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AVA 2025] 고양이 심혈관 질환 강연과 정형외과 수술 시 3D 프린팅 활용 강의
출라롱콘대학교 시릴락 수라쳇퐁 교수, 플로리다수의과대학 다니엘 루이스 명예교수 강의
10월 31일(금)부터 11월 2일(일)까지 대구 EXCO에서 열린 2025년 제13차 아시아·태평양 소동물수의사대회(FASAVA Congress 2025)에서 다양한 해외 수의전문의들이 연자로 나서 활약했다.
그중 2개의 강연 내용을 정리해 본다.

FATE부터 CHF까지, 고양이 심혈관 질환 치료의 포인트
심장 세션에서는 태국 출라롱콘대학교 수의과대학 Sirilak Surachetpong(시릴락 수라쳇퐁) 교수의 고양이 심장질환 강의가 주목받았다.
출라롱콘대학교를 졸업한 시릴락 수라쳇퐁 교수는 콜로라도주립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 석박사 및 박사후과정을 마쳤으며, 태국수의전문의 자격과 아시아수의내과전문의(심장)(AiCVIM (Cardiology)) 자격을 보유 중인 심장 분야 전문가다.
태국수의심혈관학회(Veterinary Cardiovascular Society of Thailand) 현 회장이기도 하다.
시릴락 수라쳇퐁 교수는 고양이 동맥혈전색전증의 임상 증상, 진단, 질병의 진행 양상, 치료 및 울혈성 심부전의 치료에 대한 최신 지견을 소개했다.
“혈류 돌아와도 안심 금물…고양이 FATE 치료의 핵심은 관찰”
고양이 동맥혈전색전증의 대표적인 임상 증상은 5P(pain, pallor, pulselessness, poikilothermia, and paralysis)로 요약된다. 통증은 급격하고 심하며, 혈류가 차단된 부위는 창백하거나 청색증을 보인다. 체온이 낮게 유지되고 허혈성 신경병증으로 마비가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진단 시 신경학적 질환과의 감별이 중요하다.
보조 진단법으로 도플러 평가, 적외선 체열 촬영(thermography), 포도당·젖산·칼륨 농도 비교, 초음파 검사 등이 있는데 수라쳇퐁 교수는 “적외선 체열 촬영은 영화 ‘프레데터’처럼 혈류가 있는 부위를 색상으로 시각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의 진행 양상은 빠르다. 대퇴동맥 맥박 소실은 발병 수 시간 내 발생하며, 72시간 내 회복되면 예후가 비교적 양호하지만, 혈전이 작아지면서 말초로 이동할 경우 국소 괴사가 발생할 수 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통증은 24시간 내 최고조에 달하고 48시간 후 감소하며, 운동기능 상실은 24시간 내 발생하나 24~36시간 내 회복되는 경우도 있다. 완전한 회복까지 수 주에서 수개월이 소요될 수도 있다.
치료방법은 산소 공급, 통증 조절, 순환 안정화 등이다. 과도한 체온 상승을 유발하는 적극적인 보온은 피해야 한다.
수라쳇퐁 교수는 치료 측면에서 항응고제와 혈전 용해제의 차이도 소개했다. 항응고제는 새로운 혈전 형성을 막고 기존 혈전의 진행을 억제하지만, 혈전을 직접 녹이지는 않는다. 반면 혈전용해제는 이미 형성된 혈전을 분해할 수 있으나, 고양이 동맥혈전색전증에서 사용했을 때 생존율이 약 50%로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으며, 오히려 혈전이 녹으면서 막혀 있던 조직으로 혈류가 갑자기 들어오는 재관류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수라쳇퐁 교수는 “최소 72시간 동안 집중 관찰하면서 회복 여부와 조직 손상을 확인함으로써 FATE 환자의 예후를 판단한다”고 조언했다.

고양이 울혈성심부전, 임상 평가와 진단 검사로 안전한 치료 방향 설정
고양이 울혈성심부전(CHF) 환자의 임상 평가에서는 체온·맥박·호흡수(TPR), 심음과 리듬, 폐음, 호흡 패턴, 말초 관류 상태를 포함한 전신 평가가 필수적이다. 수라쳇퐁 교수는 실제 케이스를 바탕으로 임상 평가 방법을 설명했다.
진단 과정에서는 방사선 검사, 심장 초음파, 혈액 내 심장 바이오마커가 활용된다. 방사선 검사에서는 폐 침윤, 심비대, 망고 모양으로의 좌심방 확대 등이 확인되며, 종종 흉막삼출도 나타난다.
특히, 자신의 논문(Accuracy of methods for diagnosing heart diseases in cats)을 인용하면서, 좌심방비대 판단 시 초음파 단독 검사는 민감도 59.1%, 특이도 91.67%였으나, 심장바이오마커인 NT-proBNP와 초음파 검사를 병용하면 민감도가 80%, 특이도가 95.65%로 상승한다고 전했다. VHS까지 포함하면 민감도는 100%에 달한다.
CHF 치료는 급성기와 만성기로 구분되는데, 급성기에는 이뇨제와 산소 공급이 기본이며, 정맥 수액, 니트로글리세린, ACE 억제제는 권장되지 않는다. 수라쳇퐁 교수는 고양이 CHF 치료에서 심실이 순환 혈장량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뇨제 투여나 급성 체액 변화로 혈압과 심박출량이 변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로 인해 저혈압이나 저심박출 상태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뜻이다.
만성기 치료에서는 이뇨제, 클로피도그렐, ACE 억제제가 주로 사용된다. 좌심실 유출로 폐쇄(LVOT obstruction)가 없는 경우에 한해 피모벤단도 도움이 된다.
수라쳇퐁 교수는 “심박수, 혈압, 말초 관류 등 혈역학 지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치료 계획을 조절하는 것이 CHF 관리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시간 정형외과 세션에서는 다니엘 루이스(Daniel D Lewis) 플로리다수의과대학 명예교수의 ‘Virtual surgical planning and 3D printing in orthopedics’ 강연이 관심을 끌었다.
다니엘 루이스 교수는 미국수의외과전문의(DACVS)이자 소동물최소침습정형외과수술(Minimal Invasive Small Animal Orthopedic Surgery) 창립멤버다. 특히, 세계수의정형학회(Veterinary Orthopedic Society) 회장까지 역임한 수의정형외과 분야의 권위자다.
루이스 교수는 가상 수술 계획(VSP, Virtual Surgical Planning)이 “수술 전 단계에서부터 결과를 예측하고 정밀하게 준비할 수 있는 혁신적 도구”라며 CT 영상을 기반으로 한 3D 모델링을 통해 술자가 환자의 해부학적 구조를 사전에 정확히 파악하고 수술 경로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루이스 교수에 따르면, 다양한 3D프린팅 소프트웨어를 통해 정상 뼈와 변형된 뼈를 모두 비교 분석할 수 있고, 교정 각도나 절개 위치를 수술 전에 최적화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 TPA, TPLO, 대퇴골두 골절 수술에 3D 프린팅/모델링을 적용한 케이스도 소개됐다.
루이스 교수는 “3D 프린터로 제작한 맞춤형 수술 가이드를 이용하면, 절개와 나사 삽입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투시 사용을 크게 줄이고 수술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MIPO(최소 침습 금속판 골유합술) 수술 시에도 근위부와 원위부에 맞춘 가이드를 활용하면 골절 정복이 훨씬 정밀해진다고 한다.
루이스 교수는 VSP와 3D 프린팅 기술이 향후 수의정형외과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AI와 모바일 기술의 발전으로, 언젠가 스마트폰만으로도 CT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수술 계획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수술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모두 향상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나린 기자 022182@snu.ac.kr
이한희 기자 hansolcall91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