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한수의사회장 선거, 변혁의 숙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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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대 대한수의사회 임원선거가 김옥경 회장의 연임으로 마무리됐다. 외형적으로는 별 탈 없이 진행됐지만, 향후 직선제 도입을 포함한 선거규정의 대대적 보완을 숙제로 남겼다.

이번 대수회장 선거는 일반회원들의 관심 밖에 머물렀다.

대의원 간선제 하에서 후보자들은 일반회원들의 지지를 호소하기보단 대의원들을 맨투맨으로 만나는데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었다. 그들만의 리그, 깜깜이 선거에 그칠 수 밖에 없었다.

간선제 규정 마저도 허점투성이였다.

중앙회 총회 30일전까지 지부총회를 개최하지 못할 경우 해당 지부 대의원의 선거권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정관 내부에서도 관련 조항끼리 충돌했다.

대수 자문변호사는 당연직 대의원만 인정할 것을 권고했지만, 선관위는 내부 협의 끝에 후보자 전원의 동의를 전제로 선출직 대의원의 선거권까지 전부 인정하는 ‘관례’를 선택했다.

회장 선출에 각 지부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는 공감한다. 하지만 ‘법적 해석이 엇갈리는 관례’는 선거결과에 대한 불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분쟁의 시한폭탄이다.

후보자간 토론회 한 번 없었던 것에도 규정 미비가 한 몫 했다.

일부 대의원이 토론회를 요구했지만 선관위는 내부 논의 과정에서 주최를 포기했다. ‘다른 유관단체가 개최하는 것은 문제 삼지 않겠다’는 소극적인 수용에 그쳤다. ‘선관규정에 선관위가 토론회를 개최할 수 있다는 근거가 없다’는 점이 주된 이유였다.

게다가 후보자 등록마감 후 선거까지 주어진 기간이 일주일에 불과해, 토론회 형식을 두고 벌어진 후보자간 이견을 좁혀 토론회를 마련하기도 어려웠다.

 
이번 선거에서 후보자들은 모두 직선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옥경 당선자도 총회에서 2018년 정관개정, 2020년 차기선거에 직선제 도입을 천명했다.

회원들이 직접 뽑는 직선제 도입의 필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직선제 선거과정은 수의계 관련 이슈들의 현황과 개선방향을 회원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직선제 그 자체가 만병통치약일 수는 없다. 이웃 의료계 단체들만 봐도 그렇다.

의사협회는 낮은 투표율에 허덕이고 있다. 현임 회장은 전체 의사의 5%에도 못 미치는 숫자의 찬성표로 당선됐다. 그 전 선거의 투표율은 30%에도 못 미쳤다.

올해 첫 직선제 선거를 치르는 치과의사협회의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28일 1차투표에서 모바일 투표 시스템 오류, 일부 선거인 투표안내 미흡 등의 문제가 발생했는데 1~3위 후보자간 표차가 채 100표도 되지 않아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4월 4일까지 결선투표가 진행될 예정이지만 일부 후보가 원점 재투표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선거 과정에서 후보자간 네거티브와 각종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물론 옆집 사정이 무섭다고 직선제 도입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다만 선거권 자격기준과 선거방식, 선거운영방법 등을 세심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어떤 방식의 선거이든지 후보자 등록 후 선거까지의 선거운동 및 검증기간을 충분히 늘리고, 토론회 등의 개최 근거를 규정해야 함은 물론이다. 지부 및 중앙회 총회와 회장선거를 아예 분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직선제는 분열이 아닌 단합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김옥경 당선자의 의지에 기대를 걸어본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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