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소동물심장학 학술교류의 중심 ICVS’16/이준석 수의사 <下>

비임상 단계의 심부전 연구 / MMVD의 임상적 추세 및 외과적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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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물 심장학 관련 최신 임상시험 연구결과를 다룬 상편(바로가기)에서 이어집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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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비임상 단계의 심부전

SHIELD retrospective study

PROTECT study (Summerfield et al., 2012) 를 통해, 비임상단계 (pre-clinical stage) 의 DCM에서 pimobendan 투약이 CHF 단계로의 진행을 지연시키고 생존기간을 연장케하는 긍정적 효과가 입증 되었습니다만, 도베르만 견종에만 국한되었다는 점이 옥의 티였습니다.

따라서 PROTECT study의 결과를 도베르만 뿐만 아니라DCM이 호발하는 대형견종으로 일반화하고자 후속개념의 환자대조군-후향 (Retrospective case-control) 연구 (SHIELD, Study the effect of pimobendan in delaying the onset of Heart failure In Every type of Large breed dog with preclinical DCM) 가 시작단계에 있습니다.

 

EPIC clinical study results

이첨판폐쇄부전 (Myxomatous Mitral Valve Disease, MMVD) 은 발병 후, 수 년간 임상증상 없이 판막의 변성과 심장의 리모델링을 거치며 CHF로 진행되지만, 질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ACEi나 베타차단제(beta-blocker), amlodipine 등의 약제가 임상시험에 사용되긴 하였으나, 너무 소규모의 연구였거나 혹은 약효가 없었거나 부작용이 나타나는 등 임상적으로 적용하기엔 학술적 근거가 빈약했습니다. Pimobendan 역시 임상증상이 없는 심부전 단계에 조기 투약 시에 오히려 이첨판역류 및 판막변성을 촉진할 수 있다는 학술적 논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EPIC 연구결과, ACVIM B2 (심비대는 있으나 임상증상이 없는) 단계의 심부전에서 pimobendan의 투약이 CHF의 발병을 유의하게 연장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림.2; Pimobendan[n=178]: 1228일 vs 대조군[n=176]: 766일, p=0.0038), 이는 2007년 VetProof study에서 나타난 보상성 심부전 단계에서 CHF로 진행된 기간 보다 15개월 가량 연장된 결과였습니다.

또한 Pimobendan 투약군이 비투약군에 비해 CHF로 진행될 위험은 약 36% 가량 감소 (Hazard ratio, 0.64; 95% 신뢰구간, 0.47-0.87) 하였으며 심인성 원인에 의한 사망 / 안락사의 비율도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습니다.

부수적으로 pimobendan군 및 대조군, 양군 간 심박수 증감여부와 부작용은 차이가 없었으나, pimobendan을 투약받은 군에서 FS%값은 유의하게 증가하였고, 수축 / 이완기 심실의 직경과 좌심방 대동맥 직경비 (LA/Ao ratio) 는 감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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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C study를 요약하면, 수의학 역사상 가장 대규모로 최장기간 실시된 무작위 위약대조 맹검 다기관 전향연구(Prospective, randomized placebo-controlled, blinded, multicenter clinical trial) 로써 Level A evidence 에 해당 합니다.

Pimobendan을 심비대가 있는 비임상단계 (ACVIM B2) 의 MMVD에 투약했을 때, CHF 로의 진행 및 심인성 사망이 발생하는 시점이 늦춰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pimobendan의 투약이 큰 부작용 없이 비임상기간을 연장하는 효과를 보임으로써 MMVD에 이환된 반려동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 EPIC 연구에는 1.6 이상의 LA/Ao, 1.7 이상의 LVIDDn (Cornell et al., 2004) 과 VHS 값이 10.5 이상인  MMVD 증례들만 포함되었으며 중증의 폐고혈압이 병발된 경우는 제외되었으므로, 모든 무증상단계의 MMVD 혹은 다른 심장병으로 발생한 심부전에까지 긍정적인 효과를 담보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비임상단계의 환자에 pimobendan 을 투약하기에 앞서 영상검진을 토대로 정밀한 심장평가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III.  MMVD의 임상적 추세

MMVD 의 진단과 치료의 경향: 사전 설문조사 결과

전세계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MMVD 의 진단과 치료에 관해 사전에 이루어진 설문조사 결과가 통계치로 발표되었습니다. 총 164명의 임상가들이 답변하였고 70% 이상이 심장전문의 혹은 그와 동등한 경력을 가진 임상의로 구성되었습니다.

 
MMVD의 중증도 (Severity) 평가를 위해 80% 이상의 임상의들은 ACVIM classification system을 선택하였으며 ISACHC 의 경우 3.9%, Modified NYHA 방식은 2% 의 임상가들이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뜻밖에 아무런 중증도 평가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 임상의들도 8.5% 에 달했습니다.

 
무증상 MMVD 의증의 경우, 진단검사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실시하는 검사는 심장초음파 검사였으며 흉부방사선 검사, 혈압, 혈액검사가 순차적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심장초음파의 경우 대다수의 임상의들이 2D, M-mode, 칼라-스펙트럼 도플러를 주로 활용하고 있었으며 3D/4D, 2D speckle, TDI 등은 활용빈도가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졌습니다. 흉부방사선 촬영 시, 무증상의 MMVD에서 절반이 넘는 임상가들이 거의 매 촬영때 마다 VHS 측정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좌심방의 크기를 평가하는 방식으로는 심장 초음파 2D 단축상에서 LA/Ao ratio 측정방식을 가장 많이 선호하였습니다. 기진단된 ACVIM B2 의 MMVD 의 경우, 과반수 이상의 임상의 들이 6개월 간격으로 정기검진을 실시하고 있었습니다.

 
ACVIM C 단계의 CHF 증례에서는 무증상의 MMVD의 경우 보다 더 많은 심장검사 항목들을 주요하게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흉부방사선 검사, 심장초음파, 혈청학적 검사가 비슷한 비율 (75~95%) 로 적용되고 있었으며 혈압과 전혈구 검사가 그 뒤를 이었고 심전도 검사와 뇨검사도 40% 이상의 비율로 자주 실시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장초음파의 경우 무증상의 MMVD에서와 마찬가지로 2D, M-mode, Doppler 검사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치료적 측면에서는 MMVD에 이환되었으나 심비대 없이 무증상인 ACVIM B1의 경우, 거의 모든 임상의들이 치료를 하지 않거나 식이관리 정도에 그치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B2 에서는 꽤 많은 임상가들이 약물 처방을 하였는데, pimobendan (70%), ACEi (36%), Spironolactone (17%) 순이었고 B1과 마찬가지로 처방을 하지 않는다는 답변도 7.5%가 있었습니다. B2 단계에서 부터 거의 모든 임상가들이 보호자에게 호흡수 모니터링을 교육 / 권장하고 있었습니다.

80%에 가까운 ICVS ’16 참석자들은 이번 EPIC study의 결과를 기준으로 무증상의 MMVD의 치료 프로토콜을 바꿀 것이라 답변하였습니다.

 
MMVD의 비보상 단계인 CHF 치료에 관한 설문에서는, 응급 시 과반 이상에서 Furosemide (100%), 산소(94%), Pimobendan IV (67%), Pimobendan PO (58%) 순으로 적용하고 있었습니다. 안정화된 CHF 경우 Pimobendan (100%), Furosemide (98%), ACEi (97%), Spironolactone (62%) 이 주요 처방약제에 해당 되었습니다.

ACVIM C, D의 CHF의 경우 과반 수 이상의 임상의들은 3개월을 기준으로 정기검진을 한다고 답을 하였습니다.

특징적인 것은 한국에서 많이 쓰이는 nitroglycerin, amlodipine 등의 후부하감소와 관련된 혈관확장제 계열의 약물은 상대적으로 적게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IV. MMVD의 외과적 접근

Surgical and interventional approaches to MMVD

심부전 원인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MMVD 치료전략에 pimobendan이 적용된 이후 임상증상 및 예후 개선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은 사실입니다만, 내과적 접근만으로는 80% 이상의 MMVD 증례는 2년 이내에 증상이 악화되거나 사망한다는 것이 통계적으로 밝혀져 있습니다.

외과적 심장수술이 MMVD의 표준치료인 인의학과는 달리 소동물이 대다수인 수의학에서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던 외과적 접근법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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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TMVI용 인공보형물

 
각종 선천성 심장질환 치료법으로써 심장중재술 (Cardiac intervention) 이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최소한의 침습만으로 변성된 이첨판 판막을 인공판막으로 치환해보고자 하는 연구 (By Christopher Orton) 인 경도관 이첨판막 이식술 (Transcatheter Mitral Valve Implantation, TMVI or MitralSeal○R) 이 2010년 처음 고안된 이후로 현재까지 3세대 연구에 이르고 있습니다 (링크참조).

이는 최소한의 개흉으로 심첨부를 가로질러 삽입한 카테터를 통해 판막역할을 해주는 인공보형물 (그림. 3) 을 설치하는 시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총 11두의 난치성 말기 심부전 (ACVIM D) 의 개에서 시술이 이루어 졌으며 그 중 9마리에서 인공판막 이식이 성공하였습니다.

이식시술이 실패한 2례의 경우 인공판막보형물의 균열 및 건삭 등의 판막하 구조물과 보형물이 엉키는 기술적 오류가 원인이었습니다.

또한, 이식 후 시술과 관련된 여러 부작용 (이첨판륜/인공판막 크기 불일치 [n=3], 인공판막 변위에 의한 폐색 [n=2], 혈전색증 [n=2], 전신 염증 증후군 [n=2]) 으로 인해 최장 생존기간은 13일에 불과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실패원인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기술적인 문제점 (64%) 개선을 위해 현재 진행 중인 3세대 TMVI 임상연구에서는 장기적 예후가 어느 정도 개선될지 그 결과가 기다려지는 대목입니다.

 
최근 소형견의 MMVD의 치료전략으로써 일본을 중심으로 시작된 이첨판막의 외과적 정복술인 이첨판성형재건술 (Mitral Valve Repair, MVR) 이 주요한 치료법 중 하나로 자리잡아 가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대한수의사회지 2016년도 3월~7월 발행본 기획연재, ‘소형견 이첨판폐쇄부전증의 외과적 치료’).

ICVS ‘16에서 소형견의 수술 전 MMVD 의 중증도가 MVR 수술 후의 예후와 생존률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후향연구(By Masami Uechi) 가 발표되었습니다.

MVR 수술을 받은 158두의 소형견이 해당 연구에 포함되었으며 평균체중은 3.3kg, 치와와가 53% 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 했습니다. MVR 수술을 받은 과반수 이상이 9~11년령이었고, 중증도별로는 ACVIM C 에서 가장 많은 수술을 받은 걸로 나타났습니다: B1 (n=3, 2%), B2 (n=35, 22%), C (n=99, 63%), D (n=21, 13%).

수술 1개월 후, VHS, LA/Ao, LVIDDn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 되었으며, 3개월 후 부터는 NT-proBNP 수치와, 수술 전 보였던 질소혈증 소견도 유의하게 줄어들었습니다.

술 후 1개월부터 술전 처방약의 대부분을 투약할 필요가 없었고, 92% 이상의 증례가 입원기간 중 합병증 없이 퇴원이 가능하였습니다.

퇴원율과 심부전 중증도의 상관관계에서 MMVD에 의한 심부전 상태가 경미할수록 퇴원비율과 회복률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퇴원율; ACVIM B1, 100%; B2, 97%; C, 90%; D, 95%).

MVR 수술 중 사망률은 0% 였으나, 입원 기간 중 12증례 (8%) 가 사망했는데 증상 / 원인별로는 호흡부전 (n=6) 이 가장 빈발하였고 (혈전 1례, 신경장애 2례, 빈혈 1례, 신부전 1례, 빈혈 1례), 3개월 이내 사망률은 1% (n=3) 로 신부전 1례, 돌연사 2례 (혈전색증 의증) 가 보고 되었습니다.

10세 미만에서의 수술 성공률은 93%, 10세 이상 12세 미만의 경우 94%에 달했으나, 12세 이상인 증례에서는 81% 정도로 상대적으로 낮은 성공률 (3개월 이상의 장기생존율) 을 기록했습니다.

필자가 일본에서 근무할 때만 해도 ACVIM B 단계의 증례에서는 수술 자체의 위험성 때문에 수술을 미루고 내과적 처치를 조금 더 이어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만, 이번 연구결과로 조기에 수술을 할수록 생존율과 예후가 좋고 합병증의 위험이 적음을 알 수 있었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ACVIM B 단계에서부터 MVR수술을 긍정적으로 고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치며..

인의학과 비교해보면, 수의학 분야에서 공신력을 갖춘 대규모 임상시험은 양적으로 보나 질적으로 보나 턱없이 부족하지 않았었나 생각됩니다.

인의학에서 차용해온 이론이거나, EBM (Evidence-based medicine) 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근거 (Evidence) 보다 경험 (Experience) 에 의존하는 일이 빈번했던 수의학 임상현실을 생각해 본다면, ICVS ‘16에 발표된 EPIC study와 같은 대규모 표준 임상시험이 늘어나는 추세는 임상연구가의 한 사람으로써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ICVS ‘16는 앞으로 이어질 또 다른 흥미로운 임상연구들의 결과가 기다려지게 만드는 뜻 깊은 학술행사 였습니다.

수의학 역사상 귀중한 학술적 자산을 일궈낸 공동 연구자들께 경의를 표하고, EPIC study 가 있기까지 힘써주신 베링거 인겔하임 측에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이 글을 마무리 할까합니다.

이준석, DVM, MS, PhD,

현) VIP동물의료센터 내과과장

전) 일본동물선진의료연구소 수석연구원

jlee7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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