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수의 고양이 이야기③] 거북이 진료 현장을 들여다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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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에 예고한대로 세 번째 이야기는 네오포빅한 고양이의 거북이 진료가 진행되는 병원 이야기다. 수의사에게 좀 더 유익한 내용이지만 보호자도 숙지하고 있다면 고양이 친화병원에서 진료를 받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단, 여기서 다룰 거북이 진료, 즉 고양이 친화진료 과정은 필자의 주관적 경험을 근간으로 한 것임을 미리 밝히는 바이다.

“인내를 전제로 한 부드럽고 점진적인 과정”이라는 기본 컨셉만 알고 있다면 실제 과정에 대한 이해와 적용은 수월할 것이다. 거북이 진료의 실제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기본적인 전제는 충분한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단계적으로 서서히 알아가기 위해서다.

2. 이를 위해 고양이 전용 진료실이 있다면 문진 시작 전에 먼저 자극적인 냄새가 없고 조용한 전용 진료실로 고양이와 보호자를 안내하여 새로운 환경에 적응시킨다. 일반적으로 고양이는 냄새에 민감하기 때문에, 디퓨저 형태의 고양이 합성 페로몬제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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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진료 시작 전에 아이를 강제적으로 이동장 밖으로 꺼내서는 안 되며, 이동장 채로 진료테이블이나 보호자 대기석 의자, 혹은 마땅한 곳이 없다면 진료실 바닥에 내려 놓는다. 여기서 이동장은 이동장 상부와 하부가 분리되고 윗면과 앞쪽에 문이 있는 형태가 권장된다. 이동장의 선택과 활용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다음 칼럼에서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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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대기과정이 지나 문진이 시작된다. 문진 과정 중에 이동장 앞문 정도를 열어두고 고양이와 수의사가 서로를 탐색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때 절대 눈을 마주치면 안 되고 가끔 조심스럽게 손을 건네주어 나의 냄새를 인지시킨다. 또한 틈틈이 낮고 부드러운 말로 아이의 이름을 불러 주면서 내 목소리를 알려준다.

5. 문진이 끝나고 신체검사를 할 때, 아직도 아이가 이동장에 있다면, 일단 보호자가 이동장에서 아이들을 꺼내어 체중계 위에 올려놓도록 한다. 이때 체중을 재기 위해 진료실 밖으로 이동하여서는 안 되며, 따라서 고양이 전용 진료실은 아니더라도 진료실 안에 체중계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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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체중을 잰 후 바로 아이를 들어 올리지 말고, 그대로 둔다. 이때 아이의 성격을 탐색할 수 있다. 바로 구석에 숨어버리거나, 이동장에 들어가 버리거나 보호자한테 안기거나, 아니면 이때가 기회다 싶어 진료실을 활보하고 다니거나 등등

7. 이러한 관찰에서 좀 더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는 아이들에겐 좀 더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며, 좀 더 충분한 시간을 두고 관찰하는 게 좋다.

8. 다른 병원에서도 충분히 예민했거나, 상기의 과정 중에 손을 댈 수 없을 만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고양이라면, 문진 정도, 멀리서의 첫 대면 정도, 그리고 서로의 냄새에 대해 확인하는 정도로 만족하고 응급 상황이 아닌 경우 다음 예약을 잡고 돌려보내는 게 좋다. 이 때 다음 번 동물병원 내원 전 투약 목적으로 경구용 진정제를 처방할 수 있다.

9. 아이들이 성격 파악이 어느 정도 되었다면, 이제 신체검사를 진행하면 된다. 신체검사는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그리고 다시 머리로 올라가서 꼼꼼히 진행하여야 하며, 보고, 듣고, 그리고 만져보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신체검사의 마지막 과정은 구강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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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만약 검사항목 중에 혈압측정이 있다면, 신체검사 직후 제일먼저 측정한다. 이어 진행되는 검사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가장 영향을 받는 것 중에 하나가 혈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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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이후 문진 및 신체검사를 토대로 필요하다면 검사항목을 설정하여, 보호자 상담을 거쳐 실제적인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이 때 네오포빅한 고양이를 감안해 대부분의 검사는 진료실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대개의 검사는 우선 채혈을 통해 이루어지며, 예민한 말초혈관보다는 경정맥을 통해 채혈하는 게 바람직하다. 경정맥 채혈 시 페로몬 센터인 머리, 턱 아래 등을 만져주면서 진행하면 무난하게 충분한 양의 혈액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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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이후 초음파 검사 등이 필요해, 이동을 해야 한다면 상기의 과정을 참고하여 충분한 시간, 적응 과정을 거치도록 하여야 한다.

13. 검사가 끝나 대기하는 중에는 반드시 조용한 장소에서 이동장에 담요 등을 덮어 시각적인 자극을 차단해 주는 것이 좋다. 담요로 덮기 최소 15분 전에 담요에 고양이 합성 페로몬제를 뿌려주어 고양이 친화적인 냄새를 묻혀 주는 게 바람직하다. 이러한 조건을 만족한다면 대기 장소는 조용한 입원실, 방사선 검사실 혹은 수술실 어느 장소도 무방하다.

 

고양이 친화진료는 근본적으로 고양이가 편해야 하고 보호자가 편해야 하는 과정으로 수의사의 불편함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며, 위의 내용에서 이해할 수 있듯이 충분한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자, 수의사는 모두 이 정도의 인내심은 갖고 있는가? 그리고 보호자는 이런 동물병원에 친화적으로 내원할 준비가 되었는가? 동물병원이 친화적으로 변모하고 있는 만큼 보호자도 친화적으로 고양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이동하여야 하며, 이 때 고양이 집사로서 어쩌면 수의사가 필요로 하는 인내심보다 더 큰 인내심을 가져야만 한다. 다음에는 큰 인내심을 바탕으로 한 고양이의 친화적인 이동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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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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