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의대 파트타임 대학원에 경종 울린 법원 `관행 탈 쓴 뇌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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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지방법원은 8일 외제차 리스료와 논문심사비, 실험실습비 명목으로 대학원생들에게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국립대 수의과대학 교수 A씨에게 징역 3년 6개월형을 선고했다.

‘제자들이 지도교수의 외제차 리스료를 대납했다’는 흔치 않은 사건에 눈길이 먼저 가기 마련이지만, 이번 판결은 수의과대학의 일부 대학원이 ‘파트타임’이라는 명목하에 저질러 온 잘못된 관행에 경종을 울렸다는데 의의가 있다.

파트타임 대학원생은 실험비 명목으로 돈을 내고, 교수는 풀타임 대학원생으로 하여금 파트타임의 실험이나 논문작성 과정을 돕게 했다면 ‘대가성 있는 뇌물을 주고 받은 관계’라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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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교수는 총 14명의 대학원생으로부터 위와 같은 명목으로 5,89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돼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대학원생들에게 ‘실험은 풀타임 대학원생들에게 시키고 학술지 출간은 자신이 해 줄 테니, 실험비와 인건비는 내야 한다’는 취지로 금액납부를 요구해 석사논문심사비 명목으로 각각 100~350만원을, 박사논문실습비 명목으로 각각 400~1천만원을 수수했다는 것이다.

피고측이 ‘해당 금액은 실험비용의 공동부담 형식으로 사용됐고, 타 수의과대학 임상과목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쓰이는 돈보다 오히려 적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A교수가 실험재료비와 풀타임 대학원생의 인건비 명목으로 실험실습비를 요구하면서 그 액수를 피고가 정했고, 파트타임 대학원생들은 논문실습비 액수가 어떠한 근거로 정해졌는지, 실제로 정확히 어떻게 쓰였는지 알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풀타임 대학원생들은 A교수가 별도로 진행한 연구용역과제에 참여해 인건비를 받았을 뿐, 파트타임 대학원생들의 실험을 대행해준 것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인건비를 받지 않았다.

재판부는 “파트타임 대학원생들의 논문 실험에 사용할 재료는 대부분 연구용역과제에서 남는 재료비로 충당했으며 일부 파트타임 대학원생은 별도의 실험재료비를 추가로 지출했다”면서 ”파트타임 대학원생들에게 받은 돈은 대부분 A교수의 개인적인 생활비로 사용되거나 A교수 명의의 계좌로 이체됐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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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1심선고가 내려진 후 검사와 피고 양측이 모두 항소하면서 공은 2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에서 다른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수의과대학과 교수진 각자가 파트타임 대학원을 학위 장사처럼 운영하고 있지 않은 지 되돌아볼 계기임에는 분명하다.

이번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타 수의과대학의 행태가 엿보였다는 후문마저 들린다. 사정당국의 칼날이 수의과대학을 정조준 할 날이 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동물병원일이 바빠 실험할 시간이 없다’는 것은 단지 학위과정을 열심히 이수하는 연구자의 고충토로에 그쳐야 한다. 바쁘다는 핑계로 정말 실험을 하지 않고, 그 대가로 돈을 내거나 풀타임 대학원생들의 밥을 사는 편법으로 빠지면 곤란하다.

학위는 ‘독립적인 연구역량을 갖춰 해당 분야 지식 탐구의 최전선에 섰다’는 증표다. 돈을 내고 외주를 주는 사업이 아니다. 이 순간에도 풀타임이냐 파트타임이냐를 가를 필요 없이 공부와 연구에 매진하는 수의사들이 불을 밝히고 있다.

‘다들 그렇게 하더라’는 유혹에 사로잡힌다면, 법원이 대리실험 관행에 ‘뇌물죄’라는 철퇴를 날렸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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