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수의내과전문의 진행 현황은` 정동인 경상대 교수

등록 : 2021.07.21 12:32:43   수정 : 2021.07.21 12:32:47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현재 국내에서 수의전문의 제도가 가장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진료과는 수의내과입니다.

2019년 9월부터 수련을 시작한 1회차 전공의들은 이미 3년 수련의 반환점을 지났습니다.

한국수의내과학회 산하 전문의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정동인 경상대 교수(사진)를 데일리벳이 만났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수의내과 전공의 과정 현황과 소회, 전문의 제도 추진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Q. 현재 수련 중인 수의내과 전공의(resident)는 총 몇 명인가

총 11명이다. 2019년 모집한 1기 전공의가 7명, 이듬해 합류한 2기가 4명이다.

현재 10개 수의과대학 동물병원 중 7개 병원에서 내과 전공의들이 수련을 받고 있다.

원칙은 각 대학에서 매년 1명만 선발하는 것이다. 규정상 전공의가 더 있어도 될만큼 케이스가 충분한 경우에는 2명까지 가능하지만, 가급적이면 원칙을 지키려고 한다.

전공의는 매년 8월에 선발한다. 올해도 선발할 예정이다.

 

Q. 전공의 과정이 3년인 것으로 알고 있다. 3년간 어떤 수련과정을 거치나

멘토 전문의의 지도 하에 임상과 학술 경험을 모두 쌓아야 한다.

3년(156주)간 요구되는 내과진료는 초·재진을 포함해 최소 2천건이다. 진료 1건당 주치의 1명, 부주치의 1명을 인정한다.

2천건의 진료기록(case log)을 모두 제출해야 한다. 이중에는 심장, 신경, 종양, 응급 케이스가 각 100건 이상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최소 80시간의 저널 클럽, 2회 이상의 학회 구두발표, 2편 이상의 논문 발표(SCIE 이상 최소 1편)가 요구된다.

이 같은 자격조건은 미국수의내과학전문의, 유럽수의내과학전문의 규정과 국내 의사의 내과 레지던트 규정을 참고해 만들었다.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하는 시점에는 한국수의내과교수협의회 총회 때 사람 내과전문의 제도 운영의 주요 당국자를 초청해 조언을 얻었다.

의사 내과전문의 제도는 1970-80년대부터 시작했지만 불과 10여년 전까지 표준화된 매뉴얼이 없었다고 한다. 2000년이 훌쩍 지나서야 표준화된 내과전문의 교육 매뉴얼이 만들어졌고 그 매뉴얼에 따른 교육이 더욱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매뉴얼이 없으면 도제식 교육에 수련기관별 편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우리도 수의내과 전문의 교육을 위한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전공의 수련 핵심 역량집을 발간했다.

24개 주요 증상, 136개 주요 질병별로 수련학습목표와 수의학적 지식, 문제해결 역량, 실기, 평가방법까지를 정리했다.

전공의가 수련할 때 참고할 이정표이자, 추후 전문의 시험 출제의 기준이 될 것이다.

 

Q. 전공의는 어떻게 선발하나

수의과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전공의가 될 순 없다. 1년 이상의 임상경력을 요구한다. 인턴과정을 먼저 하는 사람과 마찬가지다.

꼭 대학병원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졸업 후 로컬 동물병원에서 임상을 하다가 전공의 과정에 들어온 경우는 지금도 있다.

전공의 과정에 들어오려면 기존 전문의 2명의 추천서가 필요하다. 각 대학에 공문을 보내 지원자를 받았는데, 현재까지는 이렇다할 경쟁은 없었다. 대학마다 1명 정도가 지원하는 상태다.

향후에 지원자가 늘어나면 어떻게 선발할지 규정을 구체화하게 될 것이다. 1~3년차 전공의의 수련이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3년간의 총원을 정해 운영하는 형태가 되지 않을까 싶다.

 

Q. 임상대학원으로부터 수련 기능을 분리하는 대안으로 전문의 제도가 거론되어 왔다. 하지만 매년 1명씩만 선발한다면, 전공의 과정이 당장 임상대학원의 수련 기능을 대체할 수 없을 것 같다

처음 배출되는 전문의가 제대로 교육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대학별 형평성도 고려했다.

개인적으로는 전문의 제도가 정착하고, 동물병원 현장에서 전문의를 인정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변화할 것이라고 본다. 전문의가 배출되고, 수련병원이 늘어나면 선발인원도 많아질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추후의 문제다. 지금은 어떻게 초기 인원을 잘 교육하고, 역량을 검증할 수 있는 시험을 만들어내느냐가 당면 과제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기는 어렵다.

 

Q. 사실상 일반 임상대학원생과 전공의가 함께 수련 받는 형태일 것 같다

정확히 따로 조사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수련 중인 내과 전공의 대부분이 대학원을 병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공의로 들어왔다가 대학원에 들어간 경우도 있고, 대학원을 진행하다가 전공의를 시작해 현재 대학원은 종료된 케이스도 있다.

대학원과의 병행은 충분히 가능하다. 미국수의내과학회에도 전문의와 PhD를 병행하는 과정이 있다. 대신 더 길다. 전공의 과정이 3년이라면, 병행 과정은 5년을 요구한다.

하지만 결국 전문의와 대학원은 별개다. 전공의도 저널클럽을 하고 논문도 쓰지만, 결국 임상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대학원 학위는 연구에 관한 것이다. 학위를 위한 자격조건을 별개로 만족해야 하는 과제가 생긴다.

 

Q. 1회차 전공의들은 이미 3년 과정의 반환점을 돌았다. 최근 내부적으로 중간점검을 진행했다고 들었는데

원래 첫 중간점검은 작년에 실시할 계획이었는데 코로나19로 여의치 않았다. 올해 5월부터 6월까지 1, 2회차 전공의를 대상으로 중간점검을 진행했다.

수련병원에서 제대로 임상경험을 쌓고 있는지 병원장 명의의 증명을 요구하고 케이스 로그, 저널클럽, 학회발표, 논문 관련 증빙을 확인했다.

중간점검은 말그대로 점검이다. 미흡한 전공의를 탈락시키는 것이 아니라 보완점을 찾아보자는 취지였다.

실제로 해보니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었다. 현 시점에서 수련요구조건을 모두 만족한 전공의는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근거서류가 미약하거나 추가 확인이 필요한 경우도 있었다.

 

Q. 실제로 전공의 과정을 2년 가까이 시행하면서 어렵거나 아쉬운 점도 많았을 것 같다

사실 저는 곧 연구년을 앞두고 있어 전공의를 받지 않았다. 교육 일부에 참여하고 있기는 하지만 경상대 내과 전공의 두 명은 현재 유도현 교수님의 지도를 받고 있다.

멘티 전공의가 없는 제가 말씀드리기는 조심스럽지만 대학원과 전공의 과정을 함께 운영하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지금도 고민이 많다.

아무래도 전공의의 교육 측면에서 신경 쓸 것이 많다. 기본 요건을 충족하기도 쉽지 않고 시험도 대비해야 한다. 자율적인 공부를 유도하는 대학원과 달리 전공의는 더 끌어줘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수련기관 간 통합교육을 실시하지 못한 것도 아쉽다.

전문의 제도를 준비하면서부터 전공의가 소속 기관이 아닌 다른 수련병원에서 경험을 쌓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구상했다. 병원별로 좀더 깊은 전문성을 경험할 수 있는 분야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전공의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심화실기를 실습하는 분기별 교육도 계획했다.

이에 필요한 근거규정도 이미 갖췄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무산됐다.

24개 주요 증상, 136개 주요 질병에 대한 핵심역량집을 만들어 수련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자료 : 한국수의내과전문의 전공의 수련 핵심역량)

Q. 전문의 제도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견해는 다양하다. 수준높은 역량을 갖춘 스페셜리스트를 만들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학부 과정에서는 한계가 있는 표준화된 임상교육의 수단인가?

전문의제도를 추진한 것은 표준화된 교육을 받아 자격을 갖춘 전공자가 필요해서다.

기존에는 석·박사 학위자가 그 역할을 대신했지만 한계가 있다. 석사, 박사 학위가 있다고 모든 내과학 석·박사들이 수준높고 표준화된 내과진료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대학원을 통한 수련은 편차가 크고 임상능력을 검증할 시험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사실 3년간 전공의 과정을 거쳤다고 그 사람이 현실적으로 내과 모든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될 수는 없다. 수의사 분들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저도 한 분야의 임상을 오래 했지만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

결국 전문의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임상역량을 갖춘 전공자를 배출하기 위한 제도다. 이들이 현장에서 일정 정도 자격을 갖춘 임상을 펼치면서 전문의제도가 더 발전할 것이라 기대한다.

전문의 자격증은 끝이 아니다. 전문의가 됐으니 그동안 배운 지식만 활용한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전문의 자격을 받고 난 이후가 해당 분야의 진짜 스페셜리스트가 되기 위한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Q. 아직 개원가에서 전문의 도입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물음표가 있다. 수의내과전문의제도에 대한 신뢰는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장기적으로 배출된 전문의가 현장에서 어떻게 진료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인식이 차츰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수련 과정도 검증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멘토의 지도를 신뢰하긴 하지만, 전공의가 쌓은 케이스의 질도 중요하다. 그냥 단순한 대증에 그쳤는지, 심층적인 진단과정을 제대로 거쳤는지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각 전공의별로 2천건의 케이스 로그 모두를 들여다볼 수 없더라도, 일부에 대한 구체적인 실사를 통해 단순한 숫자 채우기에 그쳤는지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무엇보다 제대로 수련하지 않은 전공의는 전문의 시험을 통과할 수 없을 것이라 본다. 필기뿐만 아니라 구술시험, 실기평가 등을 예정하고 있다. 주먹구구식으로 수련한 전공의는 합격할 수 없을 것이다.

 

Q. 첫 전문의 시험은 내년 하반기에 바로 치를 예정인가

아직 명확하게 정해진 것은 없지만 내년 8월경으로 생각하고 있다. 전문의위원회와 별도로 시험을 관리할 ‘시험준비위원회’가 꾸려질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첫 시험은 매우 어려울 것 같다. 처음이라 난이도 조정도 쉽지 않을 수 있다.

한국수의내과전문의 규정을 만들 때 해외사례를 참고했듯, 시험을 준비할 때도 미국수의내과전문의의 조언을 받을 계획이다.

충분한 자격을 갖춘 전공자를 선별하기 위한 시험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Q. 전공의 과정이 없던 시절 수의사가 된 일선 임상수의사가 전문의 시험을 치르고 자격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가 있나

현행 수의내과전문의 규정 상 정식 수련과정 외에 수의내과를 기존에 전공한 임상가에 대한 응시자격기준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수의내과학 박사학위자로서 학위과정을 포함한 임상경력이 10년 이상이면서, 최근 5년간 진료한 케이스의 80% 이상이 내과여야 한다. 연간 최소 700건 이상의 초·재진 내과 케이스를 갖춰야 한다.

이에 더해 수의내과학회 회원 경력, 구두발표 3회 이상, 최근 7년간 2편 이상의 주저자 논문(최소 1편 SCIE 이상, 케이스리포트 포함) 등의 자격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자격조건을 갖춘 지원자를 전문의위원회에서 검토해 응시자격을 인정하는 방식이다. 응시자격이 주어지면 1회~7회 전문의 시험 중 3번까지 응시할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한시규정이 추후 완화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내부적으로도 임상가들에 대한 시험 지원 기준 완화에 대하여 다른 의견이 나오고 있어 논의 중이다. 정확한 기준은 내년 첫 전문의 시험 전에 정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기존 전공자가 전문의가 될 수 있는 길은 물론 필요하지만, 너무 자격조건을 완화하면 정규 레지던트 과정의 의미가 퇴색될 우려가 있다고 본다.

 

Q. 레지던트 과정을 운영해 내년에 시험을 치르고 전문의를 배출한다면, 첫 단추를 꿰는 셈이다

2019년 조직된 전문의위원회의 임기는 올해까지 3년이다. 첫 위원장으로서 제 역할은 전문의 양성 교육의 틀을 잡는 것까지라고 생각한다.

전공의 과정을 시작하고, 교육과 시험의 기준이 될 전공의 수련 핵심역량 매뉴얼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힘을 보탰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다음 위원장님과 시험준비위원회를 통해 더 발전할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