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벳 학생기자단 프로젝트⑥] 어서 와, 대동물은 처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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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하면 무슨 일을 하고 싶은 지 진로를 정하셨나요? 수의대 졸업 후 다양한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각 분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신가요? 졸업 직후 당신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나요?

진로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수의대생들을 위해 데일리벳 5기 학생기자단이 특별한 인터뷰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졸업 후 여러분이 겪을 현장을 생생하게 전하는 <어서 와, OOO은 처음이지?>시리즈! 학생신분을 벗어나 사회에 발을 내딛은 사회초년생 수의사들이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내 직장의 장단점과 그들의 희로애락을 만나보세요!

이번에 만나볼 분은 대동물 수의사로 일하고 있는 김성민 수의사(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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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17년에 수의대를 졸업한 아직 따끈따끈한 수의사 김성민입니다. 최근 충주에 ‘큰 동물병원’을 개원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Q. 대동물 임상을 선택하신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일단 제일 큰 이유는 재미있어서 입니다. 임상에 흥미를 느껴, 군 입대 전 반려동물 병원에서 실습을 하였는데 좁은 공간에 있는 것이 답답하더라구요. 그래서 비교적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농장동물 수의사로 방향을 잡았어요.

이후 소, 말, 가금, 돼지 중 선택해야 했는데, 그 중 소를 택하게 된 거죠. 상대적으로 다른 학교보다 대동물 임상을 접하기 쉬운 환경이 크게 작용한 것 같아요.

제 모교인 충북대학교에는 산과학 김일화 교수님께서 직접 대동물 진료도 하고 계시고, 산과 실험실 출신 대동물 수의사 모임인 ‘라사모’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습니다.

교수님께 부탁드려 본과 2학년 때 대동물 임상 실습을 경험하면서 더욱 흥미를 느껴 ‘이 길이 내 길이다’ 결심했습니다.

Q. 대동물 수의사가 되기 위해 학부 시절이나 졸업 직후 했던 준비과정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일단 본과 1학년 때부터 대동물 임상에 관심이 있었기에, 어떤 수업이라도 교수님들께서 소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 주시면 좀 더 열심히 듣고 자세히 적어 두었습니다.

아까 말씀 드린 대로 본과 2학년엔 실습을 다녀왔고, 본과 3학년부터는 산과 실험실에 배정되어 김일화 교수님 옆에서 기웃거리며 소에 관한 이야기를 하시면 귀담아 듣고 메모해 뒀어요.

본과 3학년부터는 교수님의 배려 덕분에 농대에 있는 소 네 마리를 번갈아 가며 매주 2번 정도 직장검사 연습도 할 수 있었습니다. 본과 3학년 수업시간에 직장검사 하는 법을 배우는데 상상과 현실은 많이 다르더라구요. 직장검사하려고 소 뒤에 섰는데 혹여 발차기를 당하지 않을까 얼마나 겁이 나던지..지금 생각하면 한참 우습지만, 벌벌 떨면서 직장검사 연습하던 것이 생각나네요.

졸업 이후에는 천안에 위치한 축산과학원에 입사해서 6개월간 일했고, 이후 서산에 있는 정 동물병원 정재관 원장님께 지도를 부탁드리고 인턴 수의사로 일했습니다.

Q. 진로와 관련 없는 활동이라도 학창시절 했던 일 중에 가장 뿌듯하거나 재미있었던 경험이 있나요?

즐거웠던 일들이 너무 많아서 다 이야기 하기도 어렵네요. 대표적으로는 국토대장정, 해외 봉사활동, 학생회 회장도 해봤고, 데일리벳 1기 기자단도 했어요.

돌이켜 보면 제 진로와 관련 없는 활동은 없는 것 같아요. 하다못해 집에서 가구를 조립 해 보는 것 조차 진료에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야외에서 마주친 돌발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파훼법이 필요할 때가 많거든요.

대동물 임상을 하실 분이라면 훗날 지금 제가 하는 말을 공감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Q. 실제로 대동물 임상을 해보니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있었나요?

특별한 차이는 없어요. 졸업 전부터 대동물 임상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현실을 많이 알고 있었거든요.

특별히 차이가 나는 것은 제 실력이 아직 기대에 못 미치는 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Q. 대동물 수의사로 일할 때 장점은 무엇이 있나요?

정해진 출퇴근이 없어요. 번식 진료를 많이 하시는 분들은 매일 빡빡한 일정에 허덕이시지만, 저는 아직 개원 초창기라 많이 한가합니다. 여가시간이 많아요.

그리고 아무래도 농장동물을 다루다 보니, 진료결과에 따른 보호자들의 불평, 불만이 반려동물에 비해 적은 것 같아요. 비록 반려동물 임상을 경험해 보진 않았지만, 예상컨대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좀 덜 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Q. 그렇다면 반대로 대동물 수의사로서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정해진 출퇴근이 없어요. 위에서 말한 정점과 같은 단점이라니 아이러니하죠?

예를 들면, 제가 인턴을 하던 마지막 날 제 후임 인턴 수의사랑 둘이 진료를 했는데, 일요일 새벽 3시에 첫 진료를 시작해서 쪽잠을 자고 오전 8시부터 다시 진료를 시작해서 오후 10시까지 저녁도 못 먹고 진료를 했어요.

나중에 후임 수의사에게 들었는데, 오후 10시에도 또 진료전화가 왔었는데, 원장님께서 제가 너무 힘들까봐 축주분께 진료를 갈 수 없다고 하셨다고 합니다.

이처럼 밤/낮 없이 진료가 들어오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요. 또, 쉴 때에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하고 주변 지역을 벗어나기 어려워요. 언제 진료 전화가 올지 모르니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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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수의과대학의 기존 교육과정 이외에 새로운 것이 추가된다면, 어느 교육과정이 대동물 임상에 실제로 도움이 될 것 같나요?

무언가를 추가하는 것보다 현재 교육과정에 충실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임상에 필요하지 않는 과목은 단 하나도 없어요. 지금도 진료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학교에서 좀 더 열심히 공부할 걸’ 후회하며 책을 다시 펴서 읽고 있어요.

과목이 추가되는 것 보다는 대동물 임상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대동물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쉽게 주어진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사실 저도 살아 있는 소를 직접 만져본 게 본과 3학년이 처음이었으니까요.

Q.  수의대생들은 흔히 ‘대동물 임상이 체력을 많이 요구하는 직업’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이런 선입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선입견이란 말 자체가 ‘체력을 많이 요구한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부정한다는 뜻을 함축하는 건데, 그건 선입견이 아닙니다. 실제로 체력을 정말 많이 요구해요. 힘든 난산 진료 한번 하고 나면 하늘이 노래요.

제가 나름 체력엔 자신이 있었는데, 진료를 해 보니 스스로 저질체력이 아닐까 생각한 적이 많아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수의대 학생들이 주로 이번 기사를 읽을 것 같습니다. 특히 대동물 임상을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대동물 임상이 3D 업종이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사실입니다. 일하는 환경이 더러울 수 있고, 600kg이 넘는 소는 위험하며, 현장에서 많은 돌발상황이 발생하니 어려운 일도 많이 겪습니다.

그렇지만 대동물 수의사가 된다면, 그만큼 보람 있고 우리나라에서 많지 않은 귀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대동물 임상에 관심이 있다면 꼭 한번쯤은 실습을 해 보시길 바랍니다. 대동물 임상이 얼마나 가치 있고 즐거운 일인가 느끼실 수 있으실 거에요!

김지천 기자 wlcjs3578@dailyvet.co.kr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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