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도 내시경으로 척추 수술합니다’ 한국수의척추내시경연구회 발돋움
Dry-lab 겸한 첫 세미나 개최..단일공·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 경험 공유
한국수의척추내시경연구회(회장 강병재)가 5월 11일(일) 서울 대웅제약 베어홀에서 첫 세미나를 개최했다.
내시경을 활용한 척추 수술은 사람의료에서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최소침습수술(MIS)로서 수술과정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통증을 줄이고 회복을 앞당긴다.
동물에서도 척추 내시경 수술(ESS, Endoscopic Spine Surgery)가 태동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척추 구조의 차이로 인해 사람에서의 수술법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고, 수의 분야에서는 해외에서 참고할만한 자료도 마땅치 않다.
연구회는 이날 국내에서 개 척추 내시경 수술법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본동물의료센터 김용선 원장과 서울대 강병재 교수팀의 경험을 공유했다. 3D 프린팅을 활용한 척추 내시경 수술 실습(Dry-lab)도 진행했다.
연구회를 중심으로 동물 척추 내시경 수술 경험을 공유하고 저변을 함께 넓힐 외과수의사를 모집한다.

내시경 등 다양한 첨단 장비를 활용한 최소침습수술은 국내 수의 임상에서도 주요 화두로 자리잡았다. 외과에서도 복강경, 관절경 활용을 넘어 척추 수술에까지 이르렀다.
척추 내시경 수술은 크게 단일공(uniportal)과 양방향(biportal)으로 나뉜다. 말 그대로 단일공은 하나의 구멍으로 스코프와 기구를 모두 투입시키는 반면 양방향은 스코프와 기구를 나란히 확보한 두 개의 경로로 조작한다.
첫 연자로 나선 김용선 원장은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법을 직접 개발했다. 2023년부터 실제 환자에 적용해 증례를 쌓고 있다.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2024 미국수의내시경학회(VES)에서 관련 내용을 세계 최초로 발표하기도 했다.
김용선 원장은 “사람에서 척추 내시경 수술은 근육 손상을 최소화하고 뼈 구조를 가능한 보존하면서, 통증과 감염 위험을 줄이고 퇴원도 앞당길 수 있는 최소침습의학으로 각광받고 있다”면서 “동물에서도 마찬가지 장점이 있다. 양방향은 관절경을 이미 보유한 동물병원에서 더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강병재 교수팀은 국내 기업인 더블유에스아이(WSI)와 함께 동물용 단일공 척추 내시경 장비를 공동 개발했다.
강 교수는 “단일공과 양방향 모두 사람에서 활용되는 좋은 수술법”이라며 최근 사람의료에서 발표된 메타 분석에서도 두 수술법 중 어느 한 쪽이 월등히 우월하다 보기 어려웠다는 점을 지목했다.
단일공이 상대적으로 조직손상이 적은 반면 기구의 자유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만큼 더 많은 경험이 요구된다. 양방향은 술부를 다루는데 장점이 있지만 단일공에 비해 조직 손상이 커지게 된다.
두 연자 모두 동물(개)에서의 척추 내시경 수술은 사람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척추의 해부학적 구조 차이 때문에 접근법이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강의도 상당 부분 접근법을 소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강병재 교수팀에서는 개발 실무를 담당한 박재영 수의사가 척추 부위별 접근 경험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연구회는 이론 강연에 이어 참가자들이 척추 내시경 수술을 실습해볼 수 있도록 Dry-lab을 진행했다. 동물용 단일공 척추 내시경 장비를 공급하는 더블유에스아이, 동물용 양방향 척추 내시경 세트를 공급하는 솔렌도스의 도움을 받아 3D 프린팅으로 실습환경을 꾸렸다.
강병재 교수는 “대학에서는 동물에 적합한 척추 내시경 수술 기법을 개발해 보급하고, 일선 동물병원에서는 실제로 추간판탈출증(IVDD) 수술 등에 적용하면서 경험을 쌓고 이를 공유하기 위해 연구회를 만들었다”며 “외국에서도 아직 수의 분야에서는 척추 내시경 수술이 생소한 만큼 한국이 선도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