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황윤재 한국양돈수의사회 회장 “축산현장에서 수의사 할 일 많아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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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양돈업계의 불황이 지속되고 있으며, 양돈수의계에 큰 이슈들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양돈수의사 및 양돈수의사를 꿈꾸는 수의대학생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는데요, 데일리벳에서 황윤재 한국양돈수의사회장님을 만나, 양돈업계 불황, 축산차량 GPS설치, 수의사처방제 등 양돈수의계와 관련된 주요 이슈에 대한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황윤재회장님

q. 양돈수의사회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 궁금하다. 한국양돈수의사회에 대해 소개해달라.

우리회는 총 회원이 300명이 넘는 조직이지만, 이 중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회원은 대략 100여명 정도다. 양돈수의사회는 1981년 '돼지 임상병리연구회'로 조촐하게 출발했다. 그 뒤 1983년에 '돼지 질병연구회'로 명칭이 변경되었고, 돼지 질병 진단이나 질병에 대한 정보와 기술교환을 통해 수의사의 자질향상을 도모하자는 취지에서 계속 모임을 가져왔다. 오늘날과 같은 '한국양돈수의사회'는 1998년 발족하게 됐다.

우리회의 목표는 양돈 수의사의 권익 보호 및 친목도모, 관련 정보 및 기술의 공유와 교육을 통한 자질 향상이며, 나아가서 국가의 양돈 정책결정에 우리의 의견을 전달하고 우리나라 양돈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며 세계화 추진에 앞장서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q. 작년에 제주도에서 2012 IPVS(세계양돈수의사대회)를 역대 최고규모로 성공 개최했다. IPVS를 성공개최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는지?

물론 이원형 IPVS단장님의 리더쉽 덕분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헌신적으로 봉사해 준 조직위원회 분들의 역할 또한 적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물심양면으로 협조해준 여러 협찬업체의 도움 또한 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IPVS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준 우리회 회원여러분들의 열정이 IPVS 성공의 주된 바탕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어린시절 꿈은 미술가…아버지의 반대로 미술가 꿈 접고 수의사로..

 

q. 미술가 집안이며, 원래 꿈도 미술가라고 들었다. 어린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나?

부끄럽지만, 어린 시절은 지금처럼 별로 내세울 게 없다. 그저 철딱서니 없는 장난꾸러기에 불과했다. 미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중학생 무렵이었다. 당시 예고에 다녔던 누나가 그림 그리는 것을 어깨너머 보고 따라한 게 전부였는데, 반에서 데셍시험에 1-2등에 들었다. 그래서 '아! 나도 이 길을 가야겠다' 고 생각했었다.

 

q. 미술가의 꿈을 접고, 건대 축산학과에 입학한 뒤, 졸업 후 다시 수의학과에 입학했다고 들었다. 미술가->축산학과->수의학과로 진로를 바꾸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우선 미술에 대한 생각을 접은 건 당시 무척 완고하신 아버지의 반대 때문이었다. 남자가 무슨 미술이냐며 역정이 대단하셨다. 마음이 약했던 나는 그런 아버지를 이길 수 없었고, 그나마 내 적성에 조금이라도 맞는 대안을 찾았던 것이 축산학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축산학과를 결정한 건 그저 막연한 결정이었다. 

그렇지만 다시 수의학을 선택한 건 당시 은퇴하신 아버지가 양돈장을 생각했기 때문이며, 그래서 수의학과를 졸업하자마자 양돈수의사를 택했다.

황윤재회장

 

축산차량 GPS설치에 대한 헌법소원은 "밥그릇 지키기가 아닌 국민의 기본권을 사수하는 일"

수의사처방제 시행으로 "수의사들이 이제야 제자리에서 제 역할을 할 환경 만들어졌다"

 

q. 올해부터 시행된 축산차량 GPS설치와 관련해 헌법 소원과 가처분 신청을 진행했다고 들었다. 실제 일부 수의사들이 GPS장착이 사생활 침해이며, 농장에서 기록하고 있는 방명록과 중복된다고 얘기한다. 헌법소원의 현재 진행상황은 어떤가?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자세히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일단 우리회 회원들이 모금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마련한 기금으로, 헌법소원과 가처분 신청을 모 법무법인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정부 부처를 상대로 우리의 의견을 주장하는 일이니만큼 갈 길은 무척 멀고 넘어야 할 산 또한 높아 보이지만, 이 일이 단순히 우리 단체의 소위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니고, 조금 더 넓게 생각하면 전체주의적 발상에 대한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사수하려는 일이다.

따라서 반드시 우리의 뜻이 관철되리라 생각한다. 많은 수의사/수의대학생 분들도 우리의 이런 소박한 생각을 이해해주시고, 적극 응원해주시길 바란다.

 

q. 8월 2일부터 수의사처방제가 시행된다. 수의사처방제가 양돈수의사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또 양돈수의사회는 처방제와 관련하여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수의사처방제는 근원적인 단계에서부터 식품안전을 보장하려는 정부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 수의사 중에서도 어떤 이들은 이 제도가 수의사에게 어떤 득실이 있느냐에 관심을 가지기도 하지만, 이렇게 소위 '밥그릇'을 생각하는 것은 대단히 좁은 소견이라고 느껴진다.

내 생각에는 이 제도의 시행으로 수의사들이 이제야 제자리에서 제 역할을 할 환경이 만들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그만큼 책임 또한 막중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우리회에서는 작년부터 수의사처방제의 올바른 장착을 위해 TF팀을 구성하여 우리회 임원은 물론 외부의 전문가들로부터 지식과 지혜를 구하고 있으며, 매번 포럼이 있을 때마다 이를 주제로 공부를 해왔다. 8월부터 시행되는 이 제도는 아직 완벽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생각되지만, 우리나라가 축산과 수의분야에서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치뤄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q. 양돈업계가 불황이라고 한다. 앞으로의 전망과 양돈산업발전을 위해 양돈수의사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세상의 모든 산업이 흥망과 부침을 반복하며 발전해 가는 것이 당연한 과정인데, 양돈산업 또한 이런 과정에서 예외일 순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내 식견을 가지고 감히 우리 양돈산업의 앞날을 예견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리석은 일인 것 같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우리 양돈업계가 앞으로도 조금 더 깊고 어두운 골짜기를 걸어야 할 것이라고 얘기하는 것을 많이 듣는다.

특히, 현장에서 컨설팅 등을 업으로 삼고 있는 많은 양돈수의사분들이 대단히 어려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럴수록 우리 수의사들이 나서서 양돈위생에 대한 전문지식과 생산성향상, 비용절감을 위한 지혜를 양돈농가와 아낌없이 나누어야 할 것이다.

황윤재

 

수의과대학 학생들, 졸업 전에 시간을 내어 우리나라 축산업 직접 경험해보길..

한국 양돈의 선진화, 세계화를 위해 많은 관심과 지지 필요

 

q. 최근 수의대 졸업생들이 양돈수의사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수의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앞으로 수의사로 일하게 될 후배님들에게 한 마디 하자면, 졸업 전에 시간을 내어 우리나라 축산업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라고 조언하고 싶다. 나도 그랬지만, 대학교 생활 중에 축산현장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양돈이나 양계, 낙농 등의 축산현장에서 직접 땀 흘리며 일을 해보고, 컨설턴트와 함께 생활을 해보면 축산현장 수의사들의 꿈과 현실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거라 생각된다.

더구나 수의사처방제가 시행되면, 축산현장에서 수의사가 할 일이 대단히 많아지게 될 것이고, 일에 대한 보람도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q. 회장임기가 2년이라고 들었다. 임기가 끝난 뒤 계획은?

욕심 같아서는 조금 인연이 있는 양돈장을 돌보며 여생을 보내고 싶었지만, 내가 모시던 분께서 현직에서 은퇴하면 제3세계에서 축산과 관련한 봉사활동을 하며 살아보라 권하셨다. 그래서 임기가 끝나고 몇 년 더 일을 해서 먹을거리를 좀 더 마련하게 된다면, 그 다음은 해외봉사활동을 하고자 한다. 다만 경제여건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q. 마지막으로 수의사/수의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평소에 이런 중국의 속담을 말하곤 한다. 星星之火 可以燎原(성성지화 가이요원). '별빛처럼 작은 불꽃이라도 능히 초원을 태울 수 있다'라는 말이다. 현재 이땅에서 양돈수의사와 우리회의 역량과 규모는 미약하기 그지없지만, 우리의 의지와 꿈만큼은 결코 작지 않다. 머지않아 우리의 역할이 한국 양돈의 선진화와 세계화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여러 수의사분들과 수의학도들의 관심과 참여 및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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