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수의신경학회’ 창립..수의신경학 분야 분과별·국내외 학술 교류 목표

9일 창립 기념 심포지엄..뇌종양·뇌전증의 약물·수술·영상진단·방사선치료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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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수의신경학회(KSVNN, Korean Society of Veterinary Neurology & Neurosurgery)가 9일(일) 서울 유한양행 본사에서 창립총회 및 기념 심포지엄을 열고 정식 출범했다.

학회는 수의신경학과 연관된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가 모두 모여 진료·연구 역량을 높이고 미국·유럽·아시아 등 해외 수의신경학 학술단체와의 교류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국내 반려동물 임상 수준이 크게 발전하면서, 과거 손쓸 도리를 찾기 어려웠던 뇌 안의 문제도 이제는 적극적인 치료의 대상이 되고 있다.

뇌전증 등의 내과적 치료가 고도화되는 한편 뇌종양에 대한 방사선 치료나 뇌수술 저변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고가의 브레인 네비게이션이나 수술 현미경, 방사선 치료 기기 등 첨단 의료기기들이 주요 대형 동물병원들을 중심으로 속속 도입되고 있다.

학회 총무이사를 맡은 차재관 원장(오아시스정형외과신경외과동물병원)은 “국내 신경학 분야의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다”면서 “자체적으로 MRI를 보유한 동물병원이 많아지면서 신경계 질환의 진단도 늘어났고, 그에 따라 외과를 포함한 치료적 접근에 대한 수요도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선 치료와 뇌수술이 비슷한 시기에 저변을 넓히기 시작하면서 보호자들의 인식이 함께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지목했다.

차 원장은 “과거에는 많은 보호자들이 ‘뇌종양 수술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수의사들도 (뇌에 대해서는) 수술보다 다른 옵션을 우선 안내하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최근에는 많은 수의사들이 관심을 갖고 시도하고 있고, 보호자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초대 회장으로 추대된 김남수 전북대 교수는 “신경계 질환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에 대한 임상적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면서 “내과, 외과, 영상진단 분야의 긴밀한 연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경계 질환 관리와 연관된 여러 진료과목이 다학제적인 환자 치료는 물론 학술 교류에도 적극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창립 기념 심포지엄도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 사람 뇌종양 수술의 원칙과 경향을 소개한 가천대 신경외과 이기택 교수의 특강을 시작으로 뇌전증에 대한 내과적 접근(정동인)과 뇌종양의 영상학적 진단 및 방사선 치료(황태성), 뇌종양 수술의 합병증 예방(차재관)에 대한 강연이 이어졌다.

대한수의신경학회 초대 회장으로 추대된 김남수 전북대 교수

대한신경외과학회 고시이사, 대한두개저학회 회장, 대한신경방사선수술학회 회장 등 다수의 관련 학술단체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한 이기택 교수는 사람과 동물의 뇌종양 수술이 기본적으로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얼마나 정밀하게 하는지, 이를 위해 최첨단 기술을 얼마나 활용하는지의 차이가 있을 뿐, 뇌수술의 원칙이나 접근법은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환자의 삶의 질을 고려해 완치 혹은 증상 완화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해부학적 구조에 대한 철저한 지식과 영상분석, 조직학적 진단을 기반으로 치료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에서도 뇌수술에 최첨단의 기술과 의료기기들이 가장 먼저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지목하면서, 동물에서도 보다 좋은 장비를 활용해 더 정밀하게 수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뇌는 (수술에) 최신 장비를 다 이용해도 후유증 위험이 크다. 가능하면 최고의 환경에서 환자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뇌수술과 방사선 치료가 비슷한 시기에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도 반려동물 뇌종양 치료에는 희소식이다.

황태성 경상국립대 교수는 “뇌종양에 대해 수술과 방사선 치료는 상호보완적인 성격을 가진다”고 말했다. 수술은 종양의 중심부를 절제하기 쉽지만 정상조직과 구분하기 어려운 주변부를 제거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반면, 방사선 치료는 혈류와 산소공급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주변부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기택 가천대 교수

이기택 교수는 이날 사람의학에서 뇌종양의 분류와 등급별 치료전략 수립, 여러 진단 및 수술적 접근법을 개괄적으로 소개했다.

뇌종양은 혈관신생(angiogenesis), 유사분열(mitosis), 세포분화(cellular differentiation) 양상 등에 따라 1~4 등급(grade)으로 구분한다. 1~2등급을 양성, 3~4등급을 악성으로 분류하지만 “임상적으로는 2등급부터 악성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2등급 이상은 악성으로 간주하고 치료 전략을 세운다”고 지목했다.

이기택 교수는 “영상기법은 단순히 병변을 찾는 것을 넘어, 종양의 성격·위치·악성도·수술 가능성까지 평가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며 다양한 첨단 영상기법들을 조명했다.

눈이나 코를 경유해 내시경을 활용하면서 과거 접근하기 까다로웠던 뇌실질 부위에 대한 수술이 개선됐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정동인 경상국립대 교수

정동인 교수는 2023년 개정된 미국수의내과학회(ACVIM)의 개·고양이 뇌전증지속증 관리 컨센서스를 중심으로 뇌전증 치료의 최신 지견을 소개했다.

과거 30분에 달했던 뇌전증지속증(status epilepticus)의 진단 기준이 5분으로 단축됐다는 점을 지목하며 가능한 빠른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발작을 억제하기 시작하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지체될수록 비가역적인 후유증이 남거나 폐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1~3차 치료제의 제제별 특징과 선택 기준을 진료 경험과 함께 상세히 소개했다. “뇌전증은 당뇨처럼 만성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라며 “완치보다는 발작의 심각도나 시간 등을 수용가능한 정도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환자와 보호자의 삶의 질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태성 경상국립대 교수

황태성 교수는 뇌종양의 영상학적 진단과 방사선 치료 적용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황 교수는 종양 위치에 기반한 분류 체계가 치료 방식 결정에 핵심적이며, 특히 축외 종양과 축내 종양의 영상학적 차이를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종양으로 인한 뇌압 상승과 뇌 실질 압박, 변위, Brain hernia로의 진행 가능성도 주요한 고려사항으로 제시했다.

뇌종양 환자에 대한 방사선 치료 증례도 눈길을 끌었다. 마취·조사 횟수를 줄이는 정위적방사선치료(SRT)를 완치 목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종양의 크기를 줄여 임상증상과 삶의 질을 개선하는 완화적 치료도 적용한다고 소개했다.

차재관 오아시스정형외과신경외과동물병원 원장

차재관 원장은 뇌종양 수술의 성패를 가를 ‘합병증’에 주목했다.

차 원장은 “반려동물 뇌종양 수술의 패러다임이 변해야 한다”며 “합병증에 대한 두려움이 수술적 접근을 가로 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지만, 위험 요소와 합병증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오히려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뇌종양 수술의 위험 요소를 완전히 제거할 수 없지만, 발생 가능한 합병증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과정이 곧 치료의 질을 결정한다”며 수술 전 계획부터 수술 후 관리까지 이어지는 체계적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브레인 네비게이션이나 수술 현미경, 초음파 흡인기 등 최신 장비의 활용이 수술 정확도와 합병증 감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지목하면서도 “기계는 가이드일 뿐, 결국 뇌의 해부학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대한수의신경학회는 미국, 영국, 일본, 네덜란드에서 활동 중인 수의신경학 전문가 12명을 국제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미국수의내과학회 신경학 분과(ACVIM(neurology))의 쉴라 카레라-저스티즈 회장, 유럽수의신경학회(ECVN)의 로드리고 퀸타나 회장, 일본수의신경학회(JSVN) 하세가와 다이스케 사무국장 등이 국제자문위원단에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수의내과전문의(신경학)인 하세가와 다이스케 교수는 “이웃 한국에 수의신경학 학술단체가 새롭게 설립된 것은 서로에게 큰 자극이 될 것”이라며 “KSVNN도 아시아, 미국, 유럽 등 국제적 전문의 제도와의 연계를 바탕으로 한국의 수의신경학 발전을 도모하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쉴라 카레라-저스티즈 회장도 내년 ACVIM 포럼에 초대하면서 수의신경학 발전을 위한 협력을 기대했다.

학회 차재관 총무이사는 “미국, 유럽, 아시아의 학회와 교류하면서 연자 초청, 공동 연구 등 협력할 계획”이라며 “내년부터 좀더 확장된 규모의 학술행사와 Wet-lab 핸즈온 코스 등을 준비하려 한다”고 전했다.

첫 걸을을 뗀 대한수의신경학회에는 100여명의 정회원이 모였다. 차 총무이사는 “학회 외연을 점점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신경학에 관심 있는 수의사들의 많은 가입을 당부했다.

대한수의신경학회(KSVNN) 온라인 가입 신청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박연우 기자 pyw2196@naver.com

황유진 기자 pinkberryh122@gmail.com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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