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 동물의학종합연구소, 수의사와 함께하는 수생동물 연구 컨퍼런스 열어
고래연구소 연구원, 아쿠아리움 수의사, 제브라피쉬 연구자 초청

강원대학교 수의과대학 동물의학종합연구소가 17일(수) ‘수의사와 함께하는 수생동물 연구: 제브라피쉬, 바다거북, 고래의 과학 이야기’를 주제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컨퍼런스에서는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이영민 연구원, 아쿠아플라넷 여수의 서승현 수의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의 석승혁 교수가 연자로 나서 각 분야의 연구와 현장 경험을 소개했다.

고래연구소 연구원, “바다 위 법의학으로 고래의 시간을 읽다”
첫 강연은 해양포유류 조사와 법의학 연구 현장을 주제로 고래연구소의 이영민 연구원이 맡았다. 이 연구원은 전남대학교 수의과대학 졸업 후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거쳐 현재 고래연구소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고래연구소는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수산과학원 직속 기관으로, 울산 장생포에 기반을 두고 우리나라 전 해역의 해양포유류 데이터를 통합 관리한다.
조사 방법으로 음향 조사(패시브·액티브)와 목시조사가 소개됐다. 패시브 음향은 고래의 울음·클릭음을 분석해 행동과 개체수를 추정하고, 액티브 음향은 어군탐지기를 활용해 먹이군 분포와 고래의 흔적을 파악한다. 목시조사는 과학조사선을 이용한 선박 조사, 해안에서의 육상 관찰, 경비행기를 활용한 항공 관측으로 광역 데이터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 연구원은 고래의 사후경과시간(PMI) 규명을 목표로 한 법의학 실험을 소개했다. 해양경찰연구센터와 협업해 부산 해경서 부두 수심 약 10m에 고래 사체를 고정하고 수중 CCTV로 분해 과정을 추적했다. 그는 “초기에는 입술·눈꺼풀 등 연조직이 먼저 분해되고, 내부 가스에 의한 팽창이 뒤따랐다”며 “약 84~90일경에는 갈비뼈가 노출되고 속박 부위가 풀리며 사체가 유실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과 지형을 달리한 반복 실험을 통해 해양 법의학의 기초 데이터를 축적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히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아쿠아리움 수의사, “임상 넘어 보전·연구까지…수족관의 역할”
두 번째 강연은 서승현 아쿠아리움 수의사가 수생동물 진료부터 보전, 연구까지의 수족관 수의사의 업무를 소개했다. 서 수의사는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졸업해 현재 아쿠아플라넷 여수 진료 수의사로 근무 중이다.
서승현 수의사는 “아쿠아리움 수의사는 아픈 동물을 치료·예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질병 연구와 번식·방류 등 보전 과학에도 관여한다”며 수생동물 수의사의 역할을 정의했다. 그는 임상과 예방을 핵심 업무로 꼽았다. 그러면서, 야생성이 강한 수생동물은 증상을 숨기는 경향이 커 정기검진과 상시 관찰이 필수이며, 표면적 징후만으로는 원인을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쿠아리움에서는 질병연구 활동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었다. 펭귄의 환모 부전을 갑상선호르몬 투여로 해결한 사례를 케이스 리포트로 제출했고, 바이칼물범 수정체 수술 등 국내에 드문 임상 기록을 축적하고 있다. 서 수의사는 “국내 전임 아쿠아리움 수의사가 손에 꼽히는 만큼, 현장의 거의 모든 처치가 연구 주제가 된다”고 말했다.
보전 연구로는 바다거북 번식·방류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호르몬 수치와 난포 발달·배란을 추적한 뒤, 개체를 키워 제주 바다로 방류한다. 서 수의사는 “전시 중심이던 수족관의 역할이 보전·연구·교육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수의사의 책임도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브라피쉬, “작은 물고기로 의학 문제를 푼다.”
마지막 강연에서는 제브라피쉬를 활용해 임상 현장의 미충족 수요(Clinical Unmet Needs)를 해결하는 최신 연구가 소개됐다. 연자로 나선 석승혁 교수(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면역학)는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실험동물수의학을 전공하고, 서울대 약학대학 박사후 연구원, 서울대병원 임상교수, 서울대 의과대학 조교수와 부교수를 거쳐 현재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석 교수는 제브라피쉬가 사람과 높은 유전적 유사성을 지니고, 투명한 배아와 높은 번식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in vivo 약물 스크리닝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자가면역 치료제 HCQ의 망막독성(retinopathy)을 제브라피쉬에서 재현해 독성이 낮은 유사체를 선별한 안과 모델, 항생제 내성 패혈증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항균제 후보 검증, 형광영상과 인공지능 분석(34개 심장 지표)을 통해 약효·독성 패턴을 예측한 심혈관 모델을 소개했다. 암 연구 사례에서는 전이 전 틈새(pre-metastatic niche)에서 대식세포와 IL-6의 역할을 확인하고, IL-6 중화로 폐 전이와 섬유화를 줄인 결과를 설명했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석승혁 교수는 “학부 시절은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좋아하는 일을 찾길 바라고, 이런 연구자의 길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달라”고 학생들에게 조언했다.
정지영 기자 jiyeong686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