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려동물 생식사료 62개 조사해보니..H9N2형 조류인플루엔자 나왔다

국내 유행 중인 Y280계열 바이러스 확인..미국서도 생식사료 관련 H5N1형 AI 전파 우려


8
글자크기 설정
최대 작게
작게
보통
크게
최대 크게

국내에서 개·고양이용으로 유통되는 생식사료 제품을 조사한 결과 인수공통감염병인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검출됐다. 국내 가금농장에서 유행하고 있는 Y280계열 H9N2형 AI다.

바이오 펫푸드 스타트업 림피드의 공동창업자인 김창태 CTO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Veterinary Microbiology 최신호에 게재했다(교신저자 경북대 배슬기·권정훈 교수).

생식사료는 일부 반려동물 보호자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일반적인 사료와 달리 열처리 등을 거치지 않아 미생물 병원체 전파에 취약할 수 있다.

연구진은 2023년 7월부터 8월까지 국내 여러 온라인 판매처를 통해 개·고양이용 생식사료 제품 62종을 수집했다. 이들 제품 모두 한국에서 생산된 것으로 닭고기(37종), 오리고기(19종), 혼합육(6종) 등을 주재료로 제조됐다.

이들 제품을 대상으로 RT-PCR 유전자 검사를 실시한 결과 3개 검체가 AI 양성반응을 보였다. 이중 2개 검체에서 살아있는 AI 바이러스가 분리됐다.

이들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실시한 차세대염기서열(NGS) 분석에서 H9N2형 저병원성 AI가 확인됐다. 2020년 이후로 국내에서 유행하고 있는 Y280계열 H9N2형 AI 바이러스와 97% 이상의 높은 유전적 상동성을 보였다.

국내 가금농장에서 유행하는 저병원성 AI 바이러스가 불활화되지 않은 채 생식사료에 남아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H9N2형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생식사료 2종은 모두 개를 위한 제품이었다. 한 제품은 한국산 닭고기로, 나머지 한 제품은 한국산 오리·소·닭고기와 칠레산 양고기로 구성된 혼합육 제품이다.

연구진은 “검출된 바이러스에서 포유류 적응과 관련된 18개의 변이가 발견돼,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사람으로의 전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H9N2형 AI 바이러스는 2015년 이후 전세계적으로 133건의 인체 감염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이중 사망 사례는 2건에 그치고, 국내에서는 아직 발병 보고는 없지만 잠재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앞서 2023년 서울시내 고양이에서 발생한 H5N1형 고병원성 AI에서도 오리고기가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 바 있다. 당시 관악구 발생시설에서 수거한 오리고기 포함 사료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다.

젖소를 중심으로 포유류에서 H5N1형 고병원성 AI가 확산되고 있는 미국에서도 관련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FDA 등 현지 당국에 따르면 지난 9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생식사료를 먹은 고양이가 H5N1형 AI 감염으로 안락사됐고, 해당 제품에서 H5N1형 AI가 검출되기도 했다.

연구진은 HACCP 등 국내 가금류의 안전관리가 살모넬라균 등 세균성 위해요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바이러스에 대한 관리가 미흡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열하지 않는 반려동물 사료에는 방사선을 조사해 멸균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이번 연구에서처럼 살아있는 AI 바이러스가 발견된 것은 멸균 공정 관리가 미흡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김희수 림피드 대표는 “한국 펫푸드의 AI 바이러스 오염을 체계적으로 조사해 발표한 첫 연구”라며 “생식사료에서 H9N2를 검출한 것은 글로벌 관점에서도 첫 사례로 보이며, 생식사료가 다양한 아형의 AI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경로가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에서 지난해말부터 생식사료 관련 H5N1형 고병원성 AI 감염이 연이어 보고되는 상황에서, 반려동물 사료도 공중보건 관리 대상에 포함되어야 함을 제시한 연구”라고 강조했다.

데일리벳 관리자
Loading...
파일 업로드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