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한수의사회장 직선제,`분열` 계기되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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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수의사회장 선거 직선제 전환을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직선제(제규정)특위(위원장 양은범)가 수차례의 회의 끝에 초안을 마련했고, 전체 회원 대상 설문조사와 공청회까지 개최했지만 몇 가지 조항에 대한 회원들 간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형국이다.

김옥경 현 회장의 공약이었던 ‘회장 선거 직선제 도입’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회원이 동의하고 있다. 979명의 회원이 참여한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직선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91%(889명)로 압도적이었으며, 공청회에서도 직선제 도입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사실상 없었다.

문제는 직선제 도입과 함께 추진되는 회비 인상, 사무처 인력확충 등의 사항과 <회장 겸직금지 여부>다.

직선제에는 찬성하지만 회비 인상에 반대하거나, 겸직금지 조항 도입하는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 이러한 생각의 차이는 공청회에 참석한 회원들 간의 논쟁으로 이어졌으며, 설문조사에서도 이러한 경향을 일부 확인할 수 있었다(직선제 도입 찬성 91%, 회비를 인상하는 직선제 도입 찬성 77%, 겸직금지 찬성 63%).

논란의 ‘겸직금지 여부’…하지만 확정된 것은 하나도 없어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회장의 ‘겸직금지 여부’다.

공청회에서는 겸직금지와 관련하여 ‘사외이사를 포함하여 모든 겸직을 예외 없이 금지한다’는 특위안에 대한 설명이 있자, 일부 회원들의 반발이 거셌다. 특위안이 확정되면, 동물병원 원장은 물론, 회사 소속 수의사나 공무원, 국회의원, 교수조차 그 직을 내려놓고 출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퇴 교수나 은퇴 공무원만 출마하라는 소리”라는 의견까지 나왔다.

대한수의사회 실명게시판에는 “직무 연관성이 없는 겸직조차 못하게 하여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방안은 앞으로 지속적인 문제의 쟁점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이 글을 작성한 회원은 “회장 직무연관성이 없는 분야까지 획일적 겸직금지로 인하여 회장으로서 희생과 봉사의 참뜻은 잃어버린 채 우리는 급여에 눈이 먼 직업회장을 진정으로 원하는지 스스로 자문해야 한다”며 “이번 특위(안)에서는 임원 특히 회장의 불신임을 묻는 안도 제시되었는데 겸직 등으로 인한 회장의 사익추구 및 회장 책무의 이상에 대한 견제 장치 또한 마련되어 있다”고 밝혔다.

즉, 겸직금지가 반드시 회장의 헌신적인 노력을 보장하지 않으며, 겸직금지를 하지 않더라도 회장을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헌재 특위가 마련한 안은 말 그대로 ‘안’일 뿐, 확정된 것은 하나도 없다.

실제 직선제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이사회 통과, 대의원 정기총회의 과정이 남아있다. 직선제 도입은 정관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므로 ‘참석회원의 2/3이상 찬성’해야 통과된다. 일부 사항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다면 직선제 도입안 자체가 의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아예 다른 부분은 차치하고 우선 ‘직선제 도입’에 대해서만 논의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우선 직선제 도입을 확정하고, 현재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별도로 논의하자는 것이다.

대한수의사회장 선거 방식 전환이라는 큰 변화를 앞두고 이러한 논쟁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직선제 도입이 회원들을 분열시키고 회원들 간의 불신을 키우는 계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많은 단체에서 직선제 선거 이후 고소고발이 이어지는 등 큰 부작용을 겪는다. 수의계 역시 직선제 도입 이후 이러한 부작용이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다.

빠르면 2~3월에 예정된 대한수의사회 정기총회에서 직선제 도입 여부가 결정된다. 고작 1~2달밖에 시간이 없는 것이다. 더 많은 공론화와 회원들의 의견수렴 과정이 필요하지만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해 보인다.

가뜩이나 회원들의 관심이 적은 상황에서 남은 시간동안 이견이 좁혀질까? 짧은 기간 동안에 많은 사안을 논의하다가 서로에게 상처만 주고 갈등만 생기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

누구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다 같은 수의사이며, 직선제 도입이 수의계에 도움이 되어야지 해가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겠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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