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경 대수회장 신년 인터뷰·2부] 수의사법 개정 위협, 대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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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제 도입을 다룬 1부(바로가기)에서 이어집니다. 인터뷰 2부에서는 회무역량 제고를 위한 사무처 확대와 최근 발의된 수의사법 개정안 대응, 가축질병공제제도 시범사업, 방역정책국 신설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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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직선제 도입 논의과정에서도 ‘대한수의사회 업무량이 비상근 회장이 담당할 범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장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닌 만큼 중앙회 사무처에 주어지는 업무량도 그만큼 커졌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수의사 현안 관련 회무를 담당하는 인력은 5~6명에 그치는 실정인데, 이를 개선할 복안이 있나.

대한수의사회는 수의계 모든 이해관계가 모이는 곳이다. 중요하면서도 다양한 업무가 몰려든다.

이제까지는 굵직한 주요 현안을 꼽아 선택과 집중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집행부와 사무처의 노력, 회원들의 성원에 힘입어 7년 재임기 동안 수의사처방제 도입 및 확대, 영리법인 동물병원 개설금지,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 설치, 반려동물 자가진료 철폐 수의사법 시행령 개정,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국 신설, 가축질병공제제도 시범사업 도입, 직선제 도입 등 주요 현안에 성과를 올리거나 최소한의 첫 단추를 채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 몇 명 안되는 사무처 인력 각자가 여러 업무를 함께 맡는 상황이라 힘에 부친다.

현안의 성격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까지는 우리가 원하는 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면, 최근에는 우리 의사와 관계없이 사회가 요구하는 사안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수의사회의 자체적인 조직역량을 키우고, 미래사회를 대비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수의계 주요 영역별로 중앙회 사무처 내에 별도의 과조직이 필요하다고 본다. 반려동물 임상, 산업동물 임상, 방역, 축산물 위생, 학계, 관련 업계 등 수의사의 6대 직역별로 나누어 조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직선제 도입에 뒤따르는 회원관리, 대회원 및 대언론 홍보기능 강화도 과제다.

당장에는 올해 수의사 직원 1명을 채용하기 위한 예산을 마련해두었다.

사무처의 수의사 직원에게는 수의사 면허수당과 별도로 ‘수의사 전문직 수당’을 신설하는 등 처우도 개선했다. 최근 행정부가 지자체 가축방역관에게 전문직위 수당을 줄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했는데, 대수 사무처가 전문직 수당을 신설해 수의계에 모범을 보인 것이다.

Q. 대한수의사회 조직확대, 역량강화에는 돈 문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는데

다행히 지난해 세계수의사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 이익금을 확보한 덕분에 숨통이 틔었다. 최소한의 인력을 확충하고 직선제를 도입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동물병원 진료비 문제 대응이나 수의사법 개정과제발굴 등 꼭 필요한 자체 연구사업에도 활용할 생각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한수약품 활성화, 중앙회비 인상 등 재정 건전성 확보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한수약품은 회원이 주인이다. 한수약품의 이익금은 대수에 지원하여 현안대응에 활용된다. 예전에는 매년 1억이 넘는 금액을 대수에 지원해 도움이 됐지만, 근래 들어서는 적자를 면치 못하다가 지난해야 비로소 소폭 흑자로 전환된 형편이다.

한수약품은 올해 반려동물용 K5백신과 함께 광견병 백신 등 제품군을 다양화한다. 이미 1천여개 동물병원이 한수약품을 적극 활용해주고 있는 만큼, 더 많은 회원 분들의 성원을 당부드린다.

다른 재원대책도 적극 추진하겠지만, 직선제로 뽑힌 상근회장과 중앙회 사무처가 제대로 일을 하려면 중앙회비 인상은 불가피하다. 직선제가 시행되면 회원들도 회비부담 필요성에 더욱 공감하리라 기대한다.


Q.
앞서 지적하셨듯 국회에서 수의사들의 의견과 상관없는 수의사법 개정안이 줄을 잇고 있다. 진료부 공개 의무화, 진료비 공시제 등의 내용을 보면 회원들은 걱정이 앞선다.

대한수의사회는 현재 진료부 공개 의무화, 진료비 공시제에 반대한다. 공식적인 반대의견도 전달했다.

진료부 공개 의무화를 골자로 발의된 수의사법 개정안의 문제점은 국회 담당 상임위에 적극 설명하고 있다. 어느 질병을 어떻게 진단하고, 어떤 약물로 어떻게 치료하는지는 전문지식이자 전문가의 노하우다. 이를 무조건 공개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자꾸 ‘의료법에는 환자가 요청하면 공개하도록 되어 있다’고 하지만, 의료계와 수의계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수의사를 거치지 않고) 많은 의약품이 보호자에게 직접 유통되는 상황에서 진료정보가 공개되면 더 큰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의약품이 의사 처방으로만 공급되는 의료계와 직접 비교할 수 없다.

게다가 진료항목이 표준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개된 진료부를 단순 비교하면 더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건강보험을 중심으로 용어와 프로토콜이 표준화된 의료계와는 다르다.

이들 문제가 선결된 후에야 진료부 공개 제도화를 검토할 수 있는 것이다. 국회에도 공감대를 얻어가고 있다.

동물 진료부의 미비치, 미기록, 미보존, 거짓작성에 대해 과태료를 물리는 현행 처벌조항을 벌금형과 면허정지로 강화하자는 수의사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로 문제가 있다.

진료항목 표준화, 진료기록의 법적보호, 행정처분에 대한 과징금 대체조항 등이 완비된 의료법과 그렇지 않은 수의사법을 같은 선상에 두고 처벌만 똑같이 강력히 한다? 형평성에 맞지 않다.

Q. 공시제를 도입하자는 법 개정안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을 것 같다

해당 수의사법 개정안은 정부 차원에서 실시할 동물병원 진료비 현황조사의 근거조항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수의사회는 지금 시점의 진료비 공시제 도입에 반대한다. 진료 관련 용어, 프로토콜의 표준화가 선결되어야 한다. 지난해 농식품부가 진행한 반려동물 진료비 연구용역에서도 공시제 도입의 선결조건으로 진료의 표준화를 제시한 바 있다.

진료용어와 프로토콜 등이 표준화돼 일선 동물병원에서 활용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공시제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설명해 적극 대응하는 동시에, 진료 관련 갈등에 대한 자구 노력도 해나가야 한다. 보호자들에게 진료와 관련 비용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도록 권고하는 한편, 진료비나 진료관행에 잘못된 점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Q.
가축질병 공제제도 시범사업이 올해 시작된다. 수의사회의 숙원사업이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잘 모르는 회원들도 많다.

올해 정부 예산에 가축질병 공제제도 시범사업 비용 17억원이 반영됐다. 2~3개 시군을 정해 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인데, 현재 논의 중인 형태는 우선 농협손해보험에서 ‘가축질병치료보험’ 상품을 개발하여 정부가 50%, 농가가 50%의 보험료를 부담하는 방식이다.

공제제도는 수의사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 농가와 수의사가 상생하는 제도라는 것을 수의사들부터 명심해야 한다.

본사업이 도입되려면 우선 시범사업이 성공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공제제도가) 농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 시범사업 과정을 통해 농가와 정부, 수의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형태를 찾아야 한다. 그러자면 지역 소 임상수의사 회원분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Q. 일선 소 임상수의사들이 공제제도 도입에 중심역할을 하려면, 그 분들에게도 괜찮은 제도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아직 시범사업용 보험 상품의 전체적인 모습은 결정되지 않았다. 진료비용을 보장하면서도 공제제도의 취지에 맞는 평시 예찰, 예방의학적 활동이 이뤄질 수 있는 형태가 되도록 협의하고 있다.

소 임상수의사 회원분들 중 제도 도입으로 경제적인 불이익을 받거나, 현재 행하고 있는 진료행위에 제약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분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큰 문제가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다.

단순하게 본다면, 성공모델로 자리 잡은 충남의 소 진료비 지원사업을 확대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질병보장범위나 비용청구방식 등을 정하는 과정에서 소 임상수의사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


Q.
마지막으로 방역정책국 신설의 의미를 간단히 설명해주신다면?

방역정책국 신설이 공직만을 위한 사안이라고 보는 회원들도 있지만, 절대 그런 문제가 아니다. 대단한 의미가 있는 변화다. 농식품부 안에서 30여년을 근무했던 본인의 경험에 비추어 봐도 그렇다.

방역정책국은 수의사 관련 법, 제도, 정책, 예산을 모두 다룬다. 공직뿐만 아니라 반려동물, 농장동물, 학계, 업계 등 모든 수의분야와 연관된 곳이다.

가령 수의사처방제의 예만 들어봐도,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 범위를 정하는 권한은 이제 축산정책국장이 아닌 방역정책국장에게 주어진다. 수의사와 연관된 각종 법개정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도 종전의 과장급과는 비교할 수 없다.

때문에 현재는 2년 연한의 한시조직인 방역정책국이 영구조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수의계도 도와야 한다. 당장 현안인 고병원성 AI 방역과 가축방역관 충원 등에 적극 동참해 주시길 당부하고 싶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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