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물 거점동물병원, 파일럿으로 만들어보자”
수의사 도덕적 해이 선결된 지역에서 파일럿 병원 만들어 성과 검증, 데이터 확보 제안
거점 동물병원은 수의사회가 농장동물 임상에서 대선·총선 공약으로도 빠지지 않고 제안하는 단골 과제다.
수의사 공무원 충원이 미비한 가운데 민간으로 이양하려는 방역사업을 신뢰도 있게 받아내면서, 대동물 수의사들이 모여 지역 응급진료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자는 것이다.
5월 30일(토) 오송 H호텔에서 열린 대한수의사회 2026년도 제2차 임원 워크숍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제안이 나왔다. 산하 농장동물정책위원회(위원장 남기준)를 중심으로 파일럿 거점동물병원을 실제로 만들어 동력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정부·민간·농장이 봉착한 방역시스템 한계
신뢰성 있는 방역 민간 이양, 거점동물병원 중심으로
2027년 파일럿 병원 만들자 제안
남기준 위원장은 현행 방역체계가 시스템의 한계에 봉착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부는 주요 가축전염병 방역을 전담하다시피 하지만, 질병 발생이 늘어나는 반면 수의사 공무원 인력 공백은 심화되며 과부하에 시달린다. 민간 수의사는 방역을 지원할 수 있지만 법적 지위나 보상 체계가 미비하고, 발생 상황에서는 오히려 현장에서 배제된다. 농장은 편의주의적인 자가진료에 의존하면서 질병 조기 발견에 실패하고 있다.
특히 일선 시군에서는 수의직 공무원이 아예 없는 곳이 100여개에 육박하고 있다. 그럴수록 일선 공수의가 가축방역관의 역할을 실질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구체적인 역할이 모호하고 경험도 부족하다.
경북수의사회 김대동 회장은 이날 워크숍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지역에 갑자기 발생한 재난형 가축전염병으로 일선 공수의가 투입됐는데, 평소 가축방역관으로 활동했던 경험이 없다 보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남기준 위원장은 민간에 방역 업무를 이양하면서 신뢰성을 확보하려면, 거점동물병원과 같은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거점동물병원을 중심으로 방역사업의 신뢰도를 확보하고, 실무를 담당하는 수의사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며, 방역사업비를 현실화해야 방역시스템도 정상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 대동물 수의사들이 기존의 동물병원은 그대로 유지하되, 거점동물병원에 모여 거점동물병원에 주어진 방역업무나 응급진료 대응을 분담하는 형태다.
남 위원장은 “대한수의사회와 농식품부에 걸쳐 거점동물병원 추진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진료·예방·방역지원이 하나로 결합된 모델로, 방역정책이 농장에서 실제로 실행되는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결핵·브루셀라에 대한 검진 등 시료채취량이 많고, 간헐적인 농장 발생 시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현장업무를 우선적인 이양 대상으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파일럿 거점동물병원’을 구축하자고 제언했다. 파일럿 병원이 수행한 방역사업 실적과 진료기록 등을 전산화하여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공수의 추가 위촉이나 방역사업 예산 확충 등 지자체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겠다는 방향성도 제시했다.
거점동물병원 시도의 전제 조건으로 윤리성을 들었다. 방역사업과 관련된 수의사의 도덕적 해이 문제를 선결한 지역부터 거점동물병원 운영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행력은 대수 농장동물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확보한다. 남기준 위원장이 파일럿 병원 도입을 이끌면서 법률자문, 전자차트 적용에 기여할 위원들이 함께 참여한다.
남기준 위원장은 “파일럿 거점동물병원을 2027년부터 운영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성과를 검증하겠다”면서 해당 성과를 토대로 이듬해 2~3개소의 추가 파일럿을 거쳐 전국으로 확대해나가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방역사업 단가에 대한 현실화도 함께 추진한다. 전국 조사를 기반으로 상향 평준화를 우선 추진하고, 장기적으로는 간접비·난이도·위험성을 고려해 합리적인 산출식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남기준 위원장은 “준비된 조직이 기회를 만들 수 있다”며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대한수의사회 우연철 회장은 “농장동물 분야에서는 수의사가 실제로 농장에 들어가 진료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농장 주치의 제도나 거점동물병원을 건의해온 것도 그 일환”이라면서 “대동물 수의사가 모여 업무를 집중시키고, 주말이 있는 삶을 만들자는 취지를 함께 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