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민법개정안 지지” 수대협 성명 발표

법무부 민법개정안에 대한 수의대생 475명 찬성 의견도 제출


0
글자크기 설정
최대 작게
작게
보통
크게
최대 크게

대한민국 10개 수의과대학 학생들의 대표단체인 대한수의과대학학생협회(회장 김세홍, 이하 수대협)가 8월 25일 성명을 내고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규정하는 민법개정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7월 19일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제98조의 2 신설)라는 내용을 담은 민법개정안을 입법예고했으며, “장기적으로 동물학대 처벌이나 동물피해에 대한 배상 정도가 국민 인식에 보다 부합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수대협은 성명서를 통해 “동물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생명체로서 생명권을 존중받아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현행 법체계는 동물을 물건으로 간주해왔다”며, “생명과 물건 사이의 괴리 속에서, 동물의 생명권은 법 테두리 밖으로 밀려나 보호받지 못했다”고 현행 법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이번 민법개정안이 그간의 관행과 사회 기저에 잔존하고 있는 잘못된 생명경시의식을 근본적으로 바로잡기 위한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며 이번 민법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한 찬성 입장을 전했다.

또한, 정치권에도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동물과 인간의 공존을 위해 현명하고 성숙한 숙의와 성찰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수대협은 “동물의 건강과 복지를 책임지게 될 미래 수의사로서, 동물이 진정으로 물건으로 취급받지 않고 존재 자체로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는 여정에 동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수대협은 성명발표뿐만 아니라 이번 민법개정안에 대한 전국 수의대생 개개인의 의견을 수렴한 뒤, 8월 27일 법무부에 수의대생 475인의 찬성 의견을 제출했다.

아래는 수대협 성명 전문이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지난 수십년동안, 한국 사회에서 동물에 대한 인식은 상당 부분 개선되어 왔다.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이라는 용어가 통용되고 있으며, ‘도둑고양이’라는 표현 대신 ‘길고양이’가 표준어로서 인정되었다. 표현의 변화에서 비추어 볼 수 있듯, 이미 우리 사회에서는 동물을 가족구성원으로 여기는 반려문화가 정착되었고, 동물을 생명이 있는 존재 자체로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의 변화가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더 나아가, 코로나 팬데믹은 범지구적인 경보를 울려 인류가 동물을 대해오던 인간중심주의적 방식에 관하여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 속에서, 지난달 19일 법무부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내용을 담은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드디어 동물에게 물건과는 구별된, 생명으로서 법적 지위를 부여하게 된 것이다. ‘동물은 물건이 아님’은 당위이며, 이번 민법 개정안은 마땅히 지지해야 하는 바다.

동물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생명체로서 생명권을 존중받아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현행 법체계는 동물을 ‘물건’으로 간주해왔다. 생명과 물건 사이의 괴리 속에서, 동물의 생명권은 법 테두리 밖으로 밀려나 보호받지 못했으며 유기동물 문제, 동물복지정책 등은 사소한 사안으로 치부되었다. 또한 동물 잔혹사 등의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은 ‘재물손괴’라는 명목 아래 벌금형 정도에 그치기 일쑤였다. 비상식적인 잔혹 범죄는 논외로 삼더라도, 불법적인 반려동물 자가진료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충분치 않았다. 동물의 신체에 직접적인 해를 가할 수 있는, 학대와 다를 바 없는 위협으로부터 동물을 보호할 방법이 없었기에 그저 안타까움과 무력감으로 낙담할 뿐이었다.

이러한 문제들의 원인은 동물은 개인의 소유물에 지나지 아니하며, 동물의 생명을 가볍다고 여기는 낡은 인식과 사회 시스템에 있었다. 이번 민법 개정안이 그간의 관행과 사회 기저에 잔존하고 있는 잘못된 생명경시의식을 근본적으로 바로잡기 위한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아직까지는 선언적 의미의 법안이지만, 동물의 지위에 대한 논의를 이제서라도 시작한 데 있어 다시 한번 적극 지지를 표한다.

동물의 법적 지위가 변화한다는 것은 수의사가 짊어져야 할 책임의 무게 또한 전과는 다름을 의미할 것이다. 동물이 물건이 아니라 생명인 사회에서 수의사는 ‘생명의 가치’를 수호하는 숭고한 책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 수의사는 동물분야 최고의 전문가로서 동물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올바른 길을 선도하는 핵심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동물은 물건이 아님은 당위이기에, 동물의 건강을 책임지는 수의사가 마땅히 지지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의료계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동물의료수가가 세계적으로 낮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보험제도가 구축되어 있는 사람의료계와의 단편적인 비교를 근거삼아 부당히 불신의 대상으로 지목받고 과도한 규제를 직면하고 있는 수의사들의 불안함에 있을 것이다. 또한 수의사의 치료행위에 개입하는 동물의 이익과 인간의 이익의 상충, 그로 인한 갈등 및 윤리적 스트레스와 같은 어려움을 이해 받지 못한 채, 사회가 보내는 맹목적인 책임의 화살을 염려함에 있을 것이다.

정치권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과학적 근거가 없고 감성에 치중한 포퓰리즘적 정책을 만듦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동물과 인간의 공존을 위해 현명하고 성숙한 숙의와 성찰을 멈추어서는 안됨을 정부와 국민에게 호소한다. 말 못하는 동물과 인간 사이의 복잡한 층위의 문제를 풀어내는 데는 지난한 숙의의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동물이 필요에 따라 물건과 비물건을 오가지 않도록, 국민 의식의 향상과 사회적 시스템 구축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미래 수의사로서, 동물의 보건과 동물복지 향상의 전방과 후방에서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음을 인지하고 충실히 책임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 더불어, 수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사회적 책무를 다할 수 있는 인재로 자라나 유감없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수의학 교육환경 발전을 위한 정치권과 동물의료계, 그리고 국민의 관심과 지원을 요구한다.

다시 한번, 우리 대한 수의과대학 학생협회는 동물의 건강과 복지를 책임지게 될 미래 수의사로서, 동물이 진정으로 물건으로 취급받지 않고 존재 자체로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는 여정에 동행할 것임을 선언한다.

2021.8.25 대한 수의과대학 학생협회

데일리벳 관리자
Loading...
파일 업로드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