 수의사가 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최윤서 기자 wendy2249@naver.com
유찬주 기자 yoochanju2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