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중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김현일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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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김현일 옵티팜 대표(사진)의 블로그에 게재된 글을 저자 허락 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원문은 해당 블로그(바로가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편집자주>

옵티팜 김현일 대표
옵티팜 김현일 대표

1. 우려가 현실로

중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다.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에서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을 우려했다. 이유는 중국에서 발생할 경우 ‘재앙’적 수준의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중국도 나름 대비를 하고 있었다. 중국도 아프리카돼지열병 관련 최고의 전문가를 데려다가 교육도 하고 대응 시나리오도 만들고 훈련도 했다.

그러나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특성상 발생을 막기가 매우 어려운 질병이어서 중국에서의 발생은 시간문제라고 우려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발생했다. 그것도 북한과 불과 200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선양시(심양)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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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의 첫 발생

(1) ‘나 하나쯤이야’ 라는 생각을 뚫고 들어오는 바이러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처음으로 발생할 곳을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특성상 바이러스에 오염된 식재료를 돼지에게 먹이는 경우 발생할 확률이 가장 높은데, 이런 일이 어떤 지역에서 언제 벌어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양돈장에 감염된 아프리카돼지열병 원인을 분석한 결과 잔반 사료에 의한 감염이 전체 284건 중 100건(35.21%)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데이터는 양돈장 간 수평감염 케이스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최초 케이스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압축해보면 잔반 사료의 비중은 무려 58.8% 정도 된다. 절대적으로 높은 수치라고 볼 수 있다.

2017년 3월 18일에는 아시아 한복판에 해당하는 러시아의 몽골 국경 근처에서도 발생했다. 발생 지역의 지명은 이르쿠츠크 지역으로 몽골 국경까지는 200km 남짓 떨어진 곳이다.

전세계 돼지의 절반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과도 매우 가까운 곳이어서 중국, 몽골 등 지역에 큰 충격을 주었다.

게다가 해당 발생 지역은 기존 발생 지역과는 약 4,000km 이상 떨어진 곳이다. 어떻게 바이러스가 한 번에 4,000km를 점프해서 발생했는지 궁금했다. 조사 결과, 그 전파 원인 역시 먹다 남은 식재료를 돼지에게 주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림1.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한국에 관심을 끌기 시작했던 2015년 당시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지도(좌측)와 그 이후로 최근까지 발병된 발병지도(우측).
그림1.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한국에 관심을 끌기 시작했던 2015년 당시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지도(좌측)와 그 이후로 최근까지 발병된 발병지도(우측).

 
잔반 사료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원인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께서 ‘우리나라는 걱정할 것이 없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양돈은 이미 산업화가 이루어져 뒷마당에 1~3마리 돼지를 키우는 수준을 벗어났고 러시아나 몽골, 중국처럼 잔반사료를 먹이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생각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심할 수 없는 이유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국제 택배로 받은 식품을 먹다가 돼지에게 던져주는 일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먹다 남은 식품을 돼지에게 던져주는 일이 그렇게 위험한 일일까?

2017년에 새로 발간된 세계식량자원기구(FAO) 아프리카돼지열병 매뉴얼에 보면,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의 생존 가능 기간에 대한 자세한 자료가 나와 있다.

이 자료를 보면 냉동 고기에서는 무려 1,000일, 4℃로 보관한 혈액에서는 약 450일, 건조된 고기나 염지된 고기에서도 182~300일 이상 생존이 가능하여 육포나 식품을 통한 감염이 매우 큰 위험임을 알 수 있다.

감염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외국인 직원분들을 대상으로 일단 교육을 강화하되, 이와는 별개로 여행객의 휴대 물품, 택배를 통한 밀반입 육류에 대한 검사와 검역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적발시 처벌과 벌금 수위를 대폭 올리는 필요성도 검토해야 하는데 이유는 ‘대한민국은 입국시 축산물을 잘못 휴대하면 큰일나는 나라’라는 인식을 알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축산 관련 물품별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 생존능력 (자료 : FAO ASFV 매뉴얼)
<표1> 축산 관련 물품별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 생존능력 (자료 : FAO ASFV 매뉴얼)

 
(2) 멧돼지를 통해 감염되는 경우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유럽에서 동쪽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가장 위험한 요인 두 가지를 꼽으라면 멧돼지와 오염된 육류를 들 수 있다.

일단 우리나라는 반도 국가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경우라면 멧돼지를 배제할 수 있다. 멧돼지는 북한을 거치지 않고 바다를 건너 들어오기는 불가능하니 언뜻 보면 배제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여러가지 상황상 북한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여부가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내 멧돼지, 비무장 지대를 통해 전파가 시작된다면 휴전선 인근 양돈장에서 먼저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야생 멧돼지에 대한 정기적인 감시와 검사가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에 약 20~30만 마리의 야생 멧돼지가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야생 멧돼지의 활동 영역이 생각보다 넓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야생 멧돼지의 활동권 분석을 위해 2012년 7월, 멧돼지에 GPS를 달아 야생 멧돼지의 활동 반경을 조사한 적이 있다. 오대산에서 2마리,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 1마리에 GPS 위성추적 발신기를 달아 6개월 동안 조사했다. 분석 결과, 수렵과 포획이 금지된 오대산에서는 하루 행동권이 최대 2.38㎢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우리나라는 돼지열병(CSFV)을 위해 연간 1,400~1,700개의 수렵된 야생 멧돼지 시료를 검사하고 있다. 최근 야생 멧돼지에서 돼지열병 항원이 잇따라 검출되면서 야생 멧돼지를 통한 위험 가능성이 상존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표1>에서 유럽을 포함한 국가들의 양돈농가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케이스를 보면, 야생 멧돼지로 추정되는 감염원인은 겨우 1.41%에 불과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야생 멧돼지와 양돈농가에서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케이스를 분석해보니, 야생 멧돼지와 야생 멧돼지 사체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의 검출율이 매우 높은 것을 알 수 있었다(그림2 참조).

그림2. 러시아에서 검출된 ASFV 케이스. 야생 멧돼지에서의 바이러스 검출 비중이 매우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단, 이 자료는 단순 멧돼지 검사 결과가 아니라 멧돼지 사체에서 검출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도 포함하고 있다.
그림2. 러시아에서 검출된 ASFV 케이스. 야생 멧돼지에서의 바이러스 검출 비중이 매우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단, 이 자료는 단순 멧돼지 검사 결과가 아니라 멧돼지 사체에서 검출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도 포함하고 있다.

 
야생 멧돼지 사체에서의 바이러스 검출은 국제 사회에서 발생으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에 최초 발생에 있어 야생 멧돼지의 위험이 상당히 간과되고 있을 수 있다.

러시아가 아프리카돼지열병에 취약했던 데에는 러시아 양돈산업의 구조도 한 몫 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는 상대적으로 차단방역이 우수한 농가가 전체의 61% 정도 되지만, 차단방역시설이 부족하거나 거의 없는 소규모 농가나 backyard 수준의 농가도 5%, 34%나 되기 때문에 야생 멧돼지가 감염되면 양돈장에 바이러스를 감염시킬 수 있다.

실제 데이터 분석에서도 러시아 아프리카돼지열병 케이스 중 backyard 농가에서 발생한 경우가 63.2%나 되었다(참고 : EFSA 2014년 보고서).

 

3. 골든타임을 놓치기 쉬운 무증상 폐사

2010년 11월 경북 안동에서 분만사 자돈들이 무증상 폐사했다. 우리가 잘 아는 구제역 증상 중 하나였지만 중금속 중독으로 인지됐다. 폐사가 지속되자 정밀 진단을 통해 구제역 판정을 받았지만 이미 바이러스는 주변으로 퍼져 나가고 말았다.

7년이 넘은 케케묵은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이유는 아프리카돼지열병도 초기에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뚜렷한 증상 없이 폐사가 나오면 누구나 좀더 지켜보게 마련이다. 수의사가 왕진해도 명확히 진단 내리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무증상 폐사가 생긴 경우 우선 신고부터 해야 하는데 이게 어렵고 극복해야 할 문제다. 농장에서 폐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늘 있는 일인데, 폐사가 날 때마다 신고하기도 어렵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가이드라인을 하나 소개하면 동거 자돈, 즉 같은 돈방 내 자돈에서만 폐사율이 급격히 증가하면 바로 신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 그런지 근거를 설명해 드리겠다.

2015년에 매우 흥미로운 논문이 한 편 소개됐다. 이 논문에서 실험자들은 먼저 야생 멧돼지 6마리 중 1마리에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를 접종한 다음, 6마리 내에서 바이러스가 퍼지는 양상을 추적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야생돼지는 접종 후 48시간 만에 열이 높아지더니 4일째에 혈액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10~11일 사이에 나머지 5마리에도 바이러스가 전파됐다.

이때 이들 6마리의 야생돼지를 또 다른 6마리의 일반돼지와 펜스를 사이에 두고 함께 사육했는데, 펜스 건너에 있는 돼지들은 약 4주가 지나서야 감염됐다.

펜스만 사이에 있어도 바이러스가 그렇게 빠르게 전파되지 못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중요한 실험결과였다.

그림3.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전파 정도를 알 수 있는 실험. 실험자들은 야생돼지에 바이러스를 노출시킨 다음, 같은 사육시설 내에 있는 다른 돼지와 펜스를 사이에 둔 돼지들에게 전염되는 양상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같은 사육구간 내에서는 잘 전파되지만 펜스만 사이에 있어도 전파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발견했다(Pietschmann, Guinat et al. 2015).
그림3.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전파 정도를 알 수 있는 실험. 실험자들은 야생돼지에 바이러스를 노출시킨 다음, 같은 사육시설 내에 있는 다른 돼지와 펜스를 사이에 둔 돼지들에게 전염되는 양상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같은 사육구간 내에서는 잘 전파되지만 펜스만 사이에 있어도 전파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발견했다(Pietschmann, Guinat et al. 2015).

그렇다면 펜스를 열어 돼지들이 서로 섞일 수 있게 하면 감염 양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펜스가 열려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돼지들이 오갈 수 있는 환경에서는 12마리 모두가 거의 같은 시점에 감염됐다.

즉, 앞에서 실시한 실험에서 펜스만 존재해도 감염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을 강력히 반증하는 결과였다.

결론적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구제역처럼 공기전파나 매개체에 의한 전파는 그렇게 강력하지 않기 때문에, 접촉으로 높은 폐사율이 전파되는 듯한 양상을 보이면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의심해야 한다.

게다가 돼지가 추워하는 듯 포개어지기 시작하면 열병을 의심해야 하는데, 돼지열병과 아프리카돼지열병 모두 신고대상 법정 가축전염병이므로 신속히 신고하도록 한다.

다시 한 번 기억하자.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무증상 폐사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

 

4. 골든타임을 놓치더라도 기회는 있다.

그런 일이 생겨서는 안되겠지만 혹시라도 골든타임을 놓치더라도 기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초기에만 강력히 대처하면 기회는 있다.

기회를 잡으려면 이 바이러스의 특징을 잘 알아야 한다. 다시 한 번 이 바이러스가 어떤 경로를 통해 퍼지는 바이러스인지 알아보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어떻게 전파되는지 정확히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기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국가에서의 감염요인 분석결과는 우리나라에서 방역대책을 수립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유럽식품안전국(EFSA)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양돈산업에서 발견된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2014년 발간)를 살펴보면, 야생 멧돼지가 아닌 산업화된 사육 돼지의 경우 돼지의 이동과 잔반사료(사람 음식물 사료)에 의한 감염이 73% 이상 되는 것을 알 수 있다(<표1>참조).

2017년 3월 러시아 사례도 사육규모가 약 40두 정도 되는 backyard 농가에서 발생됐는데, 이런 backyard 농가의 경우 사람이 먹다 남은 잔반을 먹이로 급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감염의 위험도가 높다 하겠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경우 backyard보다는 사료를 급이하는 형태의 양돈산업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인 감염 위험이 낮다. 하지만 감염된 돼지의 이동이 주요 전파 요인이므로 동물이 이동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여기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 한가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인 줄 알면서도 동물을 이동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초기 증상이 다른 열병이나 세균성 감염과 혼동될 수 있기 때문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인 줄 모르고 동물을 이동시키다 보면 광범위하게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

때문에 발생 초기 발견과 신속한 스탠드스틸 등의 조치가 매우 중요하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사육 돼지에 감염된 아프리카돼지열병 원인 분석 결과. 야생 멧돼지가 아닌 산업화된 사육 돼지의 경우 돼지의 이동에 의한 감염, 반반 사료에 의한 감염이 73% 이상이다.  (자료 출처 : SCIENTIFIC OPINION Scientific Opinion on African swine fever(EFSA))
<표2>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사육 돼지에 감염된 아프리카돼지열병 원인 분석 결과. 야생 멧돼지가 아닌 산업화된 사육 돼지의 경우 돼지의 이동에 의한 감염, 반반 사료에 의한 감염이 73% 이상이다.
(자료 출처 : SCIENTIFIC OPINION Scientific Opinion on African swine fever(EFSA))

 
최초 농장 발생을 예방하지 못했더라도, 골든타임을 놓쳤더라도 스탠드스틸만 잘 진행되면 추가 발생과 전파를 막을 수 있다. 우리가 집중적으로 대비해야 할 것은 감염된 돼지의 이동을 막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 역설적으로 초기에 신고를 잘하는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초기에 강력한 살처분 정책을 폄과 동시에 돼지가 이동되지 않도록 잘 차단하면, 설사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되더라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5. 참고문헌

Pietschmann, j., C. Guinat, M. Beer, V. Pronin, K. Tauscher, A. Petrov, G. Keil and S. Blome (2015). “Course and transmission characteristics of oral low-dose infection of domestic pigs and European wild boar with a Caucasian African swine fever virus isolate.” Archives of virology 160(7): 1657-1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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