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백연 대구시수의사회 부회장 “수의사가 주는 아름다운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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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는 본지 학생기자인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 임준식 학생이 작성한 인터뷰입니다>

미니홈피, SNS, 다이어리, 스마트폰 메신져, 블로그…

현대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항상 쓰고 있습니다.

글쓰기와 함께 강조되는 것이 있습니다. 듣는 사람의 가슴을 움직일 수 있도록 자신만의 생각과 느낌을 덧붙여 재구성하는 "스토리텔링"이 바로 그것입니다.

우연히 적은 자신만의 이야기가 서점에서 보이고, 블로그에 썼던 스토리로 책을 펴낸 사람들.

그들 중 16년간 동물병원에서 있었던 가슴 뭉클하고 생생한 스토리를 펴낸 수의사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선물」의 저자 백연 수의사님을 데일리벳에서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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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연 대구시수의사회 부회장.「아름다운 선물」저자.

Q.「아름다운 선물 」은 어떤 책 인지?

짧지 않은 시간동안 동물병원을 경영하면서 얻은 기록들에 내 생각과 감정을 덧붙여서 펴냈다.

동물을 치료하면서 겪었던 슬펐던 순간, 행복했던 순간들을 모아 34가지 에피소드로 엮었다.

Q. 책의 스토리에 쉽게 몰입된다. 수의사라는 직업을 가지면서 글쓰기는 언제 배운건가. 평소에 책을 많이 읽나?

내 책을 그렇게 봐주시니 참 부끄럽다. 딱히 글쓰기를 배운 적은 없지만 고등학교 시절 문학 동호회에 잠시 가입해서 활동한 적이 있다.

책은 일주일에 한 권 정도를 읽는 편인데, 보통 한 두 권을 번갈아가며 병원과 집에서 읽는다. 바쁠 때는 한 달에 한 권도 어렵다.

Q. 16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기록'을 남긴 이유가 있나? 그리고 그 기록들을 책으로 펴낸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책을 발간한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내 자신에 대해서 생기게 된 의문이 가장 컸다. 내가 언젠가 은퇴를 하고 내 삶을 돌아보게 될 때, 헛되이 살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 때부터 하나하나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뭉클한 수십 개의 스토리들이 쌓였다.

그러다가 문득 이 이야기들을 책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실천력이 필요하지 않은가? 그래서 36살 때 '40살 전에 책을 펴내겠다'고 후배에게 약속했다. 물론 시간제한을 지키는 것은 실패했지만, 그 어떤 약속보다 '후배와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강한 자극이 됐다. 

글을 끊임없이 다듬고, 여러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한 끝에 다행히 책을 출판해주겠다는 출판사가 나타났다.

책을 쓰게된 또 다른 이유를 꼽자면 '수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수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제대로 알려져 있거나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단적으로 얘기하면, 의료인이라는 이미지보다는 대동물 수의사가 거칠고 힘든 직업이라거나 소동물 수의사는 반려동물을 이용해 돈을 밝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그런 것들이 수의학을 어렵게 공부하고 야심차게 사회에 나와 일하는 수의사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줄 때가 많다. 그래서 책 4부에 '말 못할 수의사의 고충'과 대동물 수의사들의 이야기를 넣었다.

특히 2010년 겨울 구제역 사태 당시 대동물 수의사는 매우 힘들었다. 일반 대중과 언론들이 그러한 고생을 수의사가 하는 당연한 업무로만 말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이를 알리고자 대동물 수의사 선생님들에게 글을 요청했다. 글을 쓰기 부담스러워 하시는 원장님을 위해서는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 상황을 물어보면서 대신 쓰기도 했다.

Q. 책이 크게 4부로 구성됐는데, 그 중 3부 '아름다운 선물'을 제목으로 한 이유가 있나?

나는 반려동물 전문 수의사다. 반려동물과 인간과의 교감은 인간의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감정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외로움을 많이 느끼게 된다. 동물들은 외로운 감정을 덜어줄 뿐더러 다른 감정들도 풍부하게 이끌어내 준다. 반려동물이 심리치료에 투입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동물은 인간에게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아름다운 선물」이라는 내 책의 제목이 박경철 의사의 「아름다운 동행」과 너무 비슷한 이름이라 출판사와 논의를 많이 했지만 더 이상 책을 잘 표현하는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Q. 전문 작가가 아니라서 출판 과정에서 재미있는 일도 많았을 것 같은데?

처음 책을 출판할 때 출판사와 내가 직접 연결된 것이 아니라, 작가와 출판사를 연결해주는 에이전시에 소속된 상태였다. 출판을 계획할 당시에는 책이 크리스마스 기획으로 나오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런 계획이 쓰는 사람에게 많은 부담이 될 줄은 몰랐다.

출판사는 책을 빨리 발간하길 원하지만 작가라면 내 글이 적어도 내 마음에는 쏙 들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내가 만족하지 못한 원고를 줄 수는 없었다. 출판사 요구에 맞게 크리스마스 기획으로 나왔다면 판매부수가 조금 올라갔을 수 있겠지만, 필력이 짧아 그렇게 서둘러 출판할 수는 없었다.

결국 원고 기한을 맞추지 못하고 2012년 1월이 되서야 책이 나왔다. 출간을 하고나니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내 이름으로 책을 펴냈다는 사실에 만족한다. 두드리면 열린다!

Q. 책을 펴내는 데 가장 힘이 되었던 사람은?

우리 아이들이다. 옛날부터 엄마가 수의사인 것을 자랑스러워 하던 아이들이었다. 반장 선거를 할 때도 엄마 동물병원에 가서 동물을 만지도록 해주겠다는 공약을 내걸 정도였다. 물론 떨어졌지만(웃음).

동물병원 일로 지쳐서 숙제나 준비물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던 엄마가 밤늦게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서 끙끙대는 것을 신기해하면서 음료수나 간식거리를 챙겨주기도 했다.

책을 쓰고 난 지금은 아이들이 책까지 쓴 수의사 엄마라며 더욱 자랑스러워 한다.

Q. 책은 주로 어떤 독자를 대상으로 했나?

책을 펴낸 가장 큰 목적은 일반 사람들에게 수의사의 일을 알리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수의사 독자는 생각을 못했다. 책이 출간되고 나서야 알게 됐지만, 많은 수의사분들이 내 이야기에 공감하고, 특히 수의과대학 학생들로부터 동물병원의 일들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얘기를 들을 때 아주 기분이 좋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분들도 많이 공감을 해주셔서 감사하다.

책이 나온 지 6, 7개월여가 지났을 쯤, 부산에 사는 어르신께 전화를 한 통 받았다. 개와 고양이를 많이 키우시는 분이었는데 책을 읽고 너무 감동을 많이 받았다고 하셨다. 대중매체에서는 독특하고 신기한 것만 다룰 뿐 정말 사람이 반려동물에게 느끼는 감정을 보여주지 않는다면서 이런 이야기를 계속 써달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는데 나는 그 말씀이 너무 고마워 전화기를 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개 숙여 인사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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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에피소드마다 동물에 집중하는 경우, 보호자에 집중하는 경우가 있었다. 어떤 의도였나?

딱히 의도한 것은 아니다. 특히 보호자가 주인공인 경우, 느낀 감정을 그대로 쓴 것이다. 글은 어디까지나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니까.

기억나는 보호자가 한 분 있는데, 작은 식당을 운영하던 60대 아주머니였다. 키우던 동물을 기차로 서울에 데려가기 위해 건강진단서를 받으러 오셨다. 병원에 오셨을 때, 매우 예의를 갖추셨고 말하는 품새나 몸가짐이 품위 있고 교양 있어 보였다. 

그 분이 서울로 가신 후 우연히 그 분이 운영하던 식당 앞을 지나는 데 이런 시가 붙어 있었다.

'머물고 싶은데 떠나라네요. 모과 익을 때 다시 올게요.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내 눈에는 정말 멋진 분이셨다. '나도 나이 들어 저렇게 살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1년이 지나고 또 우연히 그 식당을 지나가는데 글귀가 바뀌어 있었다.

'아직 때가 되지 않았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꽃 피면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이런 사람이 운영하는 식당이라면 난 몇 년이 지나더라도 다시 찾아갈 것 같다.

Q. 병원을 운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 보호자가 있다면?

뇌수종 때문에 경련도 자주하고 신경증상도 있는 말티즈를 2년이나 간호한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 기억난다. 강아지가 잘 걷지도 못하고 잘 넘어져서 출근하실 때 방에 이불로 벽을 만드는 등 지극 정성으로 돌보셨다. 

결국 개가 운명을 달리한 후 그 보호자에게 "선생님, 지금까지 우리 아기 예뻐해주시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돌봐주셔서 고맙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왔다. 그 핸드폰을 잃어버려 이제 문자메시지가 남아있진 않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책에 있다시피 나는 개인적으로 동물을 사랑하는 환경에서 자라지 못했다. 수의사로서 보호자에게 조언은 했지만, 수의사가 아니라면 그 상황을 이해 못했을 것 같다. 지나고나서야 '그 분은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 정말 강했구나. 내가 미처 그것을 몰랐구나.'라고 느꼈다. 오히려 보호자에게 배운 것이다. 

Q.16년간 한 자리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게 되면 지역주민들을 많이 접하게 될 것 같은데?

생각보다 70대 이상 어르신들이 문맹인 분들이 많다. 간혹 그런 분들이 글을 읽지 못해 병원으로 우편물을 가져오신다. 세금문제로 상담을 하거나 보이스피싱을 당할까봐 두려워서 상의하러 오는 경우도 있다. 그 분들은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으니 병원 손님은 아니지만 함께 사는 건 그런 것이 아닌가.

한 동안 병원 가까이에 있는 학교 축구부 연습 때 공이 넘어와 오래된 몇 몇 집의 지붕을 부순 사건이 있었다. 넘어간 공을 찾으러 덩치 큰 아이들이 집 안으로 불쑥 들어오기라도 하면 주민들이 깜짝 놀라 학교 측에 항의도 했다. 그러나 학교 측에서는 소수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책임 있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답답해 하는 주민들이 어느 날 병원 주변에 모여 웅성 거리길래 병원으로 모시고 와서 회의도 하고, 지역 신문사에 제보하고, 교장선생님 인터뷰도 해서 학교 주변으로 공이 넘어오지 않도록 담장을 설치하게 했다.

그랬더니 그 후로 문제가 있거나 어려운 일이 있으면 병원을 많이 찾아오신다.

수의사는 일반인에 비하면 엘리트 집단이다.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지혜로 주변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야생동물 수의사를 원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소동물 임상을 하게 됐나?

수의사는 동물 치료를 목적으로 해야 한다고 동물병원을 시작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야생동물 임상은 그 당시 미개척분야 중 하나였다. 정말 하고 싶었지만, 결혼을 하고 가정이 생기게 되면서 나 자신만을 위해 행동할 수는 없었다. 

결국 내 병원에 구조되어 오는 야생동물을 치료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현실과 타협했다.

병원을 운영하면서 여러 세미나에 참석했는데, 그 중 어느 동물병원 원장님과 야생동물 수의사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야생동물은 치사율이 너무 높다. 자연 복원율이 20%도 안된다. 우리나라에는 배울 곳조차 없다. 당신의 모든 힘과 노력을 쏟을 필요성이 있을까?"라는 얘기를 들었다. 

현실적으로는 맞는 말이었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은 있다. 

우리 병원에서 야생동물을 치료할 수 있는 기회가 종종 있었고, 그로 인해 많이 배웠다는 것에 만족한다.

Q. 책을 펴내고 난 후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

책을 출판해보니까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사람들은 일종의 업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주변 수의사들은 부러운 눈으로 보고 우리 병원 보호자들은 책에 싸인을 해달라며 정말 좋아한다.

특히 이야기가 실린 보호자는 많이 고마워했다. 책에 실명을 적진 않았지만 두고두고 감격해 하셨다. 몇 명에게라도 그런 기쁨을 줄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한다.

Q. 수의사로서의 철학은 무엇인가?

내 직업은 수의사다. 직업이기 때문에 항상 직업의 원래 목표를 생각하려고 한다.

아픈 동물을 치료하는 일 외에도 수의사가 무엇을 하는 직업인지 알리는 것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수의사로서 일하는 동안 수의사가 사회의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로 다가가는데 일조하고 싶다.

의학적인 지식만 내세우며 남을 깎아 내리는 것도 올바른 수의사의 자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 수의사는 사회에서 약자이다. 약자끼리 힘을 모으지 않으면 결코 좋은 시간은 오지 않는다. 뭉쳐서 한 목소리를 내야 힘이 생긴다.

Q. 임상을 꿈꾸는 수의과대학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연히 건국대 수의대 학생들의 모임에 갔는데 내 책에 대한 질문이 쏟아져 들어왔다. 미처 준비를 못하고 만났던 터라 대답을 제대로 해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책을 좀 더 잘 썼으면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특히 여학생들은 결혼을 하면 가정생활과 육아 그리고 일, 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 해야 한다. 대구시 여성 임상수의사회장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바로 '육아를 하면서 어떻게 병원을 운영했는가'하는 것이었다. 

사실 정답은 없다. 어찌 있겠는가. 둘 중 하나만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선택은 힘들다.

그래서 항상 얘기한다. 도와주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찾기를. 그러나 아무런 도움 없이 일단 시작했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눈 질끈 감고 열심히 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언젠가는 나에게 매달려 하염없이 울어대던 아이도 제 발로 걸어와 엄마의 어깨를 토닥여주는 시간이 오기 때문이다.

만약 책을 읽는다면 임상수의사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된다면 좋겠다. 임상수의사는 그야말로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다. 그러나 일을 하다보면 현실적인 이유로 흔들릴 때가 많이 온다. 그럴 때마다 원래 하고자 했던 것을 생각하라고 당부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여러 방면으로 진출해서 수의사의 위상을 높이라고 말하고 싶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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