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식사료 온라인 판매 막을 수 있을까?수의사회 `강력 대응` 시사

경기도수의사회 성명서 발표, 대한수의사회 무관용 원칙 천명

등록 : 2020.09.15 08:44:50   수정 : 2020.09.14 21:02:38 이학범 기자 dvmlee@dailyvet.co.kr

처방식(Prescription Diet) 사료는 그 명칭처럼 수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따라 사용되어야 한다. 질병이 있는 동물을 위한 사료이기 때문에, 수의사의 진단 없이 무분별하게 급여할 경우 오히려 동물에게 해가 된다. 따라서, 주요 사료 회사들은 ‘처방식 라인업의 동물병원 유통’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의사가 직접 온라인쇼핑몰을 열고 처방식을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반려동물에게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이나 ‘원칙을 지키는 동료 수의사들에게 끼칠 피해’ 등에 대한 고민은 없다.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자, 수의사회가 ‘강력 대응’을 시사했다. 과연 수의사의 처방식 인터넷 판매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을까?

네이버에 ‘처방식’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파워링크 사이트 모습. ‘수의사 운영’, ‘동물병원 직영’을 강조하고 있다.

상당수 처방식 온라인 판매업체, 동물병원과 연관

처방식 시장은 커지는데, 동물병원 사료 유통 비율은 매년 줄어들어

포털사이트에 ‘처방식’을 검색해보면, 수많은 사이트를 확인할 수 있다. 오픈마켓도 있지만, 동물병원에서 직접 운영하는 쇼핑몰도 여럿 확인된다.

지난해 본지가 자체 조사한 결과, 처방식 온라인 판매에 나선 통신판매업체 중 상위에 검색되는 17개소가 모두 동물병원과 연계된 정황이 확인됐다. 통신판매업 등록 주소에 동물병원이 있거나, 통신판매업 대표자와 동물병원 원장의 이름이 같은 식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동물병원 직영몰’, ‘수의사 운영 처방식 사이트’ 등의 문구를 내세운 사이트가 더 흔해진 것이다.

국내 처방식 시장 규모는 매년 커지고 있다. 유로모니터 자료에 따르면, 주요 처방식 사료 브랜드의 국내 매출은 2015년 473억원에서 2019년 801억원으로 4년 만에 약 70% 성장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동물병원을 통한 사료 유통 비율은 12.1%에서 7.7%로 4.4%P 감소했다. 온라인 유통 비율(53.3%)의 1/7 수준이다. 일부 수의사가 스스로 ‘원칙을 어기고 직접 온라인몰을 운영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다.

일부 수의사들의 일탈 행위는 다른 수의사에게 피해를 주고, 수의사와 업체 간의 갈등으로까지 이어져 더 큰 문제다.

원칙을 지키는 수의사는 보호자로부터 “다른 동물병원은 인터넷으로 파는데, 여기는 왜 안 팔아요?”, “인터넷으로 사면 더 싸요” 등의 핀잔을 듣게 된다. 이러한 핀잔은 “진료 후 처방식 판매라는 원칙을 지키는 내가 바보 같다”는 자조 섞인 한숨으로 이어진다.

“동물병원을 개원하자마자 쇼핑몰부터 열어서 처방식과 동물병원 전용 영양제를 팔겠다”고 대놓고 말하는 수의사도 늘고 있다.

사료 회사와 수의사 사이의 갈등도 벌어진다. 수의사가 업체에 ‘처방식 인터넷 유통’을 문제제기하지만, 업체는 ‘수의사가 직접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행위를 막을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어 난감한 입장이다.

현행법상 처방식 사료는 일반 사료와 다를 바 없다. 처방식 사료, 기능성 사료, 일반 사료, 마트 사료 모두 법적으로는 그냥 ‘사료’에 불과하다. 결국, 일반 사료의 인터넷 판매가 가능한 것처럼 처방식 사료의 인터넷 판매도 불법이 아닌 것이다.

경기도수의사회 권익옹호분과위원회 ‘성명서’ 발표

“처방식 온라인 판매는 수의사의 진료권을 포기하는 것”

이런 상황에서 수의사회가 ‘강력 대응’을 시사해 관심이 쏠린다.

경기도수의사회(회장 이성식)는 14일 성명을 발표하고 처방식 온라인 유통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고, 일탈 회원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수의사회는 “최근 일부 회원들이 현행 법제도의 허점을 이용하여 수의사 처방식을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판매함으로써, 동료 수의사 회원들에게 심각한 피해와 함께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관련 업계에도 큰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의사 처방식은 반려동물의 특정 질환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을 갖는 특수 사료로써 반려동물 건강 상태에 대한 수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정기적인 재평가가 반드시 필요한 품목”이라며 “온라인을 통해 무분별하게 처방식을 판매하는 것은 반려동물의 건강에 위협이 되고 수의사의 진료권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유통이 금지되어 있는 의약품처럼, 법적으로 처방식을 별도의 품목으로 관리해야 ‘처방식 온라인 유통’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몰을 운영하는 수의사 회원에 대한 대응 방안도 소개했다. 경기도수의사회는 “권익옹호분과위원회(위원장 송치용)를 중심으로 회원별 문제점을 파악하여 즉시 바로잡도록 하고, 수의계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개인의 이익을 위해 동료 수의사들의 신뢰를 저버린 회원들에 대해서 실질적인 불이익을 받을 수 있도록 조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수의사회 권익옹호분과위원회 송치용 위원장이 현역 경기도의원인 만큼 회원들의 기대치도 높다.

한편,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 역시 처방식 사료의 인터넷 판매와 관련하여 입장을 전했다.

허주형 회장은 메이저 처방식 회사에 ‘처방식 인터넷 유통’ 문제 해결을 강력히 촉구하는 동시에, 일탈 회원들에게도 “동지의식을 가지고 (인터넷 유통을) 금지하여 주시길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