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관절주사, 과학적 근거 확인해야…줄기세포는 아직 근거 미약
서울대 강병재 교수, 유한양행 애니콘주 웨비나에서 골관절염 관절주사제 과학적 근거 강조

유한양행이 ‘골관절염의 이해와 치료 & 애니콘주의 임상적 적용’을 주제로 8~9일(토~일) 이틀간 무료 웨비나를 개최했다.
이번 웨비나에서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강병재 교수는 반려동물 골관절염(OA)의 병태생리와 치료법, 임상 적용 사례 및 향후 치료 전략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특히, 다양한 논문을 바탕으로 ‘과학적 근거’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가장 흔한 정형외과 질환 중 하나 ‘골관절염’
조기 진단 및 치료 개입 중요
“대조군 없는 개인의 경험을 믿기보다 과학적 근거 확인해야”
골관절염(OA, Osteoarthritis)은 반려동물에서 흔한 정형외과 질환 중 하나다. 1살 이상 개의 20% 정도에서 발병한다는 문헌이 있으며, 8살 이상 개에서 유병률이 관절별로 35.9~57.4%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다. 주관절(elbow joint, 팔꿈치 관절)에서 57.4%로 가장 많이 발생했다.
골관절염은 비염증성 관절염으로 분류되며, 반려동물에서는 고관절 이형성증, 슬관절 전십자인대파열, 견관절 박리성 골연골염(OCD) 등에 의해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강병재 교수는 영상학적 소견과 임상적 골관절염의 제한된 상관관계를 언급하며 방사선학적 검사뿐만 아니라 신체검사와 COAST(Canine OsteoArthritis Staging Tool), COASTeR을 활용한 골관절염 단계평가 및 관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관절액 검사의 의미도 전달했다.
골관절염은 완치할 수 없다. 통증 완화와 기능 개선을 통해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이 치료 목표다. 체중 조절, 적절한 운동, 생활환경 개선, 식이 관리, 재활·물리치료, 영양제 등을 활용할 수 있으며, 약물치료와 수술적 치료도 가능하다.
약물치료의 경우, 전통적인 진통소염제(NSAIDs)뿐만 아니라 최근 다양한 피하주사제, 관절주사제가 출시되어 수의사의 선택지가 넓어졌다. 특히, 관절주사는 다른 나라보다 우리나라에서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어 활용되고 있다.
강병재 교수는 이날 히알루론산(HA), 혈소판풍부혈장(PRP), 줄기세포, ELHLD, PN/PDRN 등 성분별로 관절주사제의 특징과 과학적인 근거를 자세히 전달했다.
환자의 상태와 보호자의 상황에 따라 적절한 치료 방법을 선택해야 하는데, 수의사로서 ‘해당 치료 방법에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게 강 교수의 조언이었다. 강병재 교수는 “골관절염이 있는 개체에 생리식염수를 주사해도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는 경우가 꽤 된다”며 “대조군이 없는 수의사 개인의 경험을 편향적으로 받아들일 경우, 엉뚱한 처치를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병재 교수는 최근 개원가의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는 줄기세포 치료에 대해 “관절염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는 있지만, 다른 관절주사제에 비해 비용 대비 효과가 비례하는지는 현재 밝혀져 있지 않다고 보는 게 옳다”고 말했다.
강병재 교수는 10년 이상 줄기세포 관련 연구를 해왔다. 강의에서도 직접 진행한 동물에서의 줄기세포치료 관련 연구를 소개했다. 하지만, 자신은 “관절염 환자에게 줄기세포를 함부로 쓰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줄기세포치료 방법을 실제 임상에서 (과학적 근거가 있는 치료법 대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국제줄기세포학회(ISSCR, International Society for Stem Cell Research) 줄기세포 요법 관련 가이드라인도 소개됐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한국어 버전으로도 볼 수 있다(한국줄기세포학회 제공).
가이드라인에서 ISSCR은 “안전성에 대한 시험을 하지 않았거나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은 줄기세포 기반 요법을 판매하고 투여하는 병원과 서비스 제공업자들이 증가하는 것에 우려를 가지고 있다”며 “이러한 치료요법 대부분은 입증되지 않은 것으로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줄기세포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승인된 줄기세포 치료요법은 한정되어 있다”며 “많은 병원이 홍보하는 ‘미입증 줄기세포 치료요법’은 부작용을 모니터링하고 보고하기 위한 엄격한 기준이 확립되어 있지 않아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상시험에 참여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관례는 아니라고 한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승인된 줄기세포치료 사례는 혈액암, 면역질환 등에 조혈줄기세포이식, 시력 회복을 위한 각막 줄기세포 요법, 피부 화상 치료 등 일부에 불과했다.
강병재 교수는 “줄기세포 치료는 아직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줄기세포를 투여했을 때 관절 연골이 재생된다고 함부로 주장하는 것 옳지 않다”며 “줄기세포 치료법의 과학적 근거를 스스로 고민해 보고 좋은 활용법이라고 판단되면 활용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수의사가 스스로 ▲‘수의학적으로 필요한가(기존 치료들 사이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가)’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가’ ▲‘실제로 효과가 있거나, 임상에서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강력한 전임상 근거가 있는가’를 고민해 봐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강병재 교수는 이어 “이미 (줄기세포 치료를 임상에서) 많이 활용하고 있다면, 그 활용 결과를 논문으로 보고해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동물용의약품으로 허가받은 줄기세포치료제(동물용 세포치료제)는 없으며, 검역본부 고시에 따라 동물병원이 줄기세포를 자체 배양해 치료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예외적으로 허용되어 있다. 다만, 개별 동물병원별로 줄기세포 배양·관리 수준에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 있으며, 검역본부가 곧 ‘동물병원 원내 자체 배양 줄기세포 치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폴리뉴클레오타이드(PN, Polynucleotide) 관절주사제와 관련해서는 최근 SCIE 등재 학술지인 미국수의사회(AVMA) 저널 AJVR에 게재된 논문이 소개됐다(Intra-articular injections of polynucleotides show promise in improving clinical outcomes compared to hyaluronic acid in small-breed dogs with osteoarthritis).
서울대학교동물병원 정형·신경외과(지도교수 강병재)와 본동물의료센터(원장 김용선), VIP동물의료센터(원장 김종인), 정창수외과동물병원(원장 정창수)이 참여한 해당 연구는 골관절염 반려견에서 PN과 HA를 직접 비교한 최초의 임상 연구였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골관절염이 있는 국내 소형견을 대상으로 PN(Polynucleotide) 성분 관절주사제와 히알루론산(HA) 성분 관절주사제의 치료 효과를 비교한 결과, PN 관절주사의 임상증상 개선 효과가 더 빠르고, 더 컸으며, 더 오래 지속됐다.
폴리뉴클레오타이드(PN) 관절주사제는 고도로 정제된 연어 정소에서 추출한 DNA를 활용한다. 사람에서는 콘쥬란®이라는 제품으로 유명하고, 동물의료시장에는 2023년 유한양행이 PN성분의 반려동물 관절주사제 애니콘주(AniConju®)를 출시해 주목받는 중이다.
강병재 교수는 “PN은 점탄성과 연골 보호 효과로 주목받고 있고, 임상에서 HA에 반응이 없는 환자군에서 효과적일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에는 반려동물 골관절염 치료의 새로운 1차 옵션으로의 가능성도 제시된다”고 전했다.

“뒷다리보다 쉬운 앞다리 관절주사”
VIP동물의료센터 청담점 김종인 원장은 실제 관절주사 방법을 강의했다.
김종인 원장은 “관절주사제의 활용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여전히 뒷다리에 국한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앞다리 쪽 관절주사 케이스가 많아지고 있다. 익숙해지면 (뒷다리보다) 더 쉽게 주사할 수 있고 효과도 더 빨리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견관절(어깨관절)과 주관절(팔꿈치관절)에 관절주사하는 방법에 대해 해부학적 구조를 설명한 뒤 실제 주사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설명했다. 해부학적 구조에 대해서는 “개와 고양이의 해부학적 차이가 뒷다리보다 앞다리에 많기 때문에 미리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절주사 방법 소개 이후에는 5마리의 개, 고양이 앞다리 관절주사 케이스를 소개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