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진아 전남대 신임교수 “용기 있게 도전하세요! 모든 경험은 교훈을 줍니다”

전남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바이러스학 이진아 신임교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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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25년 9월 1일 자로 전남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바이러스학 교수로 부임한 이진아라고 합니다.

저는 전남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졸업하였고 졸업 후에는 동대학 수의전염병학교실에서 수의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박사 후에는 미국 보스턴에 있는 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Harvard Medical School에서 2년 동안 박사 후 연구원 생활을 하다가, 자리를 옮겨 Beth Israel Deaconess Medical Center/Harvard Medical School에서 약 3년 정도 박사 후 연구원 생활을 했습니다.

이후 지도교수님이 Boston College로 이직하셔서 저도 함께 자리를 옮겨 약 1년 반 정도 박사 후 연구원 생활을 더 하다가 Senior Research Associate로 승진하게 되었고, 전남대학교로 이직할 때까지 계속 Boston College에서 Senior Research Associate로 일을 하였습니다.

모교로 다시 돌아오게 되어 너무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며, 특히 제가 전남대학교 수의과대학 예방 분과의 첫 여성 교수라 더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만큼 더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지는지라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봤던 과학만화에서 바이러스라는 존재가 아직 그 기원이 모호하고 심지어 우주에서 왔다는 설도 있다는 내용을 본 뒤부터 항상 바이러스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수의대에 진학해서 수의바이러스학을 배웠는데, 바이러스라는 놈들은 사실 구조적으로는 외형 골격+유전물질만 가지고 있는 굉장히 단순한 존재라 살아있는 숙주 없이는 생존도 불가능하면서 현재까지 정복되지 않은 수많은 바이러스 질병이 있다는 게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결국 그렇게 수의바이러스학과 바이러스감염면역학에 대해 연구하게 되었고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미국에서 박사 후 연구과정 초중반기에는 만성적 질환 상태, 즉 암이나 HIV 감염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면역 억압 기전, 특히 CD8+ cytotoxic T cell exhaustion에 초점을 둔 연구를 많이 수행했었고, 이러한 exhaustion 상태를 극복하기 위한 면역치료제의 적용에 관한 연구도 함께 수행했습니다. CD8+ cytotoxic T cell exhaustion이란 말 그대로 T cell이 지속적인 항원 자극에 의해 피로해진 상태로 더 이상 기능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이때 T cell들이 immune checkpoint라고 불리는 특이적인 마커들을 발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암이나 HIV 감염에서 다양한 immune checkpoint의 특성 및 역할 연구 및 이를 타겟팅하는 면역치료제 개발 연구, 특히 영장류 모델을 이용한 전임상 연구 등을 수행했습니다.

중후반기에는 CD8+ cytotoxic T cell을 in vivo적으로 remodeling 할 수 있는 다양한 면역치료 플랫폼을 연구했는데 superagonist, CAR-T cell, 최근 코로나19 덕분에 관심이 집중된 mRNA 백신과 같은 다양한 면역치료제 플랫폼 개발 및 바이러스 감염병에서의 적용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작년에는 IL-15 superagonist에 의해 reprogramming 된 CD8+ cytotoxic T cell에 의한 HIV 치료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가 Science지(2024 Mar 8;383(6687):1104-1111)에 실리는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 논문의 키포인트를 간략히 설명해 드리자면, 첫 번째는 기존의 항체 의존적인 바이러스 감염 치료법에서 벗어나 CD8+ cytotoxic T cell에 의한 바이러스 감염 치료에 대한 가능성을 열었다는 것과, 두 번째는 면역치료제에 의해 체내의 CD8+ cytotoxic T cell 활성 조절, 즉 reprogramming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입니다.

2024년 3월 발간된 Science지 383호에 이진아 교수(공동 제1저자)의 논문이 게재됐다.

박사 후 연구 과정 동안 진행하던 연구 내용을 확장시켜 면역치료제에 의한 CD8+ cytotoxic T cell reprogramming을 다양한 질병 모델, 즉 바이러스 감염뿐만 아니라 암, 자가면역질환, 염증성 질환 등에 적용하는 연구를 생각 중입니다. 또한 반려동물의 감염성 질환 및 암에 적용할 수 있는 면역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도 계획 중에 있습니다.

이번 학기에는 수의전염병학 파트 중 바이러스성 전염병학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수의바이러스학 전공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개인적으로 학생들이 고민이 있을 때 언제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교수가 되는 것이 제 목표인지라, 학생분들이 어려워하지 말고 제 연구실을 많이 찾아와 주셨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저는 학교생활 동안 동아리 활동을 많이 하지 않아서 나중에 후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시간 여유가 허락된다면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또 수의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하는 프로그램을 잘 활용해 다른 학과의 사람들도 만나보며 다들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알아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학부 때 시간이 많을 때 여행을 다니거나 다양한 경험을 해 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나중에 졸업하면 생각보다 시간을 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학부생 때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수의바이러스학에 국한되지 않고 비임상 쪽에 관심 있는 학생분들이 있다면 본인의 관심 분야 실험실의 교수님이나 아니면 그 실험실에 소속된 대학원생들과 한 번쯤은 이야기를 나눠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제 전공 분야에 관심이 없더라도 다른 전공 분야에 관심이 있는데 ‘이쪽으로는 방법을 모르겠다’하는 학생분들이 계신다면, 저에게 찾아오세요.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도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수의바이러스학 연구는 기초 및 임상을 아우르는 다양한 지식 및 실험적인 테크닉을 요구하기 때문에 수의 분야뿐만 아니라 인의 분야 연구에도 적용이 가능합니다. 또한, 요즘은 비임상분야 진로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연구원이나 공무원뿐만 아니라 투자회사에 소속된 투자전문가까지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상투적인 이야기 같지만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포기하지 말고 일단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물론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고, 설사 실패한 것이 아닌데도 실패한 것 같아 좌절할 수도 있고, 막연한 미래에 불안감이 생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단정 짓지 않았으면 합니다. 삶이라는 건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어느 순간에 어떤 경험이 도움이 될지 몰라요. 자기 삶에 원칙은 있어야 하지만, 모든 것에 열려있는 마인드로 살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사실 “교수는 처음인지라” 지금도 이런 감정들을 느끼고 있는데요, 그럴 때마다 저는 Go bravely on, because each experience teaches us a lesson이라는 영어 구절을 떠올리곤 합니다. 뒤돌아 생각해 보면 힘든 시간 속에서도 언제나 배울 것이 있었고 그런 것들이 저를 더 성장시켰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생분들도 간절히 너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너무 겁먹지 말고 깊게 생각하지도 말고 일단은 도전해 보시라 응원해 드리고 싶습니다.

박연우 기자 pyw219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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