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치과 기초부터 심화까지, 최신 지견 소개한 아시아수의치과포럼
이다빈 미국수의치과전문의 초청 강연..수의치과저널·포스터 발표 학술 교류 확대

제11회 아시아수의치과포럼(AVDF)이 9월 7일(일) 서울 SETEC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포럼은 두 세션을 동시에 진행했다. 이다빈 미국수의치과전문의(DAVDC) 초청 강연으로 문을 연 메인강의실은 구강 종괴와 하악재건술, 근관치료 등 심화 주제를 다뤘다.
병행세션은 잇몸 질환의 예방·치료부터 치과방사선, 단두종 마취, 고양이 구내염 등 수의치과진료에서 자주 활용되는 역량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수의치과협회는 당초 매년 가을 2일간 진행됐던 아시아수의치과포럼을 하루로 단축하는 대신 올해부터 춘계 심포지움을 추가 개최했다. 정길준 회장은 “토요일 행사에 참여하기 어려운 일선 임상수의사의 업무 환경을 고려해 일요일 학술행사로 이원화했다”고 설명했다.
수의치과학 학술 교류도 확대하고 있다. 2024년 창간한 한국수의치과협회지는 지난 6월 제2호를 펴냈다. 이날 아시아수의치과포럼에서는 포스터 발표 세션도 신설됐다. 국내 수의과대학 부속 동물병원에서 치과 진료를 담당하는 교수진은 물론 수의치과 전문 동물병원 원장들이 다수 참여해 임상연구 성과를 공유했다.


이다빈 미국수의치과전문의 초청 강연
VCA Encina Veterinary Medical Center에서 수의치과 진료를 펼치고 있는 이다빈 전문의는 이날 CBCT(Cone-beam CT)를 활용한 치과 진료를 주제로 특강을 시작했다.
이다빈 전문의는 “3차원 영상을 통해 치아와 주변 조직의 상세한 평가가 가능하다”며 CBCT의 장점을 지목했다. CBCT를 기존 방사선 촬영과 함께 사용하면 진단의 정확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CBCT를 진단과 치료에 활용하는 다양한 증례를 소개했다. “3차원 영상 정보에 기반해 치아로의 접근 방식을 미리 계획하면서 주변 치아를 손상시키지 않는 처치가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CBCT에 이어서는 구강 종괴의 진단과 치료를 집중 조명했다.
이 전문의는 “구강 종괴의 종류와 임상 양상에 따라 진단 및 치료 접근법이 달라져야 한다”면서 “종양의 크기, 위치, 형태, 환자 연령 및 품종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종괴가 양성일지 악성일지 가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영상 검사와 생검을 필수 요소로 지목하며, 환자 상황에 맞는 진단 기기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구강 종괴를 생검할 때는 절제 생검(Excisional biopsy)이나 절개 생검(Incisional biopsy)을 활용할 수 있는데 “절제 생검은 양성이라고 확신할 때 종괴를 완전히 제거하는 방식이며, 악성이 의심될 때는 일부만 채취하는 절개 생검을 먼저 시행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임상 사례에 기반해 구강 종양의 치료법을 소개하면서는 실제 수술 영상을 보이며 수의사들의 이해를 도왔다. 이다빈 전문의는 여러 치료 노하우를 공유하며 정확한 진단이 성공적인 치료로 이어진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반려동물 삶의 질을 높이는 하악 재건술
한국수의치과협회 전 회장인 김춘근 이비치동물치과병원장은 개에서의 하악 재건 수술을 주제로 강연했다.
“수술의 목적은 턱의 기능 회복을 통해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있다”면서 하악골 결손으로 인해 발생하는 기능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재건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수술 전 준비 과정의 중요성을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정확한 수술 계획을 위해 영상 자료와 3D 프린팅을 활용하여 수술을 시뮬레이션하고, 수술에 필요한 기구와 재료를 미리 준비함으로써 수술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악 재건에 필요한 재료에 대해 언급하며, 생체 적합성이 높은 재료와 뼈 재생을 돕는 물질을 사용해 골 결손 부위를 재건하는 구체적인 수술 방법을 공유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모든 하악 질환에 재건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적용할 수 있는 환자를 정확히 파악하고, 수술 전 철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숨겨진 길의 뚜껑을 벗겨낸다’ 근관치료 합동 강연 눈길
메인강의실의 마지막 강연은 합동 강의로 장식됐다. 동물치과병원 메이 권대현 원장과 지동범안과치과동물병원 김규민 원장이 ‘엔도 역전 프로젝트’를 내걸고 반려동물 근관 치료를 함께 다뤘다.
두 원장은 근관에 접근하는 ‘Access Preparation’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췄다. 김규민 원장은 ‘Access Preparation은 근관치료의 성공률을 결정짓는 초기 핵심 단계’라고 지목했다. 권대현 원장 또한 “근관치료를 진행하기에 앞서 Access Preparation에 에너지의 절반 이상을 쏟아야 한다”고 덧붙이며 중요성을 역설했다.
두 원장은 개와 고양이의 해부학적 차이에 맞춰 다양한 치아에 대한 근관 접근법을 다르게 설명했다. “고양이 견치는 근관치료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치근단 부분 성형이 중요하며, 필요시 Crown Reduction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개의 견치는 고양이보다 만곡이 크기 때문에 단순히 파절면으로 접근하기보다, 치근단에 이르는 가장 효율적인 직선 경로를 찾아야 한다”고 지목했다.
두 원장은 근관 치료 시 치아를 ‘파헤친다’는 개념보다 숨겨진 길의 ‘뚜껑을 벗겨낸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정확한 치아 검사와 기록이 엄청난 차이 만든다’
병행세션의 문은 한국수의치과협회 총무이사를 맡고 있는 장석진 티플러스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이 열었다.
장 원장은 치과방사선뿐만 아니라 치주낭 측정(probing)을 포함해 치아·잇몸을 면밀히 검사하고 치과 차트에 기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원장은 “처음에는 치과 차트 쓰는데 큰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쓰냐 안 쓰냐가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면서 “환자가 어떻게 좋아지고 나빠지는지 파악하고, 치료해야 할 문제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목했다.
probing을 포함한 치과 차트 작성이 환자의 구강 상태를 입체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된다는 것이다.
장 원장은 “스케일링만 하고 끝나면 안 된다. 반려동물이 아프고 불편한 점을 능동적으로 찾아내는 것이 수의치과에서 가장 중요하다”면서 면밀한 검사와 보호자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찍으면서 판독되는 치과방사선 ‘같은 자세, 같은 원칙’
한결동물병원 김재경 원장은 치과 방사선 판독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김 원장은 “치과 방사선은 가장 기초이자 핵심 진단 도구”라며, 방사선 촬영 시 반드시 같은 자세와 센서 위치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isecting Angle Technique과 Parallel Technique의 차이를 설명하면서는 “각도가 잘못되면 치아가 지나치게 길어지거나 짧아져 실제 상태와 다른 영상이 나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사진의 질은 결국 촬영자의 원칙과 습관에 달려 있다”며 체계적 훈련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개도 나도 숨막히는 단두종 마취‘
반려동물의 치과 진료는 마취를 필수적으로 수반한다. 서울대 수의대 손원균 교수는 그 중에서도 단두종의 마취에 주목했다.
단두종의 역사적 기원부터 출발한 손 교수는 단두종에서 흔히 발생하는 부정교합과 상기도 협착을 지적하며 “보호자들은 코 고는 소리를 ‘귀엽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심각한 호흡기 질환 신호”라고 강조했다.
단두종 환자의 마취 회복기 관리에 대해서는 Delayed extubation 전략을 소개했다. 단두종 환자의 마취 부담에 자칫 산소 공급이 과도할 수 있다는 점도 지목했다. “과도한 산소 공급은 오히려 산소 독성을 일으킬 수 있다”며 100% 산소는 12시간, 50% 산소는 24시간까지만 안전하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고양이 구내염, 보호자 신뢰 형성이 중요하다
‘임상과 학문으로 보는 구내염 이야기’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태일동물치과병원 최규환 원장은 “구내염은 단순히 치아 질환이 아니라 점막 면역 반응이 핵심”이라면서 보호자와의 상담 과정에서 신뢰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일부 발치만으로는 호전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전체 발치가 필요할 때도 있다”면서 수의사가 반드시 학문적 근거와 최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보호자를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난치성 구내염의 경우 바이러스·세균·면역학적 요인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임을 소개하며, 예후와 최신 연구에 따른 옵션을 제시하는 것이 수의사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박지윤 기자 yunnn_zz@naver.com
이혜수 기자 studyid081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