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 마리 동물 전시하는데…동물원에 상근 수의사가 없다

수의사 직접 고용 동물원 14곳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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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동물원수족관법)이 지난해 5월 시행됐다. 이에 따라 동물을 10종 혹은 50개체 이상 사육하는 동물원과 수조 용량 300㎥ 이상 혹은 수조 바닥면적 200㎡ 이상인 수족관은 지자체에 등록해야 하고, 정기 점검 및 보고의 의무를 갖게 됐다. 

동물원은 1인 이상의 수의사 고용이 의무화됐지만, 비상근직 촉탁수의사로 대신할 수 있도록 허용됐다. 그리고 2018년 6월 현재 등록됐거나, 등록 중인 전국 동물원 90개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 동물원에서 딱 1명의 촉탁수의사만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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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대표 이형주)의 ‘동물체험시설 실태조사 보고서’에 담긴, 지자체 동물원 등록 현황에 따르면, 2018년 6월 현재 52개 동물원이 등록을 완료했고, 39개소가 등록을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수의사를 직접 고용한 곳은 14곳뿐이었다. 

14개의 동물원은 대부분, 서울어린이대공원, 광주 우치공원 등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동물원이었으며, 심지어 국립생태원 같은 국가 기관도 포함되어 있었다. 즉, 일부 사설 동물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지자체가 운영하는 동물원과 국가 기관만 수의사를 직접 고용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보유 동물 종 101개, 보유 동물 개체 2,726마리…그러나 수의사는 ‘촉탁 수의사’ 1명뿐 

등록동물원 68개소에서 ‘촉탁수의사 1명만’ 위촉

사설 동물원은 대부분 촉탁 수의사 1명만 고용한 채로 운영 중이었다. 현재까지 등록했거나, 등록 중인 동물원 중 68개가 촉탁수의사 1명만을 고용했다.

수도권의 한 동물원은 무려 101종 2,726개체의 동물을 전시하고 있지만 촉탁수의사 1명, 사육사 4명 등 총 5명의 관리인력만 고용하고 있었다. 전시동물에게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곧바로 대처할 수 있는 상근 수의사는 아예 없는 상황인 것이다.

수의사를 포함한 관리 인원이 부족하다 보니 각종 문제가 발생한다. 대표적인 문제는 동물의 질병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웨어는 전국 20개 동물체험시설을 조사한 뒤 ‘동물체험시설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물론 20개의 시설 중에는 동물원으로 등록된 곳도 있고, 등록되지 않은 곳도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개 업체 중 14개 업체에서 외상이 있거나 질병이 의심되는 개체가 관찰되었다고 한다. 어웨어 측은 “탈모, 모질 불량, 꼬리 절단, 교상으로 보이는 상처 등과 설사, 구토, 몸을 떠는 행동 등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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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바라 등 피부질환이 의심되는 사진(위 사진 참고)에 대해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황철용 교수는 “곰팡이 감염 및 외부기생충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이나 확진을 위해서는 직접 검사가 필요하다. 두 질환 모두 사람에게 감염될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상기 병변을 보인 경우 즉시 격리하고 수의사의 진단과 처치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소견을 밝혔다. 

강원대 야생동물연구실 황주선 박사는 ‘청금강앵무 등 조류의 탈모 증상’에 대해 “부적절한 사육환경으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는 털을 뽑는 행동의 원인이 되며, 면역력 저하에 따른 호르몬 과다에 의한 증상일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는 “수의사를 상시 고용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며 “단, 현실적인 상황에 의해 촉탁수의사 제도를 운용하더라도, 얼마나 자주 동물원에 방문하고 어떠한 항목에 대해 관리·감독·진단·치료를 한 뒤 보고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축산농장에만 허용된 ‘상시고용 수의사’ 예외조항을 동물원·수족관 수의사로 확대하기 위한 수의사법 개정안이 지난달 발의된 상황이다.

현행 수의사법은 수의사라 하더라도 동물병원을 개설하지 않고는 동물진료업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전국 동물원·수족관(이하 동물원)에는 동물병원이 없는 곳이 상당수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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