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얄캐닌 본사탐방기―수의사 이학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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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2~13일 개최된 로얄캐닌 벳심포지움 참석차 로얄캐닌 프랑스 본사를 방문했다. 이 때 운이 좋게도 로얄캐닌 본사 캠퍼스 및 공장을 탐방할 기회를 갖게 됐다.

로얄캐닌 본사 캠퍼스는 프랑스 남부 Aimargues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캠퍼스는 본사 건물과 공장, 실험실, 그리고 캔넬&케터리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특히, 와인의 본고장인 프랑스답게 직접 포도를 제배하고 있었다. 여기서 생산된 포도로 만든 와인이 로얄캐닌 마크를 달고 선물용으로 제공된다(와인 맛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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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에서 건물까지 걸어가는 동안 인상 깊은 기념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선정됐다는 내용의 기념물이었다.

로얄캐닌은 Great place to work 2015년 프랑스 최고의 직장 시상에서 2등을 차지했다(500명 이상 근무 회사 부분). 노동자의 근무 환경이 좋기로 소문난 프랑스에서도 일하기 좋은 직장에 선정됐다면, 과연 얼마나 근무 환경이 좋을까하는 생각을 잠시 가졌다.

수상 트로피는 본사 건물 안에 전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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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본사 투어 전 로얄캐닌 설립자인 장 카타리 씨를 기리기 위한 장 카타리 홀에서 로얄캐닌 회사에 대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로얄캐닌은 1967년 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에서 ‘영양을 통해 동물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 수의사 장 카타리(Jean Cathary)에 의해 만들어졌다. 장 카타리가 처음으로 제품을 만든 것이 1967년이었으며, 로얄캐닌 회사가 정식으로 설립된 것은 1968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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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카타리 수의사

이후로 지금까지 빠른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여, 현재는 전 세계 130개국 이상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고, 46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다. 근무하는 직원 수도 약 7천명에 이른다. 제품군도 다양하다.

십 여 가지의 제품을 생산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무려 250개의 건사료와 100개 이상의 습식사료 제품군을 가지고 있으며, 전 세계 1200만 마리의 개, 고양이를 먹일 수 있는 양을 생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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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캐닌의 다양한 제품군

다른 동물의 사료는 취급하지 않고 오로지 개와 고양이의 사료만 만드는 점도 재밌었다. ‘Cats and Dogs First’라는 로얄캐닌의 모토가 잘 반영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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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건물 안은 더 인상적이었다.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Loic Moutault(이하 로익)회장을 포함한 이사진이 별도의 방을 갖고 있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투어 중에 만난 로익 회장은 자신도 특별한 자리가 없으며, 다른 임원들도 오는 순서대로 앉고 싶은 자리에 앉아 일을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당연히 자리 사이에 칸막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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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ic Moutault(이하 로익)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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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이사들이 일하는 공간이다. 지정된 자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출근하는대로 앉고 싶은 자리에 앉아 일하면 된다.

로얄캐닌 한국지사를 방문했을 때도 같은 형태의 사무실 구조에 놀란 적이 있었는데, 이런 문화는 본사부터 지사까지 똑같이 적용되는 것 같다. 각 임원들이 별도의 방을 배정받아 일하는 경직된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회사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본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바로 켄넬과 캐터리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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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약 360여 마리의 개와 고양이가 관리되고 있었다. 개는 체형별로 엑스스몰, 미니, 미디움, 맥시, 자이언트로 나뉘어 관리되고 있었으며, 또한 연령대별, 품종별로 총 30여종 180여 마리가 있었다. 고양이는 연령대별, 품종별로 17종 180여 마리가 있었다.

켄넬 & 캐터리 쪽으로 걸어가면서부터 좋은 환경에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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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초원과 놀이시설에 개들이 직원들과 함께 뛰어놀고 있었기 때문이다. 뛰어 노는 개들이나 함께 있는 직원들이나 모두 표정에서 행복함이 묻어 나왔다.

이렇듯 로얄캐닌은 개와 고양이와 일상을 함께 하면서 지속적으로 세심하게 관찰하고 이러한 관찰로부터 반려동물에게 최적화된 사료를 개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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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캐닌은 다양한 품종 사료를 개발해왔다

1999년 세계 최초로 페르시안 고양이만의 턱구조와 피모를 고려한 품종 사료, 2002년 요크셔테리어 품종 사료 개발을 시작으로 다양한 품종 맞춤형 사료를 개발해왔다.

페르시안 고양이 보호자들의 ‘페르시안 고양이가 일반 사료를 이빨로 집어먹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오랜 시간 동안 페르시안 고양이들이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사료 샘플들을 어떻게 먹는지 지속적으로 관찰하여 결국 페르시안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특별한 사료를 만들어 냈다.

이러한 로얄캐닌의 페르시안 고양이 사료 개발 일화는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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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개체수가 많지 않아 사업성이 떨어지질 수밖에 없지만, 독특한 턱구조와 피모를 위한 특별한 케어가 필요한 스핑크스 고양이 사료를 개발하여 공급하고 있을 정도로 품종별 맞춤 영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바로 그런 품종 맞춤형 사료 연구·개발이 바로 이 켄넬&캐터리에서 이뤄진다. 사료의 크기, 모양, 코팅 방법에 따른 기호성 차이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이 공간에는 100% 순종 품종만 존재한다.

360마리의 개, 고양이는 모두 GPS 기능을 탑재한 목걸이를 통해 개체별로 관리된다. 한 마리 한 마리에 전부 이름이 있는데, 직원들이 각 개체들의 이름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불러주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GPS 기능을 통해 각 개체끼리 서로 잘 지내는지 까지 파악한다고 하니 얼마나 철저히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지 추측할 수 있었다.

로얄캐닌 본사와 인접해 있는 동물병원에서 수의사가 정기적으로 와서 관리하며, 백신이나 구충 등 예방 관리는 당연히 철저히 지키고 있었다. 워낙 환경 자체가 좋기 때문에 질병도 별로 없다고 한다.

켄넬&캐터리에 있는 개체들은 음식 테스트를 받지만, 테스트를 위해 실험동물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관리되는 동물의 삶의 질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미각이나 후각을 잃은 개체는 주기적으로 검사하여 현역에서 은퇴하도록 한다.

은퇴된 개체들을 관리하는 별도 공간이 있는데, 이 공간은 수영장도 있고, 물리치료까지 받을 수 있는 말 그대로 ‘최상의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워낙 환경이 좋기 때문에 로얄캐닌 직원들이 가장 근무하고 싶어 하는 곳이 본사의 켄넬&캐터리 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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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캐닌 본사 캠퍼스의 명물인 2천년 넘은 올리브 나무. 하필 내가 방문했을 때 관리를 위해 가지를 친 상태였다.

본사 투어를 끝내고 나서 로얄캐닌 본사 캠퍼스가 자랑하는 2천년이 된 올리브 나무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2천년의 역사를 가진 나무만큼 나무를 만지면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전설도 있다고 한다.

로얄캐닌 프랑스 본사 캠퍼스를 돌며 로얄캐닌이 왜 지속적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좋은 시설 때문이 아니라, 반려동물이 세상을 더 좋게 만든다는 신념 아래, 반려동물을 위해 더 좋은 세상을 만다는 목표를 잘 지키고 있기 때문이었다.

자신들의 목표를 말 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지키는 것은 쉽지 않을 일이다. 로얄캐닌 본사를 투어하면서 ‘반려동물을 위해 더 좋은 세상이 과연 어떤 세상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본사 캠퍼스에서부터 반려동물을 위해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로얄캐닌이 앞으로도 자신들의 신념과 목표를 잘 지켜나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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