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들은 집 전체가 한 몸이에요” 100만 양봉 유튜버 프응의 꿀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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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꿀벌 실종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되면서 꿀벌 질병이나 폐사, 양봉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양봉을 새로운 시각으로 소개하며 대중과 소통하는 유튜버가 있습니다.

바로 유튜브 채널 ‘프응TV’의 양봉업자 김국연 씨입니다. 프응TV는 10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가진 양봉 전문 유튜브로, 꿀벌의 생태와 양봉 현장 및 양봉업과 관련된 영상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이 ‘프응TV’를 만나 양봉과 매력과 꿀벌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는 지난 여름에 진행됐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부산에서 양봉을 하고 있고 그걸 통해 유튜브에서 ‘프응TV’를 운영하고 있는 김국연이라고 합니다.

아버지께서 취미로 하시던 양봉을 제가 이어받아서 벌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다양한 꿀 구별법이나 가짜 꿀에 대한 오해 등 꿀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사실처럼 알려진 것들이 있어서 이런 오해를 미디어로 풀어내고자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꿀 가격이 20년동안 동결되어 있어서, 꿀이라는 단순한 결과물로만 수익을 얻으면 양봉을 지속적으로 할 수 없겠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지금 같은 경우는 꿀도 없고 말벌들이 많이 오는 시기라 말벌 대응과 진드기 방제가 주요 업무입니다. 아침에 올라가서 육안으로 상태를 확인하고 문제가 있다면 내검을 하기도 해요.

이후에는 꿀을 모으느라 커진 군집을 나누고 관리하면서 겨울을 나고, 2월쯤부터 다시 꿀을 뜰 준비를 하고, 6월 전에는 채밀을 마무리합니다.

우리나라는 아카시아, 야생화, 밤이 차례대로 피다 보니 꿀의 구분이 명확한 편이기는 해요. ‘옳은 밤꿀을 뜨려면 밤밭으로 가야 된다’라는 말을 하는 것처럼 완전히 구분해서 꿀을 뜨려면 이동양봉을 하기도 합니다.

특히 한국은 아카시아 꿀이 제일 메인인데, 차를 가지고 벌통을 이동하면서 꿀을 땁니다. 부산에서 시작해서 아카시아 군락지에 한 달 정도씩 머무르면서 의정부까지 쭉 올라가는 거죠.

이전에는 바로아응애와 가시응애 중 비교적 더 작고 빠른 가시응애의 피해가 많았어요. 가시응애가 있으면 벌들이 벌집 밖에 잘 안 붙어있으면서 밖으로 나와서 기어다니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가시응애는 많이 안 보이고 바로아응애 피해가 엄청 많아졌어요. 바로아응애는 잘 안잡히기도 하고..그래서 지금 저희가 방제한다고 하면 거의 바로아응애를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요즘 같은 시기에는 먹을 것도 없고 습하다 보니 진드기 피해가 많거든요. 벌통 앞을 봤을 때 3미터 정도 거리에서 날지 않고 땅바닥을 기어다니는 벌들이 있어요. 그런 애들이 발견되면 여기는 진드기 피해가 꽤 있는 것 같다고 판단을 합니다.

기어다니는 벌들 말고도 벌들이 날아가려다 실패하면서 폴짝폴짝 뛰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일종의 배탈이라고 할 수 있는 ‘노제마병’일 수 있습니다.

또 벌통을 내검할 때 이상한 냄새가 날 때가 있는데 이건 애벌레가 녹아내리는 ‘부저병’의 신호이기도 하죠.

그런데 이런 질병들이 따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진드기 피해가 강해지면서 진드기가 병원체를 옮기면서 발생합니다.

세력이 강한 벌들은 면역이 강해서 문제가 되지 않는데, 진드기 피해 때문에 개체수가 줄어들면서 면역이 약해진 벌들은 병원체를 이겨내지 못하면서 발병하는거죠.

진드기를 방제할 때 가장 기본적으로 사용하는건 개미산이에요. 개미산이나 옥살산은 잔류가 없는 친환경 재료이기도 하고 효과도 제일 좋다 보니 많이 사용합니다.

개미산이 벌통 내부에서 기화되면 진드기가 숨을 못 쉬어서 호흡기가 파괴되면서 방제가 되는 건데 사실 이게 벌한테도 효과가 없다고 할 수 없어서 조금 위험하죠. 이렇게 날씨가 습할 때는 잘못 사용하면 벌통이 몇 개가 통째로 죽기도 합니다.

벌이 버틸 정도로 희석해서 사용하긴 하지만 벌통마다 버틸 수 있는 양이나 벌들의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똑같이 약을 사용한다고 해도 벌들이 힘들어서 죽어나가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부저병 같은 경우는 같은 꽃에 앉거나 물을 마시면서 다른 벌통의 벌들에게 옮을 수 있어서 벌통 자체를 불태우기도 해요.

벌이라는 동물은 개체 한두 마리를 보는 것이 아니라 집 전체를 한 몸으로 봐야 해요. 벌들이 병들면 그 개체들만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전염되듯이 집 전체가 피해를 입습니다.

저 같은 경우 양봉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에 아직 수의사의 자문을 받는다거나 하는 경우는 없었어요. 하지만 몇 백 통씩 하시는 분들이 큰 피해를 입는다면 외부 전문가의 자문이 필요할 것 같아요.

또한 양봉을 시작하신 지 얼마 안 된 분들에게는 꿀벌 수의사분들이 양봉 컨설팅을 해주시거나, 다양한 질병을 진단·방제해주시는 것들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벌들을 키우는 양봉 농가의 입장에서는 실제로 체감이 됩니다. 벌들이 기후에 적응을 잘 못하는 것 같아요. 기후가 변하면서 벌들도 어느 정도 적응을 해왔을 텐데 요즘은 너무 급변하는 기후 때문에 나타나는 부작용 같은 느낌으로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기후 외에도 전세계적으로 양봉 농가가 늘어나면서 벌들을 키우는데 밀원은 충분하지 않으니까 벌들끼리 경쟁하면서 개체수가 조절되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기후인 것 같아요. 꿀벌 개체수뿐만 아니라 꿀의 양도 많이 줄었거든요.

또 소나무 재선충 방제나 과수원의 농약도 벌들에게 주는 영향이 있어요. 벌들에게 약품이 묻는다고 바로 죽는 것이 아니라 약품을 뭉친 상태로 집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서서히 벌들을 좀먹는 느낌도 있습니다. 특히 재선충 방제는 항공이나 드론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벌들이 피할 수가 없다 보니 영향이 있을 수 있죠.

양봉장에 피해를 입힐 정도의 말벌을 잡으러 다니긴 합니다. 실제로 요즘 양봉 농가에 주로 오는 말벌은 등검은말벌인데 이 종은 생태계 교란종입니다. 원래 한국에서는 좀말벌, 털보말벌, 일반 말벌들이 꿀벌의 천적이었어요. 그런데 등검은말벌이 들어온뒤로는 좀말벌이나 일반 말벌들이 서식지 싸움에서 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유럽은 이미 영향을 많이 받았고 우리나라도 부산으로 들어와서 경북지역까지는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말벌을 잡는 것이 어느 정도까지가 자연의 섭리이고 생태계 파괴인지 모르겠지만 말벌은 수분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꿀벌을 없애고 약탈하잖아요. 그러니까 꿀벌이 없어지는 것보다 꿀벌이 살 수 있게 말벌을 조절하는 게 낫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요. 제가 양봉인이라서 그런 것도 있고요(웃음).

전국적인 관리보다는 지자체 차원의 관리가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소나무 재선충 방제를 할 때 지자체에 농가가 등록돼 있으면 문자를 보내 알려주기도 합니다. 이런 것 외에 민가 근처만 아니라면 양봉 자체는 제한이 따로 없습니다.

양봉 농가 등록제가 21년부터 시행되고 있긴 아직 유예기간이긴 합니다. 이런 제도가 생기는 것은 좋지만 실제 필드의 상황을 고려해서 법제화 같은 것도 어느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벌의 경우 개체의 치료는 크게 의미가 없으니 양봉인들을 상대로 질병 예방법 같은 주제에 대해 강연을 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정년기 수의사님처럼 양봉을 깊게 아시는 분들이 질병 진단 방법이나 예방법 같은 것들을 위주로 알려주시면 양봉을 처음 시작하시는 초기 양봉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역마다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양봉인들이 질병을 방지하는 방법들이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근본적인 원리는 같기 때문에 수의사 분들이 이런 부분을 해소해주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승현 기자 ecc0825@naver.com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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