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에서 첫 A형 구제역‥돈 아끼려 만든 구멍 `현실로`

2016년 상시백신주서 A형 제외..17년 소 A형 발생에도 변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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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양돈농가의 구제역이 A형으로 확진되면서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수 년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A형 구제역을 상시백신주에 포함시키지 않은 점이 뒤늦게 지적된다.

국내 양돈농가에서 A형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0년과 2017년에 각각 A형 구제역이 발생했지만 소 농장에만 국한됐다.

올 겨울에는 예년보다 양돈농가의 백신항체양성률이 높아지면서 구제역 발생 가능성이 낮다는 기대감도 많았다. 하지만 O형 백신만 접종하다 보니 A형 구제역에는 속수무책이었다.

2011년 구제역 백신이 도입된 당시에는 돼지에도 A형 구제역 백신을 접종했다(O+A+Asia1). 하지만 2014년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재발하고 O형 단가백신(O 3039형)을 긴급 수입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2015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상시백신주 선정과정에서 전문가들은 2, 3가 백신을 상시백신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생산자단체에서 경제논리를 내세우며 단가백신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2010년 이후 O형 구제역만 발생했고, 백신항원 개수를 줄이면 두당 몇백원 수준으로 비용부담을 덜 수 있다’는 주장을 깨지 못했다. 결국 O형 단가백신이 상시백신주로 채택됐다.

하지만 2017년 곧바로 O형과 A형 구제역이 동시에 발생하자 ‘돼지에도 A형 백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다시 제기됐다. 2016년 돼지용 상시백신주에서 A형, Asia1형이 제외된 지 1년만에 A형 구제역 위협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신주에 변화는 없었고 결국 A형 구제역 최초 발생으로 이어졌다. 돈 아끼려고 만들었던 구멍으로 청구서가 되돌아온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7일 가축방역심의회를 열고 경기, 충남 양돈농가 돼지 440만여두에 O+A형 긴급백신접종을 결정했다. 지난해부터 비축분을 늘리고 러시아 백신 등으로 수입을 다변화하면서 O+A형 백신 800만두분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방역당국은 스탠드스틸이 발동한 29일까지 긴급백신접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발생농장에 대한 살처분도 27일 완료됐다.

긴급백신접종으로 방어력을 확보할 시간을 벌고 초기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1주일간 양돈농가 사이의 돼지거래도 전면 중단된다. 그 사이에 추가 발생이 없을지가 확산의 고비가 될 전망이다.

박봉균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27일 긴급브리핑에서 “긴급백신접종을 2회 접종할 여력은 충분하다”며 “이번을 계기로 돼지에서도 O+A형 백신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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