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컷 중성화 수술도 수의대생이 직접 만든 더미로 연습한다

서울대 수의대 ‘동실동실’ 암컷 중성화 실습용 더미 제작..스마트 시뮬레이션 랩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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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 중성화 더미를 제작한
서울대 수의대 동실동실 더미제작팀과 이인형 교수(왼쪽)

서울대 수의대 학생들이 개 암컷 중성화 수술을 연습할 수 있는 더미를 직접 제작했다.

스마트 시뮬레이션 랩과 서울대 기초교육원 학생자율세미나 제도를 활용해 정식으로 학점까지 부여되는 더미 실습 교육 프로그램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중성화 한 번 못해보고 졸업하는 학생들 많아

더미를 제작한 학생들은 서울대 수의대 동아리 ‘동실동실’의 더미제작팀이다. 실험동물 복지증진을 목표로 연구·실천하는 동실동실은 더미제작팀과 행동풍부화팀, 견사개선팀으로 활동하고 있다.

더미제작팀은 수의대 실습에 활용되는 실험동물을 대체하기 위한 더미(모형)를 제작한다. 2019년부터 래트(rat)의 피하·근육주사 및 경구투약 모형, 요도카테터 등의 더미를 제작해왔다.

이번에 새롭게 마련한 개 암컷 중성화 더미를 포함해 총 3종의 더미가 올해 수의대 실습교육에 실제로 활용될 예정이다.

더미제작팀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개 암컷 중성화 더미 제작에 나섰다. 서울대 수의대 봉사단의 이인형 교수, 남궁범관 대학원생의 지원을 받았다.

중성화수술은 반려동물 임상에서 가장 많이 실시되는 수술이다. 학생들도 봉사동아리의 봉사활동을 통해 접할 기회가 많다.

하지만 수의대생이 직접 중성화 수술을 집도해보는 경험을 하기는 쉽지 않다. 본과3학년 수의외과학 실습에 중성화수술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제한된 카데바를 조별로 나누고, 그 조에서도 수술별로 집도의를 돌아가면서 맡는 구조다 보니 한계가 있다. 결국 중성화수술 한 번 못해보고 수의대를 졸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암컷 중성화 더미를 활용한 실습 시연

자궁 구조, 결찰 미흡 시 출혈 현상 재현

절제 실습 후 교체하는 방식

더미제작팀은 암컷 생식기계의 해부학적 구조와 크기, 질감을 최대한 구현하는데 주력했다. Y자 모양의 자궁을 만들어내기 위한 재료 선정과 구현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질(vagina), 자궁목(cervix), 자궁몸통(uterine body), 자궁뿔(uterine horn), 난소(ovary), 난소동맥·정맥(ovarian arteries and veins), 난소걸이인대(suspensory ligament of ovary) 등의 구조물을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구현했다.

장기의 감촉뿐만 아니라 수술 시 인대를 당기는 느낌을 살렸다. 실제 중성화수술과 동일하게 자궁의 노출과 결찰, 봉합, 절제까지 구현했다.

자궁절제 과정에서 결찰이 미흡할 경우 혈관에서 혈액이 나오는 현상을 재현하여, 불완전한 결찰 문제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한계점도 있다. 장의 촉감이나 생김새가 실제에는 미치지 못하고, 난소를 감싸는 막과 주변 조직이 생략됐다. 하지만 자궁 구조물을 충실히 구현해 중성화수술의 숙련도를 미리 높인다는 목적에는 지장이 없도록 구성했다.

더미 실습을 하면서 자궁을 절제하고 나면, 미리 준비된 장기세트로 교체하여 다음 실습으로 이어가는 방식이다.

 

더미-사체-생체 순으로 숙련도 높여야

스마트랩·학생자율세미나 학점 부여 인프라 활용

이인형 교수는 “더미를 통해 여러 학생이 수술의 기본적 절차와 술기의 순서를 익힐 수 있다”면서 “더미-사체-생체 순서로 숙련도를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더미를 활용해 수술 부위를 정확히 파악하고 전반적인 수술 순서와 감각을 익히면, 추후 처음 집도하면서도 실수할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더미가 실험동물을 아예 대체했던 것과 달리, 중성화수술은 정규 실습에서도 카데바로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추가로 주어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개 암컷 중성화 더미는 서울대 수의대의 스마트 시뮬레이션 랩에 비치된다. 실제와 유사한 수술환경을 제공하는 실습공간으로, 예약을 통해 학부생 누구나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이다.

암컷 중성화 더미는 오는 여름방학에서 본3 재학생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별도의 수업을 개설할 계획이다. 서울대 기초교육원 학생자율세미나를 개설해 학점까지 받을 수 있는 정규 교과 형태다.

이인형 교수는 “이미 동실동실, 나눔회, 팔라스 등 봉사동아리에서 활동하는 학생들이 많다. 이들이 참여하면 학생자율세미나를 충분히 개설할 수 있다”며 “본과생들이 수의대 봉사단 활동을 펼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실동실 회장 이다영 학생은 “학부생들의 교육 기회를 늘리고, 더미를 활용해 스스로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처음 수술을 진행하더라도 미숙함으로 인해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조혜나 기자 hihyenah99@naver.com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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